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하나투어

늘 혼자 집을 지키는 아내가 안쓰러워

큰 맘 먹고 저녁 안 먹고 들어갔더니

어둑어둑해 오는 방에 불도 안 켜고

소파에 기대어 반은 누웠는데

티브이가 혼자 왕왕거리는 것 같아

왜 이러고 있어요 하며 살펴보니

뭔가 잡기장 같은데 열심히 쓰고 있다

응 영어 단어 외우는 건데 치매 예방에도 좋다네요

환하게 웃는 척 쳐다보는데

티브이에서는 젊은 영어 강사 남녀가

깔깔대며 생활영어를 강의하고 있었다

다리 힘 빠지기 전에 한 번은 갔다 와야지 하며

마음 맞는 동무끼리 미국 여행을 계획하면서

그래도 길이라도 묻고 뭘 사기라도 하려면

기초 영어라도 다시 배워야겠다며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뒤지더니

말공부를 시작했었는데

사실 여행계획에 경비 조달이 가장 큰 문제여서

어찌어찌 자르고 졸라매고 해서 맞췄는데

그 뒤에 누구 꼭 도와줄 일이 생기자

트럼프 보기 싫어 안 되겠다는 둥 핑계를 찾더니

드디어 포기를 해버린 터였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래도 미련이 남아

치매 예방 운운하며 미국말 공부 하는 걸 보니

마음이 짜르르 아파왔다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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