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누구요? - 김산과 나운규의 백년 아리랑>(김경원, 한빛코리아). 이 작품이 남북 공동 합작으로 공연되기를 희망하는 뜻을 담은 김산의 아들 고영광의 글과 서명. © 한빛코리아

<당신 누구요? 김산과 나운규의 백년 아리랑>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은 김산과 나운규가 치열하게 살아낸 일제강점기를 통해 오늘 우리 민족이 넘어야 할 아리랑 고개는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남북한 연극합작을 위한 첫 희곡집’이라는 설명처럼 무대공연을 위한 것으로 김산과 나운규의 삶을 다룬 두 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을 연극 속 영화로 보는 재미도 주고 있다.
 
처음 책을 읽으며 아쉽게 느껴진 것은 김산과 나운규라는 사람의 각자 삶을 이렇게 뭉뚱그려서 표현하기 보다는 한 사람의 삶이라도 깊이 있게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니 이것은 김산과 나운규가 주인공인 희곡이 아니라 ‘아리랑’이 주제이며, 주인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 시대 진정한 '아리랑'은 무엇인가?
 
김산과 나운규는 그들의 탄생 백주년을 즈음해 타임머신을 타고 서울에 온다. 김산은 다 부르지 못한 노래 ‘아리랑’의 흔적을 찾기 위해, 나운규는 자신이 만든 영화 아리랑의 원본필름을 찾아 헤맨다.
 
이들이 찾으려는 아리랑은 당시에는 조선의 완전한 자주와 독립이었으며, 현재의 우리가 넘어야할 ‘아리랑 고개’는 남북 대단결로 민족주체를 확립하는 길인 것이다.
 
조선민족영화 1호로 불리는 아리랑을 감독, 주연한 나운규와 중국에서 조선혁명을 꿈꾼 사회주의자 김산의 삶은 개인의 삶이면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전형으로서 그려지고 있다.
 
한편, 엘비스 프레슬리, 클리크 리처드, 신디로퍼, 마이클잭슨, 마돈나 등 미국의 대중가수들이 중간 중간 전혀 개연성 없이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연극을 염두에 둔 장치로서 글로는 느끼기 힘든 부분이지만 미국의 대중문화에 깊게 빠진 우리의 문화현실을 비유한다.
 
체 게바라는 문화 아이콘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우리 민족의 김산, 나운규 등은 이 땅에서 잊혀왔기에 이러한 지적은 아프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수많은 김산과 나운규들이 살아낸 그 시절의 ‘아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아, 한반도는 외세의 간섭과 전쟁위협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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