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을 갈라놓았던 12가지 편견 극복을 위해

남북, 북미 대화가 한창 무르익고 있는 요즘 꼭 읽을 필독도서라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교포 학자로서 그간 50여 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평화 올림픽을 통해 한반도에 감도는 평화의 기운을 예감했던 저자가 분단 70년 매듭을 풀기 위해 북에 대한 우리들 무지를 크게 일깨웠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앞서 읽은 탓에 본 글을 주저했으나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 시간을 내었다.

그간 북쪽 현실을 옳게 이해하고자 많은 정보를 듣고 읽어왔지만 늘상 편향된 보수언론에 휘둘려 남북 현실에 대해 소신 있게 생각을 펼치지 못했다. 졸지에 자기검열에 익숙해진 탓이겠다. 하지만 본 책 『선(線)을 넘어 생각 한다』를 통해 거짓 정보로 백성의 눈과 귀를 막았던 보수정권의 민낯을 여실히 보았고 마음 깊이 감춰둔 생각들이 옳았음을 재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부분적으로 편향된 부분도 있었으나 그의 판단을 믿고 싶었다.

만주에서 태어났고 미국으로 건너가 정치학자로서 북한을 오갔으며 미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 남북, 북미 지도자들의 만남을 주선했던 박헌식 선생과 한반도 미래를 위한 최후진술과도 같은 이 책에 대해 이 땅의 사람들이 크게 감사할 일이다. 본 책은 분단체제를 고착화 시킨 12개 주제에 대해 서울신문 기자인 강국진이 묻고 박한식이 답하는 형식으로 집필되었다.

본 책을 읽으면서 드는 첫 생각은 소크라테스가 말한 ‘무지의 지’였다. 북쪽에 대한 우리들 지식이 일천했음에 매 순간 가슴을 쳐야했기에 말이다. 배움이 없어 몰랐고 알면서도 사실로 여길 수 없었다. 본론에 앞서 저자는 두 가지를 전제했다. 전쟁 없는 한반도, 곧 남북 간 대화를 위해 북한에 대한 ‘신뢰’와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수용하는 일이다. 지금껏 북한은 악의 축(軸)이었기에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었다. 아울러 우리(정권)들 호불호로 자의적으로 해석된 상상과 허구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남북을 단절 시킨 12가지 편견 극복을 위해 북한을 먼저 신뢰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자고 했다. 지금과는 달라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까닭이다. 북쪽과 수없는 만남을 이룬 국제 정치학자의 시각에 충분히 공감하며 저자가 말한 12가지 편견을 정리해 보겠다.

첫 번째 편견은 북한 붕괴론이다. 김일성 주석 사망시점부터 위정자들은 북한 붕괴론을 내세웠다. 미국 역시 북한 붕괴론에 무게를 두고 대북 정책을 폈다. 하지만 저자는 북한이 아니라 북한 붕괴론이 붕괴되었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식량문제로 수백만이 아사했어도 북한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붕괴는 체제를 유지하는 정통성, 곧 김일성 주석에 대한 믿음과 주체사상이 실종될 때나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처럼 목하 북한 또한 체제유지를 위한 상징체계를 확대, 재생산중이다. 설령 쿠데타가 일어날지라도 국가 자체의 시스템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외세에 맞서 자주성에 뿌리를 둔 이들의 국가정통성이 종교, 신조화 되어 있는 탓이다.

물론 북한에도 비판적 지식인이 있겠으나 불만을 순치시키는 제도 또한 발달되어 있다. 그렇기에 내부적으로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동시에 보수정권 10년이 그랬듯 외부적 강제력을 갖고서 북한을 전복시킬 수도 없다.

지금껏 대북제제 안(案)은 한 번도 성공치 못했다. 중국이 돕고, 소련이 지원하며 내성이 생긴 까닭이다. 대북제제는 종국에 북한을 중국 품에 안기도록 할 뿐이다. 개성공단 폐쇄의 피해자는 오히려 이 땅의 중소 기업인들이었다.

북한 붕괴를 장마당 활성화와 연계지우는 시각도 있다. 북한 역시 자본주의화 될 것이란 주장을 펼치면서 말이다. ‘경제발전’을 국론으로 내세우며 사유재산을 인정하나 이런 추측은 크게 잘못되었다. 조선 노동당에 의해 시장이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보다 조직이 여전히 우선한다. 예컨대 1등을 한 학생이 상(償)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학교가 상을 받는 식이다. 개인 간의 무한 경쟁을 결코 허용치 않는다. 이들의 최종 구상은 조선 노동당과 자본주의의 양립에 있다. 그렇기에 북한붕괴를 전제로 통일대박을 말했던 지난 정권이 참으로 허무맹랑하다. 북한이 무너지면 통일은 요원하고 동북아 균형의 균열로 오히려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국내적으로 더 큰 혼동이 야기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는 북한을 미치광이에 의한 1인 독재체제로 여겨왔다. 지난 70년간 김일성의 항일 운동을 거짓이라 배웠고 대(代)이은 세습독재를 맘껏 조롱, 폄하했던 것이다. 박정희와 그의 딸이 이 땅의 대통령된 것과 비교당하는 것을 애써 부정하면서 말이다.

물론 저자 역시도 북한을 ‘구호’에 살고 ‘구호’에 죽는 독재국가인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쪽 위정자들은 민생은 뒷전이고 권력만을 추구하는 악한 독재자 프레임을 북쪽에 뒤집어씌웠다. 하지만 울브라이트 장관은 김정일을 ‘결단력 있고 진지한 실용주의자’로 평한 바 있다. 대북제제에도 불구하고 대륙 간 미사일을 발사하는 김정은에 대한 폭언도 아직 귀에 생생하다. 최근 뉴욕 타임즈는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소위 북한 식(式)의 ‘미치광이 이론’이 생존위기를 극복하려는 이성적 판단의 결과라고 좋게 이해했다.

저자는 김정은이 자기 미래의 모습을 중국 덩샤오핑과 중첩시켰다고 보았다. 이처럼 서구 프레임을 벗겨내는 것이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는 첩경일 것이다. 아울러 저자에게 북한은 결코 1인 독재체재가 아니었다. 북한을 지배하는 것은 전체 인구의 1/8에 달하는 조선 공산당인 것이다. 이들 조선 공산당은 주체사상에 입각하여 민족(하나)을 위한 집단주의 원칙을 따를 뿐이다. 담당자가 바뀌는 남쪽 식(式) 순환 근무제와 달리 업무를 지속시켜 해당분야의 전문가를 키운 것도 집단주의 운영 방식의 하나이다.

김정은이 자기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것을 두고 남쪽에서 말이 많았다. 하지만 선당후사(先黨後私) 원칙을 깨고 막대한 이권을 사사화한 장성택 처형을 당(黨)이 결정했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북한이 김일성 왕국인 것을 인정했다. 김정남 살해역시 정통성(백두혈통)유지 차원에서 발생한 까닭이다. 더구나 장성택이 그의 후견자였으니 말이다. 혹자는 충성경쟁에서 비롯한 사건일 것이라 추측한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야 할 것이다. 북한을 움직이는 실체를 말이다. 여기서 선군(先軍)정치와 군부독재간의 개념 분리가 필요하다. 저자는 양자의 분리를 주장하며 선군정치를 주체사상과 연루시켜 이해하였다.

북쪽에서는 ‘서기’(BC) 대신 ‘주체’를 연호로 사용할 정도로 주체사상을 강조한다. 그 핵심에는 의당 김일성을 神처럼 숭상하는 수령화가 있다. 이를 보충하여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이란 개념이 생겼다. 그렇기에 저자는 주체사상을 ‘인간을 중심한 형이상학적 철학’이라 불렀다.

항일투쟁에서 생겨난 주체사상은 반(反)제국, 반(反)외세의 성격을 지으며. 민족의 신성성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일제 강점기와 분단경험, 전쟁(6.25)에 대한 기억 그리고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중소간의 대립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한 탓이다. 그 핵심은 민족 없는 개인은 생각할 수 없다는 집단적 민족주의에 있다. 이것이 북한을 지배하는 유일사상이다.

김일성 시기 만들어진 주체사상에 근거하여 김정일은 선군사상을 개시했다. 주지하듯 선군사상은 군(軍)을 우선시 했으나 인민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명백한 방향성을 지녔다. 모택동의 중국 공산당에서 배운 지혜였다. 자신의 통치가 불안정했던 초기 정황에서 김정일은 선군사상을 통해 군부의 지지를 받았다.

이렇듯 선군사상은 민족을 위한 집단주의 정체성을 적시, 강조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통념의 군부독재, 5.16 혁명이후 경험한 군부독재와는 이념적 차이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에 있어 양자 간 구별이 모호한 경우도 있었을 터, 군부와의 지속적 갈등설이 회자되는 이유이다.

보수 정권은 북한 인권문제에 초점을 맞춰 북쪽을 비판해 왔다. 핵문제와 더불어 북한 인권이 동전의 양면처럼 엮어져 진보적 통일운동을 옥죄었던 것이다. 최근 북한에 대한 탈북자들의 경쟁적 증언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더욱 핫 이슈로 만들었다. 탈북자들에게 듣고 싶은 말만 청해 들었던 결과였다.

보수정권이 그랬듯이 미국 또한 북한을 ‘인권지옥’의 프레임으로 몰고 갔다. 국민을 굶기며 전쟁에 광분하는 미친 국가라는 것이다. 1990년대 식량난이 가중된 시점에서 인권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그러나 저자는 북한 인권문제를 이 땅 정부들과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순수하게 즉 인류애의 시각에서 접근했는지를 물었다. 오히려 실상은 북한 정권 붕괴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저자는 판단했다.

앞서 말했듯이 탈북자들이 이에 일조했다. 수없는 경우에서 박혀졌듯이 이들의 증언은 편향적이었고 정확치도 않았다. 이들에게 자신이 떠나 온 북한은 끔찍하고 사람 살 수 없는 곳이었다. 이렇듯 과장과 위증이 빈번했으나 이를 근거로 서구는 북한 인권법을 제정하였다.

여기서 저자는 탈북자를 보는 다른 시각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우선 황장엽, 태영호 등 소수 고위 층 가부들을 제외하고는 정치적 난민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고임금을 쫓아 고향을 등지는 경제적 이민으로 보는 것에 동의했다. 더욱 근본적으로 탈북자는 월경(越境) 차원에서 조선시대부터 존재했었다고 말한다.

불행스럽게도 최근 여러 경로로 기획 탈북자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 정부(안기부)뿐 아니라 일본 방송사도 일조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 소재 한인 선교사들 역시 탈북을 부추기는 바, 이 역시 어떤 이유로든 옳지 않다. 기독교 선민의식과 남한은 옳고 북한은 잘못되었다는 이분법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활성화되면 탈북자가 줄어들 것이라 것이 저자의 확신이다. 그렇기에 박한식 선생은 탈북자를 불법 체류 이주 노동자처럼 대할 것을 우리 사회에 권면했다. 종전처럼 탈북자를 이용, 착취하는 대신 경제활동의 장(場)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종종 외국인-주로 미국과 일본인-을 납치, 억류시켜 흥정의 대상을 삼아왔다. 최근 윔비어 사건에서 보듯이 저자는 이것이 정말 북쪽에게도 유익한 일일까를 질문했다. 우선 북한은 돈을 목적하지 않았다. 그보다 자기 체제를 위협하는 경우, 지나칠 정도의 피해의식을 발동시켰다. 사실 여행객을 감안할 때 윔비어의 범죄는 가벼운 것이었다. 남쪽 같으면 훈방조치면 충분했을 행위였다.

하지만 북의 경우 정치 선전물을 손상, 탈취한 윔비어를 국가 전복제로 다스렸다. 15년의 형벌은 가혹했고 그의 죽음은 참으로 억울, 애통한 일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도 윔비어 억류와 죽음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고위층의 정중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응답치 않은 것이다. 비록 성사되지 못했으나 오바바 정부 말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문이 시도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의 눈에 북한은 사람 목숨을 돈으로 흥정할 만큼 가볍고 어리석지 않았다. 단지 자신들 정체성이 훼손당할 시 자존감이 고립된 자신들 피해의식과 중첩되어 과한 액션이 표출될 뿐이다. 저자는 서방국가들에게 북의 이런 모습을 이해할 것을 주문했다.

이 땅의 보수 세력은 북에 대한 햇볕 정책을 ‘퍼주기’로 프레임 둔갑시켜 민주화 정부 10년을 공격했다. 대북 지원이 결국 핵무기 개발을 도왔다는 이유에서다. 하여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대북 인도적 지원을 끊었고 남북관계도 단절시켰다. 중소기업들이 대안으로 생각했던 개성공단마저 퍼주기 사업의 일환으로 호도되어 폐쇄되고 말았다. 정작 북한에서는 햇볕 정책이란 말도 흡수통일과 연계시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현실에서 말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은 북한에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원했다. 식량과 비료가 대북지원의 60 퍼센트 이상을 점유했던 것이다.

또한 남북협력 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북 지원 사업 중 적십자를 비롯한 민간차원의 지원액이 전체의 50 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 철도와 도로 건설을 위해 자재와 장비를 공급했고 금강산 개발은 일종의 투자였었다. 여기서 저자는 보수의 아이콘인 조선일보에 실린 한 기사를 인용했다.

본 신문은 ‘민주정권 10년 간 인도적 지원과 민자(民資)를 포함하여 북에 지원한 총액수가 3조 5천 억 원 정도라 했다. 이를 년 단위로 환산하면 매년 3500억 원 정도가 된다. 이 액수는 실상 큰 다리 하나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에 불과하다. 이 정도 지원을 갖고 ’퍼주기‘로 몰아하는 보수 세력의 공세는 분단체제 유지를 위한 정치적 프레임일 뿐이다. 연평도 폭격이후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국회가 증액시킨 예산만해도 3000억이 넘는다 하니 소위 ’퍼주기‘를 하던 시절보다 국민 지출이 더 많아졌다.

2010년 4월 뉴스위크에 실린 글을 저자는 의미 깊게 소개했다. 북한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한 대학 연구소의 충고였다. 이는 과감한 북방정책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우리들 과제일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늘 의심스럽다. 주지하듯 금번 북미대담이후 김정은은 중국을 수차례 방문했다. 이들의 관계를 옳게 아는 것이 향후 남북대화를 용이하게 할 것이다.

흔히 북중관계를 ‘순망치한’(脣望齒寒)이란 말로 설명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인 바, 입술과 치아의 관계처럼 혈맹지간이란 것이다. 실제로 이들 두 나라는 항일 투쟁을 함께한 역사를 지녔다. 중국인민 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한 이가 전남 광주출신 항일 운동가였고 그의 부인이 중국인이었다. 사진핑 국가주석도 우리 정부에게 ‘북/중 혈맹론’을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북/중 경계선을 정할 때 중국은 일본이 청국에 넘긴 280 제곱킬로미터를 북에 넘겨준 적도 있었다. 지금 북한이 개발에 힘쓰고 있는 압록강 변의 ‘황금평’도 이 때 돌려받은 땅이다.

그러나 혈맹이상으로 실리 추구가 북/중 관계를 실제적으로 결정한다. 경제협력에 있어 중국 의존도–2015년의 경우 수출입에 있어 중국 의존도가 70 퍼센트에 이르렀다-를 한없이 경계하는 것이 북한이다. 특별히 북에 매장된 광석을 중국이 독점하는 상황을 염려한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힘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럴수록 중국 또한 북한을 미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하고 있다.

자국안보(자주외교)과 경제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과 미국 그리고 소련과의 등거리 외교는 대단히 중요하다. 목하 트럼프와의 북미 대화 역시 이런 선상에서 관전할 일이다. 지금껏 미국은 대북제재의 실패를 중국 탓으로 돌렸다. 2천 년 대 접어들며 부시 행정부는 북핵 중국 책임론을 공식화 했다. 이 역시 프레임 싸움의 일환이었다.

미국으로선 북핵문제의 책임을 중국에 돌림으로 자신들 무능을 면피할 수 있었다. 한국 보수 정권도 미국의 이런 전략을 맥없이 추종했다. 북한의 비이성적 태도와 중국의 비호, 이 둘이 북핵 문제를 난관에 빠트리는 상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판단에 회의적이다. 중국도 북의 핵보유를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은 자신의 주체성을 위협하는 외세일 수밖에 없다.

지금껏 우리는 남북관계를 진보/보수의 프레임 속에서 보고 배웠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들 두 프레임을 벗길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자고 권면했던 것이다. 판문점 선언이후 진보, 보수의 틀을 넘어 남북문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본 사안을 위해 저자는 자기 경험에 바탕 하여 대북 정책의 역사를 개괄했다. 대북정책에 관해 그는 노태우-김대중-노무현의 길과 김영삼-이명박-박근혜의 길을 대비시켰다. 노태우를 김대중 앞에 위치시킨 것이 낯서나 저자는 대북정책에 있어 노태우 대통령의 지분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먼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경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알다시피 이승만은 북진통일을 외치며 휴전협상도 거부한 존재였다. 미국 정부조차 그의 존재를 부담스러워 했다고 한다. 박정희 시절(1971년) 남북 간 공식적으로 7.4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란 3대 통일 원칙을 합의했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재정 적자를 줄이는 수단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공식성명서는 휴지조각이 되었다. 남북이 저마다 유신과 수령체제로 귀결된 까닭이다. 80년대 후반 올림픽 게임을 앞두고 남북한 긴장완화를 위해 1980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남쪽의 극심한 홍수피해를 지원하겠다는 북의 제안도 받아들였다. 전두환 시절이었다. 하지만 대북 간첩선의 부산 침몰로 인해 남부관계는 다시 빙하기로 접어들었다.

노태우 시절 북방외교는 저평가된 대북정책 중 하나였다. 북핵 해결을 위한 남한 역할이 적극 부상한 시점도 이때였다. 급기야 서울 올림픽(1988년) 직전 남북동포 간 상호 왕래와 경제협력을 골자로 한 7.7 선언이 공포되었다. 남북 UN 동시 가입도 이뤄졌다. 우리 정부가 외교무대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 공화국’이라 최초로 호칭했다. 하지만 7.4 선언에 따른 남북 공동합의서 역시도 대북협상을 반대하는 강경파들에 의해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이후 김영삼 정권은 대북정책에 관한 한 일관성을 결여했다. 철학과 원칙 없이 여론에 따라 열탕과 냉탕을 오간 무책임한 대북정책을 편 것이다. 그렇기에 김일성과 만나길 그토록 원했던 김영삼을 이명박 앞에 세웠다. 북핵 해결을 위해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지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포괄적 접근’조차 거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북미 대화 이전에 남북 대화를 우선시한 탓이다. 물론 그 뜻은 옳겠으나 국제관계를 무시했고 국제외교에 무지한 결과였다. 그의 재임 시절 카터 대통령과 김일성의 만남이 없었다면 전쟁을 다시 경험할 수도 있었다. 북쪽의 ‘서울 불바다 발언’과 원자력 기구 탈퇴가 1994년의 일이었다. 말했듯이 김일성이 조금 더 살아 김영삼과 만났더라면 김영삼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을 것이다.

김대중 시대에 이르러 정부차원을 넘어 남북 간 민간 교류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소위 햇볕 정책이란 이름으로 안보적 접근을 넘어 평화적 교류를 시작한 것이다. 비록 북쪽에서 흡수통일을 의심했으나 김대중은 ‘선민후관’(先民後管)의 정책으로 마음을 열게 했다. 김정일과 함께한 6.15 공동선언은 가장 큰 치적이었다.

뒤를 이은 노무현의 10.4 선언은 6.15 선언의 실행 계획서로서 남북 협력의 구체화된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임기 말에 이뤄졌고 이명박으로 정권 교체 된 탓에 실행이 어려웠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껏 북쪽에서는 6.15 선언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다. 하지만 북방한계선(NLL)해결의 단초를 마련했고 서해평화협력지대를 구상한 10.4 선언 역시 그에 버금갈만한 중요성을 지녔다.

이와 함께 기억할 것은 2005년 6자 회담에서 합의한 9.9 공동성명서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 중국과 협의하되 미국과 일본을 견인하여 부간 비핵화, 북미 및 북일 수교, 대북 경제지원,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이행을 본 선언서에 담아 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 운전자론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

애통하게도 이런 10년의 대북정책의 성과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금강산 피격사건에 연이어 천안함 침몰 그리고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인해 남북 관계라는 말 자체가 실종되었다. 아직도 쌍방 간의 원인공방이 지속되고 있기에 이명박 정부가 대북 인도지원까지 단절시킨 것은 큰 실책이었다.

이런 격한 사태에서 박근혜 정부가 드레스덴 선언(2014)을 통해 통일대박이란 말을 자랑삼아 써댔으니 북으로선 기막혔을 법하다. 북을 향해 흡수통일을 공식적으로 선포했으니 말이다.

정리하자면 대북 정책의 두 흐름이 있었다. 전자의 경우는 지금 (자유)한국당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듯 ‘북핵 해결 없이 남북관계 없다.’고 했고, 후자는 북핵과 남북 관계를 분리시켜 유연하게 대처했다. 북한이 과도하게 자존심 내세우며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이해하고 인내하되 통일의 주체가 될 일이다. 동시에 외교란 상대가 있는 것이기에 소탐대실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저자가 제시하는 훈수(訓手)가 중요하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통해 먼저 선수(先手)를 치라고 했다. 북쪽이 원하는 바를 통 크게 주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고 전시작전권을 환수할 것을 문재인 정부에게 고언(苦言)하는 것이리라.

정말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겠는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관심하는 정치적 주제가 되었다. 미국의 경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까지 소유한 북과의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북의 비핵화 의지가 실현되길 소망한다. 지금껏 북핵문제는 미국에게 있어 대중, 대일관계의 종속변수였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코자 오바마가 아시아 회귀정책을 시도한 탓이다.

사실 한국전쟁에서 패배를 안긴 북한이 미국에게는 늘상 불편한 존재였다. 더구나 푸에블로호 사건으로 미국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긴 적도 있었다. 핵확산금지조약 탈퇴(1993)를 선언한 북한을 달래고자 미국은 다음해 제네바 합의를 도출해 냈다. 북핵 동결을 조건으로 경수로 건설과 중유 공급을 약속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본 합의는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란 정치적 판단에서 이뤄졌다. 처음부터 지켜질 약속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 김영삼 정부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북미 간의 잦은 왕래를 부담스럽게 여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 이정배(顯藏 아카데미)

이후 부시 정권 역시 제네바 협의에 부정적이었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 칭하며 호전적 태도를 견지한 것이다. 클린턴 정권 시 맺은 미사일 협정-북의 중장거리 미사일 폐지와 미국의 식량지원 약속–마저 폐기했다. 미국 내 군산복합체의 압박 때문이라 저자는 판단한다. 6자 회담(2003)에 대해서도 미국은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 다른 5개국이 북미대화를 요구했던 탓이다.

이런 복합적 이유 탓에 북한이 핵 동결을 해제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플루토늄을 재가동 시켜 핵실험에 성공했기에 미국의 위험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더구나 중간선거(2006)에서 참패했기에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이 달라져야만 했다. 핵시설 가동중단과 자금동결 해제가 맞교환된 것이다(2007).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는 결과적으로 북핵에 대한 소극적 대응의 표현이었다.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북한의 실용적 가치 탓이었다. 북의 핵무장이 일본 재무장화의 빌미를 제공했고 미국으로선 한국과 일본에 엄청난 무기를 판매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이렇듯 오바마 정권은 북한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앞선 언급대로 중국을 압박하면서 말이다.

이런 중에 북은 핵만이 아니라 핵을 탑재시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까지 생산했다. 미국으로선 소탐대실한 경우라 할 것이다. 지금껏 북은 핵개발에 생사를 걸어왔다. 자국 안보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핵 포기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기에 서구 언론이 평가하듯 북핵 개발은 비이성적인 행태가 결코 아니었다. 북한에게 핵은 자국을 지킬 수 있는 길이자 고립에서 탈출할 수 있는 첩경이다. 역설적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종국에는 북한도 핵을 버릴 수 있다. 김정은이 경제에 역점을 둔 것도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한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비상식적인 트럼프가 수장이다. 트럼프의 셈법과 김정은의 셈법이 문재인의 역할에 의해 맞물리고 있다. 북한의 핵 포기 없으면 동북아에 핵 경쟁이 촉발될 것이다. 일본이 호시탐탐 핵무장을 노리고 있는 탓이다. 평화 헌법 9조를 개정하려는 아베 정권의 간계가 무섭다. 그러면 중국이 가만있겠는가?

북핵 제거를 위해 선결될 것은 북한 안전을 보장하는 길밖에 없다. 북한은 제거대상이 아니라 공존할 친구이다.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미 수교를 통해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북핵 제거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가 중요하다. 이미 노태우 정권에서 이 말이 나왔고 금번 판문점 선언에서 재론되었으니 기대하며 지켜 볼 일이다.

본 책 10번째 주제는 ‘분단의 비극, 안보의 함정’이다.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는 분단체제의 폐해를 여실히 경험했다, 분단체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된 결과였다. 그렇기에 분단극복은 민족의 살길로서 해결과제일 것이다. 분단의 시작은 외세로 인한 것이었으나 이것의 고착화는 우리들 책임이 크다.

주지하듯 식민지를 극복하는 방식 차에서 남북이 달라졌다. 항일 투쟁을 이끌었던 김일성과 신탁통치를 원했던 이승만의 차이가 남북 시각의 차이였다. 박정희 역시 친일 유산을 벗을 수 없었다. 6.25 전쟁은 단지 남북 간 전쟁이 아니라 자본(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미국과 소련(중국)간의 국제 대리전이었다.

이후 남한은 미국을 표준이라 여겼으나 북한은 주체를 강조했다. 공산주의 멸망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북한은 미국과 지속적으로 갈등했다. 이로부터 생겨난 남쪽의 비주체성과 북의 경직된 사고는 분단체제를 극복함에 있어 큰 장애였다.

여기서 저자는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그간의 안보 프레임을 벗기고 평화 프레임으로 사유할 것을 주장했다. 주지하듯 9.11 테러 이후 안보 모델은 급작스레 힘을 잃었다. 온 세상이 테러 공포로 위협받기에 이른 것이다. 북한 핵무기도 안보 프레임의 산물인바, 이제는 포기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국제적인 군산복합체의 정치적 관여와 압박역시 허용할 수 없다. 북핵과 군산복합체가 상보적 관계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북핵은 군산복합체의 마중물일 뿐이었다. 북핵 때문에 한국 역시 미국산 무기수입 세계 1위 국가가 된 것이다.

평화적 접근법을 위해 저자는 항차 미군철수를 필요불가결한 조건이라 여겼다. 평화는 지배가 아니라 조화와 평등을 통해 가능한 것인바,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통일을 대박이라 보는 것도 문제이나 손해라는 생각도 옳지 않다.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이 상호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위해 상호간 신뢰가 우선되어야 하겠다.

저자는 개성을 미·중·일 그리고 러시아가 둘러싼 지정학적 요지라고 생각했다. 남북협력의 경제모델로서 개성의 중요성을 맘껏 강조하였다. 본 계획대로라면 800만평의 산업 단지에 인구 100만이 거주하는 큰 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서울 근교에 울산만한 광역시를 상상하면 될 것이다. 군부대를 후방으로 배치시킬 정도로 북한의 관심도 제법 컸다. 남측의 기술과 자본, 북쪽의 노동력과 토지를 결합시킨 상생(相生)적 경제모델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개성공단 폐쇄는 박근혜 정부의 패착이었다. 북쪽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주었으니 역사를 크게 후퇴시켰다. 개성은 통일 이후 수도로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노무현이 제시한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와 맞물리면 개성은 인천과 해주를 있는 삼각 경제지대가 될 수 있다. 반전평화를 상징하는 비무장지대 역시 개성과 맞물려 있기에 개성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해 질 수 있다.

저자는 이곳에 대학, 소위 UN 대학을 세워 세계인을 키울 꿈을 갖고 있다. 70년간 남북이 홀로 발전시킨 기술과 지혜들이 만나는 장으로 활용될 수도 있겠다. 큰 매장량을 지닌 북한의 지하자원, 황해에 묻힌 석유 등은 남북을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남북이 하나 되는 길을 묻는다. 분단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대로가 좋다는 젊은 층도 허다하다. 왜 통일해야 하는가, 어떤 식으로 남북이 만날 것인가 등 많은 물음이 우리 현실에 존재한다. 강대국들이 우리들 하나 됨을 인정할지도 의문이다. 우선 누구도 지금보다 갈등이 깊은 미래를 원치 않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평화로운 영구분단을 선호하기도 한다.

70년간 상호 다른 체제 속에 살았기에 통일은 동질성 회복이라 차원을 넘어서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질성의 포용을 강조했다. 민족이란 동질성보다 체제 이질성을 이해하는 일이 화급하다는 주장이다.

일리 있으나 이를 둘로 나누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고프다. 동질성 바탕에서 이질성도 이해 가능한 것이 아닐지 싶다. 말뜻에는 공감하나 동질성 없는 이질성은 환상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단일문화의 망상을 벗고 이질적 문화에 적극 노출되기를 바라고 있다. 해서 저자는 ‘변증법적 통일론’을 주장했다. 정(正)과 반(反)이 각기 자신을 부정, 극복하는 과정을 우선시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합(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론 평화로운 합(合)을 이룰 수 없다. 이 경우 합(合)은 조화일 것이다. 『論語』가 말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이에 상응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저자는 민(民)주도의 비공식적 대화를 권장했다.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의 경로로, 각기 다른 장에서 많이 만나 대화하라는 것이다. 지금껏 상대방에게 행한 ‘악플’보다 ‘선플’을 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아직 요원한 이야기지만 지금부터라도 남북이 통일헌법을 생각하라고 했다. 한반도의 미래상을 더욱 여실히 탐색할 계기를 얻기 위함이다. 통일은 남북을 없애는 방식으로 기대할 수 없다. 남북 개별정부가 공존하되 통일정부 또한 예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저마다의 이념과 체제, 제도, 생활방식을 존중하면서 한 지붕 안에서 사는 길을 지금부터 연습하면 좋겠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다음처럼 하고픈 말을 정리했다. 남북을 향해 자신이 경제력과 군사력을 더 이상 자랑 말라고 했다. 오히려 자랑할 것은 한/미, 북/중 관계에서 남과 북이 배웠던 지혜라 했다. 지금까지는 이를 상호 비판했으나 이제는 칭찬하라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전제조건 없는 대화’라 했다. 촛불혁명이 분단체제 마저 극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대화의 길로 우리를 밀어내고 있다.

이정배 ljbae@mt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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