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권단체들이 연합이 되어 11월22일 오전 11시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무기한 점거 농성을 선포했다. 중증장애인과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100여 명이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11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점거한 것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이들은 ▲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 최저임금법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을 요구했다. 이들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과 중증장애인 노동권 3대 요구안 논의를 위한 협의기구 설립을 요구하며, 무기한 점거 농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중증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 자녀를 둔 부모 100여명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점거하고 무기한 점거농성에 들어가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병희

이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제시한 것에 따르면 2016년 장애인 경제활동지표에서 전체 인구의 고용률은 61%인 반면 장애인 고용률은 36.1%로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체 인구의 경우 63.3%이나 장애 인구는 38.5%로, 장애인은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기초생활수급권자 등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단을 점거한 장애인들은 “현재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인 인권활동 관련 NGO 단체에서 동료상담, 인권상담, 인권교육, 자기권리옹호, 편의시설 조사 등을 하며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실현하고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사회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중증장애인들이 ‘노동으로써’ 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국가가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활동들을 공공일자리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 이들은 바로 이 81만개 중 1만 개를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법 7조에서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법 조항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2016 장애인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임금 근로자의 최근 3개월 임금분포 중 법정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28.1%로 장애인 4명 중 1명은 10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에 대해서는 이미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한국에 권고한 내용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최저임금 적용에서 배제되는 장애인에게 임금을 보조해주는 임금 체계를 도입할 것과 보호 작업장을 지속하지 말 것”을 한국에 권고하며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라고 적시하고 있다.

에큐메니안은 기자회견 후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잠시 인터뷰를 나눴다.

▲ 충분히 말씀해주셨는데요, 점거를 하시게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 여기보시면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UN이 2014년도에 적용 제외는 잘못되었다고 권고가 있었어요. 저희가 이에 대한 대안을 요청했는데, 고용노동부는 전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어요. “중증장애인 노동은 보호 작업장 중심의 노동이 다 보장한다.” 이런 식이에요. 이에 대해 우리는 그게 아니다, 그런 게 대안이 아니다, 대안을 만들어서 제안해 달라고 했죠. 그래서 우리가 공공부문 일자리 1만개를 해달라고 3~4개월 전부터 요청했는데 이에 대해 전혀 대답이 없어서 이렇게 점거하게 된 것이죠. 장관 면담하고 장관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면서 만나게 해달라고 했는데 안 만나 주더라구요. 그래서 우리가 점거를 하기 시작했죠.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장애인 노동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병희

▲ 그러면 오늘이 첫날인데 여기로 장소를 정한 것은?
- 여기가 장애인 노동을 담당하는 곳이에요. 본부는 일산에 있어요. 거기는 아무도 안 봐요. 그리고 여기가 장애인들이 이동도 편하고 직접 와서 이야기도 해야 하니까 여기로 온 것이죠. 그리고 장애인 노동 문제를 해결해 왔던 직접적인 기관이니까요. 일반 노동부에서는 장애인 문제를 다루지 않고 이곳에서만 다뤄요.

▲ 이곳에서의 점거 농성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 네 처음입니다. 광화문 지하차도 같은 곳에서는 농성을 해왔었는데 이곳에서의 점거 농성은 처음이에요. 

▲ 일단 점거 농성은 무기한이라고 하셨는데, 여기서 계속 농성장을 차리시고 두 가지 요구를, 1만개 일자리와 장관 면담을 요구하시는 것이죠? 그렇다면, 농성을 해제 하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 일단 우선적으로 장관 면담입니다. 면담하고 그에 대한 답을 받을 때까지입니다.

▲ 저희를 포함해서 다른 언론사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 우리가 이야기 하는 중증 장애인의 노동에 대해서 이 사회는 관심이 없어요. 정말로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느냐 하는 회의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중증장애인들이 진짜 일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시각을 또 가지고 있어요. 노동에 대해 교육도 제대로 안 시키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는 이 문제가 정말로 심각하다고 봐요. 또 장애인들의 실업의 문제도 그렇구요. 노동을 통해서 이 사회의 변화로 살아갈 수 있을 때 장애인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장애인들의 노동 참여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어요. 사회적 기업, 공공부문 일자리, 중증장애인에 맞춘 선배치 훈련이 있을 수도 있고요. 이러한 많은 방법들을 우리는 제시하고 있어요. 그러나 정부는 제대로 듣지도 않아요. 대안 제시도 없구요. 제대로 안하니까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것이죠. 그냥 근로지원 3개월 딸랑 하고 끝내버리고, 다들 돈 없다, 돈 없다고만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업들에게 장애인 고용 안 한다고 뜯어낸 돈이 1조 가까이 저축되어 있어요. 기금으로 1조를 쌓아 놓고 있어요.

▲ 왜 쌓아 놓고 집행을 안 하는 것이죠?
- 그것을 다 써버리면 공단의 운영의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죠.

▲ 그럼 장애인들에게 가는 것 보다는, 자신들의 운영비로 사용하는 것이군요.
- 그렇죠. 그 기금을 사업비로 쓰는 것이죠. 더 웃기는 건 정부가 기업가들에게 도움을 줘야지 장애인들을 고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에요. 우리들은 그 돈으로 차라리 공공부분 일자리를 만들라고 하는데 우리의 주장을 듣지 않아요.

▲ 기자회견 발언 중에 스웨덴 이야기가 잠시 나왔는데요.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의 개념이 아직 없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 한 번 강조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스웨덴과 비교해서요.
- 스웨덴은 최중증장애인도,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는 노동을 찾아서, 그것을 공공의 일자리로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참여를 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은 그 대신 안전한 복지 혜택을 준다는 것이죠.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니 좋죠.

▲ 그럼 이제 이것은 복지를 넘어선, 노동, 단순 복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그것을 넘어선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 문재인 대통령도 최고의 복지는 노동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복지도 제대로 해주지도 않고, 그런데 일자리도 없어요. 그럼 이게 뭡니까? 복지도 든든하게 하지 않고, 최고의 복지는 노동이라고 해놓고 일자리는 안주고 뭐하자는 겁니까?

▲ 지금 여기 농성 자리는 이 자리로 하시는 건가요?
- 아 여기는 교육도(?) 하고 농성은 저 안에서 사무실에서 계속할거에요.

▲ 아, 저 안에 사무실에서?
- 네. 거기서 하고 여기는 오늘, 너무 사람들이 많이 와서 기자회견 하려고 여기 온 거고요.

▲ 그리고 더 해주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 예. 우리는 좀 다른 시각들을 제시하려고 하는데요, 이것을 SDG라고 UN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Leave No One Behind”라는 표어가 있어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한 것이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목표다. 그런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 장애인들은 항상 배제되어 왔죠. 그래서, 이런 인권의 이해나, 권리라는 게, 그리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면, 우리를 배제시키지 말라. 그런 거죠. 특히 노동에서.

▲ 특히 장애인들 중에서 중증 장애인들이 더 심각한 문제인 건가요?
- 중증 장애인들은 노동의 가치로도 생각도 안 해요, 그냥 배제시켜버리거든요. 그래서 장애인의 경제 활동 인구가 67%로 안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경제 활동 참가율은, 전체 인구는 63.3%인데, 근데 장애인 인구는 38.5% 밖에 안 되죠. 그러면 나머지 60% 가까이는, 15세 이상의 성인 남녀의 중증 장애인들의 60%면 경제 활동 인구로도 보지 않아. 실업율에도 안 들어가지요.

▲ 실업율에도 안 들어가고 경제활동에도?
- 그 사람들은 그냥 저희들 사회에서는 기생적 존재로 보는 거죠.

윤병희  ubiquitas@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