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만들기

며칠 전에 집에서 두부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유기농 콩만을 이용해서 직접 콩을 갈고, 짜내고, 걸러내고, 끊이고, 간수도 넣고, 굳히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서 만든 따끈따끈한 두부를 잘라서 한 입 베어 무니, 그 맛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집에서 두부를 만드는 날은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서 함께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 잔 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두부를 만들면서 가만히 보면 그 복잡한 과정 속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단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콩을 갈고 짜내면 걸러져 나오는 것이 비지인데 이 비지로 찌개를 끊여먹어도 좋고, 또 비지로 전을 부쳐 먹어도 그 맛이 정말 고소합니다. 그리고 간수를 넣고 난 후 순두부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두유가 나오게 됩니다. 영양만점의 참두유이죠. 그리고 순두부를 다시 굳히면 드디어 두부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비지와 두유, 그리고 순두부와 두부까지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참 놀랍고 신기롭기까지 합니다.  

두부를 만들면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이 과정과 이놈의 두부가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없는 경쟁 속에 내몰리는 현실에서 결과에만 집착하다보면 그 과정을 성찰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앞만을 바라보며 무섭게 달리는 모습이 때로는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디 이게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겠습니까? 성장과 발전, 개발이라는 논리에서 밀려나고 배제되는 힘없는 이들을 보면 더욱 더 과정은 무시되고 버려지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부가 맛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모든 것들이 버릴 것 하나 없이 깨끗한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묵상 : 과정이 아름다워야 결과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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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과 묵상>은 성공회영성센터에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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