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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불쌍하지 않습니다한신대 만우관 옥상 고공단식 농성 다섯째날
김건수 | 승인 2018.09.07 21:44

학생지원팀을 비롯한 학교 당국 관계자분들이 절 계속 찾아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분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전 불편합니다. 마음이 불편하고, 몸도 불편합니다. 제 건강을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을 제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왜, 무엇을 위해 절 찾아오는지를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분들이 연규홍 총장의 부하직원이기 때문에 싫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목숨을 건 이에게 위로의 말을 던져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반은 걸러 듣습니다. 다만 절 위로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절 오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목숨을 구걸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 호소는 살려달라는, 구조의 호소가 아닙니다. 저는 지금의 한신대학교에서 목숨을 더 이상 연명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총장과 싸우겠다는, 크나큰 분노,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삭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제 분노를 보지 못하고 야윈 얼굴에만 초점을 잡으시니 제가 퍽이나 불쌍하겠습니다. 그러나 전 제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거스를 수 없는 정의의 파도에 쓸려나갈 저들이 더욱 불쌍합니다.

▲ 그간 일기를 쓰며 풍경 사진만 올려 식상하실 것도 같고 제 의지도 보여드릴 겸 제 사진을 올립니다. ⓒ김건수

분명히 말합니다. 저는 죽음을 결심하고 이곳에 올라왔습니다. 무슨 대단한 사명감이라고, 비웃는 목소리에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저는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사명감은 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단한 것입니다. 꼬박 대학에서 지낸 4년의 시간 동안에도 여전히 멈추어 있는 민주주의 시계를 이제는 돌려야 합니다. 이 사명감이 소수의, 일부 학생에게만 공유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4년 동안 이 대학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긴 저들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습니다. 이젠 모두가 총장의 잘못을 알고 있는 지금, 이 투쟁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학교가 당신 것이라고 생각하는 연규홍 총장과 그런 면에서 우리는 정반대에 있습니다. 누가 더 옳은지는 초등과정 도덕교과서에 나와 있으니 다시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말하겠습니다. 저는 학교 당국의 의료지원을 거부합니다. 필요하다면 총학생회의 도움을 받아 의료지원을 받겠습니다. 또한 그것 역시 최대한 받지 않을 것입니다. 죽고자 하는 이가 죽어가는 데 무슨 의료지원입니까. 사태의 원칙적인 해결이 아닌 이상 저는 계속 굶고, 계속 이곳에서 농성을 할 것입니다. 저는 제 목숨과 건강을 대학 민주주의에 걸었습니다. 알량한 의료지원으로 목숨을 연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달력을 세며 살 날을, 내려갈 날을 손에 꼽지 않습니다. 사태의 해결을 손에 꼽습니다. 그것이 아니면 전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믿지 못하시겠다, 혹여 허풍이라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우리로선 아주 좋은 착각입니다.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십시오. 그리고 다시 한번 당부합니다. 이젠 기력이 떨어질 때입니다. 의도를 가진 동정으로 절 피곤하게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김건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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