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는 것

산에 다니다 보면 이런 저런 일들을 겪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차 얻어 타기’입니다. 강원도 깊은 산 속을 헤매다가 저녁나절에 하산하면 집도 절도 없는 두메에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대처에 나가야 서울 가는 버스를 타는데, 오가는 차는 고사하고 사람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곳에서 십리 이십리 무작정 걸을 수도 없고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를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놀라운 것은 우리 일행 대여섯 명이 손을 들면 소형 트럭이건 승용차건 많은 차들이 망설임 없이 우리를 태워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운전자 대부분은 남녀를 불문하고 젊은 분들이라는 겁니다. 차를 타고 가며 얘기를 나눠보면 탁 트인 분들입니다. 요새 젊은 분들이 그렇습니다. 참 세상 많이 달라졌지요?

일전에는 산행을 마치고 설악산 입구 용대리 어느 매점에서 물건을 산 뒤 강변에 나가 쉬다가 깜박 잊고 사진기를 돌 위에 놓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분실한 걸 알고 어찌어찌 해서 그 매점 전화번호를 알아내 여주인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이 분이 가게를 잠시 비워두고 드넓은 강변에 나가 기어이 사진기를 찾아내 택배로 부쳐주어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 분도 젊은 사람이었습니다. 이 분들 신세를 언제 갚지요?

반면 어느 모임에서는 사소한 오해 때문에 둘로 갈라선 회원들이 상대편 보기를 무슨 벌레 보듯이 하는 걸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얼마든지 화해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서로 자존심만 내세우고 버티는 겁니다. 다들 나이 드신 분들입니다. 마음이 돌처럼 굳어진 겁니다. 저도 더 나이 들면 그렇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비교가 그리 적절하지는 않습니다만.  하긴 중요한 것은 마음의 나이이지 어디 물리적인 나이이겠습니까?

▲묵상: 푸른 숲의 물오른 나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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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과 묵상>은 성공회 영성센터에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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