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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광화문에 가는 것, 그것은 언어에 대한 예의<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 승인 2016.11.11 10:41

씹을수록 맛이 있는 시, 새로운 맛이 나는 시를 쓰고 싶다면 대상을 은유로 바라보고, 그 대상에 공간과 시간을 부여하자. 비유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전에 그 대상을 살려내자. 즉, 대상을 활유법으로 보자는 말이다. 그리스인들은 심지어 보이지 않는 욕망들까지도 활유로 바라보아 위대한 신화를 만들어냈듯이 우리도 대상을 활유법으로 바라보자.

대상을 정하고 대상에게 인격을 부여하자. / 대상에게 사람의 말을 주자. / 대상에게 사람의 생각을 주자. / 대상에게 사람의 성격을 주자. / 대상에게 사람의 몸짓을 주자.

대상을 나라고 불러서 나와 관계를 맺는 순간 나는 그 대상의 이웃이고, 친구고, 연인이고, 부모이고, 자식이다. 이 정도면 그 대상은 글이 된다. 좀더 통찰하려면 대상을 너로 부르는 것을 넘어 나 자신을 만들자. 그러면 그 대상은 객관을 넘어 주관으로 다가온다. 그리하여 나와 하나로 결합하여 물아일체(物我一體)에 이른다.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의 마지막이다. 물아일체라는 말이 눈에 잡힌다. 이 말을 나도 참 많이 했다. 이해를 위해 과학책을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그 말을 보니 여러 생각이 중첩된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아일체는 동양 사상, 그것도 노자에 가깝지 않은가? 물론 말의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서양에서도 이미 이러한 사상은 있었다. 그런데도 서양 사람의 책에서 ‘물아일체’라는 표현을 보니 모든 것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영어를 물아일체로 번역했는지는 모르지만, 느낌은 참 좋다. 이렇듯 언어 너머에 공통으로 작동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걸 알아채는 것이 언어를 대하는 마지막 목표일지도 모른다. 이런 표현, 저런 표현, 그것은 저마다의 주관적인 표현이기에 우리는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끊임없이 헤아려야 한다. 언어는 각 개인의 고유한 삶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언어를 가지고 남에게 고통을 주며 개인적 탐욕을 도모하는 짓을 행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언어가 특권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그것이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이제 모두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탐욕을 채우기 위해 교활한 언어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자들, 그들의 범죄가 드러난 이상 우리는 그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언어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것이 물아일체 속에 끼어들려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길이고, 그것이 물아일체의 참 의미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서양 사람의 책에서 ‘물아일체’를 보니 반갑다. 물아일체의 세상을 더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실천 방법, 그것은 오늘 같은 날 광화문으로 가는 것이다. 참여만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말했다. 인류를 발전시키는 핵심 감정은 공감이라고. 그 공감의 출발은 아이의 눈일 것이다. 그 공부를 위해 마지막으로 아래 글을 옮겨 적는다. 그리고 컴퓨터를 끄고 이제 광화문으로 가자. 그것이 현재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일 것이다. 가자, 광화문으로!

“의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타고난 작가가 아니라면 의도적인 연습을 해서 감성을 깨울 수 있다. 처음엔 부질없고 장난 같지만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대상에게 말 걸기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나무에 흠집 난 모양을 보고 ‘나무야, 아프지’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시인은 어른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의 언어를 되찾고, 아이들의 세계를 복원해야 한다. 거기에 삶의 이치의 깨달음이 있다. 아이들은 세상을 꼼수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 표현한다. 아이들에겐 세상 모두가 살아 있는 존재로 보이고, 우리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진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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