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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라스테리온(hilasterion)에 대한 묵상<일점일획 말씀 묵상>
우진성 목사 (성경과설교연구원) | 승인 2016.09.20 15:50

로마서와 히브리서의 힐라스테리온(ἱλαστήριον)에 대한 묵상

로마서 3:25은 아래와 같이 증언한다.

[새번역] 하나님께서는 이 예수를 속죄 제물로 내주셨습니다. 그것은 그의 피를 믿을 때 유효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사람들이 이제까지 지은 죄를 너그럽게 보아주심으로써 자기의 의를 나타내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개역개정]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

바울 사도는 로마서 2~3장에서,

1) 로마서 2:1 - 3:21에 걸쳐, 인간이 율법의 행위를 통하여 구원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2) 로마서 3:22 이하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안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은혜라고 주장한다.

위에 인용한 3:25은 2)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하나님께서 예수를 “속죄 제물"로 보내어 피 흘리게 하셨고, 그 피를 보시고 사람들의 죄를 간과해 주셨기 때문에 죄 아래 있는 인간의 구원이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이 구절에서 “속죄 제물" (개역 “화목제물")로 번역된 힐라스테리온(ἱλαστήριον)을 어떻게 번역하는 것이 좋은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힐라스테리온을 “속죄 제물"로 번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속죄 제물"을 뜻하는 같은 어근의 힐라스모스(ἱλασμός)라는 단어가 따로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속죄 제물" 말고 더 나은 번역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 대안적 번역이 딱딱한 이 구절에 생기를 불어넣어, 바울 사도의 이야기를 생생한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성전 지성소 안에 법궤가 놓여 있었다. 이 법궤 안에는 아론의 싹난 지팡이, 언약을 새긴 돌판, 만나를 넣어둔 금 항아리가 들어 있었다(히9:4). 이 셋은 모두 하나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원망과 불평과 불순종의 죄를 기억하게 하는 상징들이다. (민수기 16-17, 출애굽기 16, 32장을 찾아 보라.) 이 법궤를 덮고 있는 윗 뚜껑을 “속죄판"(히 9:5, 개역은 “속죄소")이라고 불렀는데, 이 뚜껑이 헬라어로 힐라스테리온(ἱλαστήριον)이다. 히브리서 설명대로, 대제사장은 일 년에 한 차례 속죄 제물의 피를 들고 지성소에 들어가 법궤의 윗 뚜껑인 속죄판에 피를 바르는 예식을 행하고(히 9:7), 위에서 내려다 보시는 하나님께서 법궤 안 내용물을 보시고 인간의 죄를 기억하는 대신 이 피를 보시고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도록 중보하며 빌었다.

언약궤. 두천사가 앉아있는 뚜껑 부분이 속죄판이다.

바울은 로마서 3:25에서 예수께서 바로 이 법궤의 윗 뚜껑 “속죄판"이 되셨다고 설명한 것이다. 염소와 황소와 암송아지의 피 대신,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께서 그 보혈로 친히 인간의 죄를 가리우는 힐라스테리온(ἱλαστήριον)이 되셨다는 말씀이다. 위에서 내려다보시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죄를 기억나게 하는 아론의 지팡이와 만나와 언약궤를 보시는 대신, 십자가에 달려 죽임당한 자신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한결같은 은혜를 베푸시도록 하셨다는 말이다. 그 은혜로 인간의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히브리서 9장과 함께 읽으며 바울의 설명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구원의 은혜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께서 우리의 “속죄 제물"이 되셨다는 지금의 한글 번역도 은혜롭다. 그러나 우리가 지성소의 구조에 친숙하다면, 예수께서 우리를 위하여 친히 “속죄판"이 되셨다는 새로운 번역은, 잊을 수 없는 생생한 이미지를 우리 가슴에 새겨주어 더 풍성한 은혜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우진성 목사 (성경과설교연구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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