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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의 현실과 한국에 온 예멘인들예멘 난민과 한국교회의 디아코니아적 책임 1
홍주민 목사(한국디아코니아) | 승인 2018.08.03 21:08

지난 6월 중순,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예멘 난민소식은 한국사회에 난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다. 문제를 촉발한 사안은 제주도에 상륙한 500여명의 예멘 난민들이 출도제한(4.30)이란 생경한 국가의 법적 조치로 제주도를 떠날 수 없게 되었고, 추후 예멘인들은 한국에 입국자체가 금지(6.1)된 두 가지 정부의 조처였다. 이는 세인의 주목을 끌게 하였고, 필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예멘의 현실

국내 언론 정보를 통해서는 근본적인 답을 얻기가 힘들었던 필자는 해외언론을 통해 예멘의 실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내가 접한 영상은 프랑스 기자가 유엔 직원과 예멘에 들어가 현지 상황을 다큐멘타리 형식으로 한 시간 가량 독일 공영방송에 방영된 것이었다. 이것을 보면서 국내언론과 가짜뉴스를 통해 예멘 난민들에 대한 정보가 많이 왜곡된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예멘의 실상은 가히 충격이었다.

▲ 2015년 독일 난민센터를 방문하여 난민상황을 소개받고 있다. ⓒ홍주민 목사 제공

하지만 난민수용을 반대하고 난민법을 개정하라는 청와대 청원게시판 청원수가 얼마되지 않은 기간안에 이미 수십만을 넘었다는 뉴스는 필자를 혼란스럽게 하였다. 더욱이 이러한 청원으로 정부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이 일탈한 개신교세력에 의해 추동되었다는 사실은 더욱 곤혹스럽게 하였다. 이는 성서의 정신이나 기독교 정신에도 위배되는 사실이기에 그러하였다.

때문에 필자는 이러한 정부와 언론 그리고 일탈한 개신교인들의 움직임에 대해 문제를 느끼며 예멘 난민들의 실상을 바로 알리고 당장 시급한 도움을 어떻게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긴급행동을 시작하였다. 다행히 이러한 필자의 행동에 마음을 같이하는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한 달가량 모금한 디아코니아 헌물로 제주 이주민센터와 대책위 그리고 예멘인들을 돌보는 처소에 긴급도움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 글은 우리에게 갑자기 주어진 예멘 난민사건을 통해 향후 한국교회가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어떤 방향과 전망을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해 정리를 해본다. 이를 위해 예멘의 실상과 세계난민의 문제 그리고 세계의 난민수용에 있어 적극적인 독일 개신교의 디아코니아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의 현재 난민상황과 문제점 그리고 난민에 대한 한국교회의 디아코니아적 책임에 대해 정리해 보기로 한다.

예멘의 상황과 한국에 온 예멘인

“중동의 방글라데시”라 불리는 예멘은 대표적인 세계의 저개발 국가이다. 인간개발지수는 세계 174개국 중 148위이고 인구성장률은 1,870만 명으로 세계 2위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극심한 빈곤으로 인해 보건, 교육, 의식주의 문제가 심각하며 국민소득은 2017년 449달러에 그치고 있다. 영아사망률은 15-31%인데다 산모 사망률은 아주 높아 9명당 1명이 출산과정에 사망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사망의 30%가 감염 예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결핵과 말라리아는 만연되어있고 열악한 의료장비와 약품부족으로 1-2차 진료가 극히 부실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내전이 시작된 예멘은 2014년 9월 ‘후티’라는 시아파(종주국 이란) 반군이 수도 점령하고, 수니파(종주국 시리아) 정부를 남쪽지역으로 내몰면서 내전이 본격화되었다. 2014년 예멘 내전 발발 이래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병원, 보건소, 산업시설 전반을 공습, 파괴, 전면 봉쇄되었고, 예멘 인구의 78%가 마실 물조차 확보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인구 70%에 해당하는 2,000만 명이 식량부족가운데 있고 자국을 떠난 이들이 19만 명에 이른다.

▲ 예멘친구들과 한국인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홍주민 목사 제공

정치적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의 바람이 예멘에도 이어졌다. 32년간 독재로 통치해 온 독재자 살레정권이 붕괴되고 하디정권이 등장하여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예멘의 옛 독재정권을 비호하던 미국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면서 비극이 확산됐다. 2015년 3월부터 2년간 13,600여 명이 예멘에서 사망했다. 기근으로 굶어 죽은 사람만 50,000명을 웃돈다.

지금의 예멘 상황은 초국적 군수물자 카르텔의 담합과 열강의 패권다툼으로부터 기인한다. 대한민국 정부와 군사협정을 맺고 있는 아랍에미레이트도 사우디아라비아와 합세해 예멘 내전에 가담했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180억 원 상당의 탄약을 사우디와 아랍에미레이트에 반출했던 것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폭로로 밝혀진 바도 있다. 현재의 난민 발생 사태에 대한 책임을 한국 정부도 결코 면할 수는 없다.

이번에 온 예멘인들은 대부분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를 통하여 제주에 왔는데, 말레이시아에는 현재 난민이 157,580여명이 있고 그 중 예멘인 2,830여명이 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이들의 범죄율이 0%라는 것이다. 이주민은 아무데나 옮겨 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다. 진지하게 새 삶을 모색하는 이들이며, 상당한 규모의 이동이라면 반드시 역사적 정치적 이유가 있다. 특히 난민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현재 한국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예멘인들과 무슬림에 대한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인 폄훼는 거짓된 정보로 마녀사냥을 하고자하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6월 말 이후 제주를 방문하면서 예멘인들과 숙식과 대화를 많이 했다. 처음 만난 동방에서 온 이들은 시바의 여인 후예처럼 인물도 출중하였다. 이름도 성서의 이름(예를 들어 이스마엘)을 가진 청년들이 많았는데, 만나면서 ‘다름’과의 차이는 단지 ‘새로움’을 향한 창조적 만남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특히 가짜뉴스를 통해 확산되는 이슬람 포비아(공포)내지 혐오는 전혀 근거 없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예의바르고 수줍음을 잘 타고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애잔함이 절절한 그저 보통 사람들이었다.

더욱이 강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끼어 자신들의 나라가 전장으로 초토화가 된 것에 대한 황당함을 설명하는 예멘인들을 통해 우리 한반도의 운명과도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세월호 세대인 스물 어간의 예멘친구들과의 만남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어찌하여 이토록 어린 나이에 세계를 유랑하는 난민신세가 되어 아시아의 끝자락까지 밀려왔는가.

홍주민 목사(한국디아코니아)  juminh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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