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나 ‘긴급구조 911’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구조된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황당함으로 비슷합니다. ‘이런 일이 저에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단지 TV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물론 경기북부나 강원도처럼 수시로 수재를 당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분노와 절망으로 다르기도 합니다. 매체의 발달로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지금, 우리는 안방에서도 짜릿한 스포츠 경기나 참혹한 전쟁의 현장을 더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 중에서 최근에 일어난 폭격과 학살의 모습은 그 잔인함 때문에 우리 기억에 더 오래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학살, 테러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람 혹은 집단에 따라 서로 다릅니다. 그 다름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거나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의 진의를 쉽게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회적인 사건이나 개인적인 일의 판단 기준과 근거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한 사람이나 집단의 잘못된 판단은 더 큰 희생을 일으키거나 한 개인의 인권을 짓밟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학살을 정당화하는 것일까

오늘 우리가 읽은 성서의 본문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빌라도가 예루살렘에서 희생제사를 지내려고 하는 갈릴리 사람들을 죽여서 희생제물과 섞은 일이 그것입니다. 이 일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근거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러한 만행이 로마 총독인 빌라도에 의해서 일어났고, 그 사건이 유대인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사건의 원인이나 책임을 두고 저마다 의견이 분분했던 것같습니다.

▲ 지난 6월 11일 평화를 위한 현장예배 (향린공동체)‘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를 위한 활동은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만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한반도의 평화, 즉 우리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일입니다.

특히 예수님의 대답에 의하면 빌라도에게 학살당한 갈릴리 사람들이 죄가 많아서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자기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이 갈릴리 사람들이 이런 변을 당했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리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누가복음에는 찬찬히 들여다 보면 해석하기 곤란한 구절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해석한 대로 받아들이면 별 고민 없이 넘어 갈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그 구절의 중심에 있는 예수님의 활동과 말씀이 모순을 일으키게 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빌라도에게 학살당한 사람들이 다른 모든 갈릴리 사람들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서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말 때문에 학살 당한 사람들도 죄인이고, 그 죄 때문에 빌라도에게 학살당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그들은 죄 때문에 학살당했으니까 너희들은 회개하라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빌라도는 무고한 사람을 학살한 사람이 아니라, 죄인을 처벌한 심판자나 더 심하게 말하면 하느님의 대리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미국 대통령 부시가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대량으로 학살한 것은 하느님의 당연한 심판이라는 논리를 정당화하는 것과 같게 들립니다. 또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의 민중들은 죄인이기 때문에 죽임을 당한 것이라는 억지를 인정하는 꼴이 됩니다. 참으로 난감합니다.

돌이키지 않으면 '당신'도 죽을 것이다

본문을 해석할 때에 이러한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열쇠가 있습니다. 우선 빌라도에게 학살 당한 일을 “변”이나 “해”라고 해석하는데, 희랍어 πάσχω(pasko)는 “고통당하다”라는 의미로 유월절 희생을 설명하는 πάσκα(paska)와 연관이 있습니다. 우연한 사고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 빌라도의 학살에 의해 희생과 고통을 당한 것을 말합니다. 다음은 회개하지 않으면 망할 것이라고 했는데, ἀπόλλυμι(apolluimi)는 “멸망시키다, 죽이다, 사형에 처하다”라는 의미로 단순히 망하는 것이 아니라 죽임을 당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열쇠는 회개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나 틀에서 벗어나서 본래적인 의미로 돌아갈 때에 주어집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회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에게 회개는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으며, 그 의미도 자기의 잘못이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μετανοέω(metanoeo)는 “자기 마음이나 목적을 바꾸다, 원칙과 습관을 바꾸다, 개혁하다”라는 의미입니다. 회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목적이나 원칙이 잘못되어 있다면 그것을 바꾸고 개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해석하겠습니다. “이 갈릴리 사람들이 이러한 고통을 당했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리 사람들보다 더한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돌이키지 않으면, 모두 그와같이 죽임을 당할 것이다.”

다음에 살펴볼 것은 빌라도에게 학살당한 갈릴리 사람들이 자기들의 죄 때문에 죽은 것이라는 소문입니다. 빌라도의 학살을 피해자의 죄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러한 소문을 낸 사람들은 누구이겠습니까? 이미 로마에 아부하면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대제사장들과 그들의 측근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로마의 지배와 폭정에 불만을 품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더 이상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마 권력이 죽인 사람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그들이 유대 민중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을 수월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회개, 불의한 죽음을 나의 일로 받아들이는 것

예수님은 계속해서 같은 내용의 사건을 말합니다. “실로암에 있는 탑이 무너져서 치여 죽은 열여덟 사람은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 평택미군기지확장이전이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에 동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명백한 만큼, 정부는 오히려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돌이켜 그들에 의해서 일어날 전쟁을 막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생명과 평화가 심각한 위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 자연재해나 사고로 죽은 사람이 결코 그들의 죄 때문에 죽은 것만은 아니고, 사회나 개인에 대한 하느님의 경고라는 내용으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K교회의 K목사는 남아시아를 강타했던 쓰나미가 불신자들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뉴올리언스를 순식간에 덮어버린 해일은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겪는 태풍이나 홍수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 수시로 일어나는 지하철이나 도시가스 폭파사고와 다리나 건물의 붕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니라 사회에서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러한 해석은 앞에서 말한 사건보다는 덜 부정적으로 인용되기는 하지만, 예수님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 사건이 회개를 촉구하는 사례로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위 사건의 결과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다시 본문을 살펴보면, 실로암에 있는 탑은 단순한 건축물이나 예술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적군의 접근을 감시하는 망대입니다. 또한 πίπτω(pipto)는 “넘어지다, 쓰러지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 망대가 무너지는 것은 습격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로암의 망대가 무너진 것은 자연재해나 인재가 아니라 의도적인 습격에 의한 살인행위입니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빌라도의 학살과 실로암 망대 습격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같은 내용이 됩니다.

그러면 두 사건에 대한 예수님의 결론인 회개는 어떤 의미가 됩니까? 여기에서 회개는 학살과 습격의 궁극적인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너희”들에게 어떠한 준비와 행동을 해야 하는 지를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무고하게 학살당하고 습격당하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몰아가서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통과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하여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일깨우는 것입니다. 그들의 학살과 죽임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로 받아들여서 학살과 죽임이 더 커지는 것을 막는 일에 참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평택 강제철거는 '남의 일'일 수 없다

회개는 목적이나 원칙이 잘못되어 있다면 그것을 바꾸고 개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도 그들과 똑같이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학살과 죽임을 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회개의 결단은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고, 자기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이 나를 위한 희생임을 알고, 회개하여 나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미국이 자행하는 침략전쟁, 미국의 대리자인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과 학살, 미국이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대북한 전쟁준비와 협박과 경제봉쇄정책. 이 모든 일이 나와 무관한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이 모든 일은 우리의 생명과 평화가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전쟁과 파병을 반대하고 침략을 규탄하는 것은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일입니다. 더 이상 그들의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를 위한 활동은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만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한반도의 평화, 즉 우리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일입니다. 이틀 후인 12일이면, 국방부는 대추리에 있는 주택강제철거를 강행한다고 합니다. 주민들(국민들)과 평화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엄청난 공권력을 동원하여 주민들에게 공포감과 무력감을 심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주택강제철거의 야만성과 비인간성은 국가폭력의 위험성을 잘 보여줍니다.

정부는 야만적 마을공동체 파괴와 비인간적 주택강제철거를 중단해야 합니다. 정부는 더 이상 주민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짓밟지 말고, 평화를 위해 애쓰는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공권력으로 묵살하지 말고, 국가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적 행위를 돌이켜야 합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이전이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에 동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명백한 만큼, 정부는 오히려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돌이켜 그들에 의해서 일어날 전쟁을 막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생명과 평화가 심각한 위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수 많은 사건들을 보면서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처럼 생각하고 돌아보아 회개하는 일, 이것이 지금도 우리를 부르시는 예수님을 따르는 길입니다. 모두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길에서 지칠 때 하느님의 위로와 용기가 임하기를 빕니다.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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