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건설 노동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와 관련 방송 3사의 뉴스 보도는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지역의 따가운 여론’, ‘경찰과 대치 국면’, ‘포스코 피해액’ 등을 거론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7월27일(목) 오후2시 프레스센터 12층 대강의실에서 <‘포스코 점거사태, 언론보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신문과 방송의 보도를 분석한 긴급토론회를 주최했다.

포스코 본사 점거 당시 방송사는 관심도 없었다

▲ 김광선 기자는 “방송보도가 이번 포스코 사대와 같이 파업이 발생하면서 노동자의 요구와 그 요구가 왜 나왔는지에 대해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의 파업은 영원히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이정훈

김광선 기자는 <방송보도, 건설 ‘노가다’ 두 번 죽였다>는 발제를 통해 “포항지역 건설노동자들의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지난 7월13일부터 25일까지 KBS, MBC, SBS의 메인 뉴스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 기자는 점거 기간 동안의 방송 3사 보도수는 총 49건이었으며, KBS 19건, MBC 14건, SBS 16건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 포스코 사태를 처음 보도한 13일과 14일 양일간을 첫 번째 시기로, ▲ 15~20일까지 경찰과 노동자가 대치한 두 번째 시기로, ▲ 21일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노동자가 자진 해산한 세 번째 시기로, ▲ 22~25일까지 건설노동자들이 구속된 네 번째 시기로 구별해 분석했다.

첫 번째 시기의 방송사들은 “점거 자체에 대한 보도도 없을 뿐 아니라 건설 노동자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점거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포항지역 관변단체들의 이야기를 지역여론으로 호도한 방송사들

두 번째 시기의 방송 보도에 대해서는 “경찰과 대치 상황에만” 집중했고, “16일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찍혀 뇌출혈로 쓰러진 하중근(45세) 씨가 두 번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중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황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지역발전협의회, 포항향토청년회, 바르게살기운동, 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 등 30여개 단체를 포항지역 시민단체라고 지칭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지역의 여론으로 호도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문건을 소개하며, “포스코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긴급회의까지 실시하며 여론을 만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며, 결국 “방송에서 말한 시민단체는 관변단체이고, 포스코와 포항시, 포항지역 일부 언론사가 공동으로 파업철회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김광선 기자, 윤익한 회원, 손석춘 논설위원,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 박정호 기자, 이정희 기자, 조준상 위원장, 이재영 기획원원, 추혜선 사무처장. ⓒ 이정훈

세 번째 시기의 보도에 대해서는 “21일 방송 뉴스는 건설 노동자의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급선회했다”고 지적하고, “건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따가운 여론의 질타를 받을 당시에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가 상황이 종료되자 남겨진 문제점을 다루었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시기인 “21일 이후 노동자들의 점거 상황이 종료된 이후 보도를 살펴보면 KBS는 연속기획으로 ‘건설 일용직의 그늘’을 다뤘고, MBC와 SBS는 건설 노동자들의 구속 여부에만 관심을 뒀다”고 밝혔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 눈치 보는 방송사들

마지막으로 김 기자는 “방송보도가 이번 포스코 사대와 같이 파업이 발생하면서 노동자의 요구와 그 요구가 왜 나왔는지에 대해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의 파업은 영원히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며, “파업은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적어도 방송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 이번 건설 노동자의 포스코 점거의 경우 그 불법성만을 논할 게 아니라 그들의 처한 환경과 사회적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논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 포항플랜트노조 상경투쟁단 김진배 단장. ⓒ 이정훈

토론자로 나선 이수봉 대변인(민주노총)은 “이번 포스코 점거 사태에 대한 방송사들의 보도 태도에서 ▲ 언론이 폭력 노조 그리기에 성공했으며, ▲ 언론인들도 조정당하고 있으며, ▲ 전문 기자가 없으며, ▲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포항플랜트노조 상경투쟁단 김진배 단장이 나와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에 대해 언론이 호도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단장은 ▲ 13일 당시 점거는 우발적이었으며, ▲ 대체 인력 저지를 하다가 포스코 정문 앞에서 경찰에 밀렸고, 이에 본사로 이동하게 되어 본사에 들어가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권력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전 출입이 가능할 때 음식 조리를 위해 LPG 가스통과 요리 기구 등을 들어갔다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용하게 되었다”고 하며, “이것을 두고 방송에서 마치 투쟁을 위해 준비할 물품으로 보도한 것은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제대로 보도한 신문사에 광고 철회하는 기업 때문에

이날 토론자로 나선 조준상 위원장(신문통신노조협의회)은 토론회가 진행되는 사이에 걸려오는 전화 덕분에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했다. 조 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그나마 본질적으로 잘 기사를 썼던 한겨레신문에 포스코 측이 광고를 중단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사과했다.

손석춘 논설위원(한겨레신문)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김광선 기자(PD 저널)와 윤익한 회원(언론모니터 Y)의 발제, 박정호 기자(KBS)와 조준상 위원장(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이정희 기자(매일노동뉴스)와 이재영 기획위원(레디앙), 이수봉 대변인(민주노총)과 추혜선 사무차장(전국언론노조)의 지정토론 순으로 이어졌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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