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천천히 먹어."
"넌 왜 소시지만 먹니?"
"말 많이 하면 손해일 텐데. 히히히히."
"야, 너 밥알 튀어."
진짜 맛있다. 색깔도 울긋불긋, 초록, 노랑 등 가지가지다. 먹다가 보면 입에 들어왔다가 나간 밥도 스파이처럼 양푼으로 잠입한다. 말하다가 튀어나온 밥 알갱이 몇 알도 투입된다. 그래도 묻지 않고 웃으며 먹는다. 나도 그랬고 너도 그랬으니 책임을 물을 것도 없다.
혼자 독주해서 많이 먹는 것은 허용되지도 않는다. 속도를 조금이라도 빨리하면 바로 옆에서 건의가 들어오니 그러지도 못하겠거니와, 눈치 보여서라도 할 수 없다. 이런 마당에 말을 많이 해대는 아이는 눈치 없는 아이가 된다. 적당히 말하며 먹는 아이가 지혜롭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말로나 표정으로 웃기면 큰일 난다. 심하게 웃기면 밥알이 많이 튀어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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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아모의집에선 이런 식의
식사가 낮설지 않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비빔밤을 먹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우리의 단골메뉴가 '엔도르핀 비빔밥'이
된다. ⓒ 송상호 | ||
그렇게 식사를 끝내면 양푼 주변에도 파편이 있기도 하고, 얼굴에도 묻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서로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엔도르핀을 반찬삼아 먹었기에 밥은 정말 맛있었던 것이리라.
이렇게 신나는 비빔밥을 먹는 일은 더아모에선 흔한 일이다. 마을 아이들이 모여들다 보니 (10명 내외) 점심은 반찬으로 해결하지만, 저녁은 남은 반찬 다 끌어 모아 양푼에 비벼 먹는 일이 자연스러워진다. 아이들도 따로 반찬 먹는 것보다 더욱 좋아한다. 아이들은 평소 잘 먹지 않는 반찬도 양푼에 같이 동거하는 반찬은 스스럼없이 먹는다.
편식 없애는 데는 비빔밥이 최고다. 밥 차리는 사람도 편하고 아이들도 편하다. 그래서 나의 식단 차리기 단골 메뉴는 비빔밥이 자주 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침에 아내가 해놓고 간 찌개랑 반찬을 섞으면 훌륭한 비빔밥이 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보면 참 원시적이고 비위생적인 식사법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결코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런 광경들이 그리 보기 힘들지 않았다. 형제가 많은 가정일수록 이런 광경은 흔했다. 지금도 가정에서 이런 식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게다.
우리 더아모에선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식사부터 '더불어 사는 연습'을 자연스레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재미로 먹는 것이지만 말이다. 하여튼 오늘 저녁 자녀들과 함께 한 번쯤 이런 비빔밥 먹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엔도르핀 비빔밥' 드시려면 더아모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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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송상호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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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