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논란이 있으면서,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이 있을 때마다 나는 왕따였다.
대부분의 논쟁은 논리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줄기세포 원천기술의 존재여부, 논문의 학문적 검증, 수정란 바꿔치기 등의 진위를 다루기 이전에 이미 황 박사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특히 내가 주로 접하는 기독교의 밑바닥 정서는,
설사 황 박사가 배아 줄기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의 연구를 계속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논문조작 시비가 나온 김에,
그의 위험한 연구를 중단하게 하는 것을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선한 행위로 여기는 듯 했다.
황박사가 최악의 상황에 몰려 좌절하고 있을 때 난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달랬다.
‘그가 진짜면 어떤 방법으로 건 연구를 재개할 것이고, 그가 가짜면 이렇게 사라질 것이다’라고….
난 황박사의 논문과 기술의 진위에 대한 답을 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다만 신과 인간 사이의 장벽을 그어놓고 과학을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면서
원천적으로 과학의 발전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중세적 기독교계와,
일각의 진보진영에 대하여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종교와 과학과의 관계는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를 비롯한 수많은 자연과학자들을
종교 권력자들이 억압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죽이기를 서슴지 않은 사례가 수없이 많다.
종교가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였던 시기,
이른바 중세 암흑기에 파열음을 낸 사람들은 이성을 중시하는 계몽주의 과학자들이었다.
사람들은 그 시기를 ‘르네상스’시대라고 한다.
계몽운동의 결과는 카톨릭 내부를 뒤흔들어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나고 세상이 변혁되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은 마치 ‘종교’와 ‘과학’이 대립한다는 인식을 보편화 하였다.
기독교 일각에서 벌어지는 ‘진화론’과 ‘창조론’간의 논쟁도 종교와 과학이 대립적이라는 인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과학에서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프로이드 심리학 등을
인류 발전의 획을 긋는 대사건으로 여기고 있으니,
종교와 과학의 갈등은 예사가 아닌 듯 보인다.
난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과학’을
‘하나님의 창조질서의 비밀을 알아가는 인간의 노력’이라고 정의해 본다.
‘자연과학’은 우주와 지구의 피조물들을
어떻게 신이 창조했고 다스리는 법칙을 사람이 알아가는 과정이다.
‘사회과학’은 신이 이 피조세계에서 사람의 지위를 어떻게 지워주었고,
사람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에덴’처럼 이상적일 것인가를 밝히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며,
‘인문과학’은 인간내면의 영적인 문제와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밝히고,
신이 부여한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것인가를 밝히는 과정으로 규정해 본다.
난 사람이 ‘과학’하는 것은 종교와 갈등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오히려 과학은 하나님의 뜻(진리)과 계획을 헤아려야 하는 인간의 당연한 임무이다.
‘과학’은 ‘종교’를 심화 시킨다.
그러므로 당연히 과학의 목적은 ‘인간의 행복’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물리학, 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철학 등 모든 학문의 귀결점은 인간이다.
인간이 지니는 고통의 요소들을 없애고 인간의 절대 행복을 이루는 원리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신의 계획임을 밝히는 것이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신학이 학문의 영역에 속한다면 신학도 ‘과학’이다.
신학의 궁극적인 관심이 신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면,
신학의 귀결점도 결국 인간이 되어야 한다.
‘과학’이 빠진 ‘종교’는 신의 계획을 헤아리지 못해 결국 신의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교수의 연구가 신의 계획을 수정할 능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인간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 건강하게 살면서 하늘의 뜻을 이 땅에서 실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계획이라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황교수의 연구가 그 소망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비윤리적인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데,
그것을 방지하는 것은 과학자만의 몫이 아니다.
윤리학자나, 사법당국, 그리고 오히려 종교의 몫이다.
양진규 servant4u4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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