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과 관련해서 사회주의의 변질의 두 번째 특징은 사회주의와 19세기 자연과학과의 결합이다. 사회주의의 세계관은 그 결합을 통해서 자연과학적, 물질주의적, 자연주의적 세계관이 되었다. 또한 사회주의의 모든 세계상에 가장 깊이 영향을 주었던 기계론적 결정론적 사고방식, 모든 삶에 실제적 힘으로서 자연력의 극단적 강조와 진화론적 발전 사상이 사회주의의 세계관에 속한다.

자연과학과 만난 사회주의, 어떻게 타락했나

사회주의는 기계론적 관찰의 방식에 의해서 제국주의적 특징을 가지게 되었고, 소시민들을 멸시하게 되었다. 사회주의는 자연과학적 세계관에 의해서 국가를 신격화했고, 국가 중심주의로 기울어졌다. 사회주의는 여하튼 물질에 대해 정신을 상대적으로 취급하는 상대주의에, 도덕을 경멸하는 자유주의에 그리고 잘못된 비관주의와 낙관주의에 빠졌다.(미주 49)

라가츠는 이러한 사회주의와 자연과학적 세계관과의 결합을 마르크스주의가 그 자신의 역사의 과정에서 체험했던 자신으로부터 타락과 사회주의가 마르크스주의로 되었던 그 자신으로부터의 타락의 길로 특징짓는다.(미주 50)

마르크스주의는 19세기 자연과학적 사고방식을 통해서 점점 그의 종교적 영혼을 상실했다. 사회주의의 종교적 필연성에 대한 메시지는 이러한 방법으로 자연주의적 결정론이 되었다. 그 결과 마르크스의 변증법은 단조로운 발전의 숙명론이, 그의 진리를 위한 투쟁은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현실 정치의 시대에 권력을 위한 투쟁이 되었다. 그의 계급투쟁은 그 때문에 제국주의적 군국주의적 특징들을 받아들였다.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와의 결합을 통해서 소위 과학적 사회주의가 되었다. 그의 변증법적 발전에 대한 신앙은 유일하게 현실 사회주의를 창조하고 담지 할 수 있는 도덕적 힘들의 소환과 교육을 방해하며, 동시에 결정적인 행동을 마비시킨다. 마르크스주의는 모든 문화적 변화는 오직 물질적 관계의 변화를 통해서 결정되어진다고 생각한다. 그의 계급 투쟁론은 폭력 신앙을 동반한 계급 이기주의에 빠졌다.(미주 51) 사회주의는 결론적으로 예언자적 환상에서 언제나 사회주의적 사상의 창조적 힘을 마비시키는 학문적 이론, 체계, 교의가 되었다.

마르크스주의와 물질주의적 또는 자연주의적 세계관과의 결합의 산물인 과학적 사회주의에 대한 라가츠의 판단은 먼저 다음과 같은 근본 명제를 전제한다: “마르크스주의는 학문이 아니라 종교이다.”(미주 52) 그리고 “사회주의 자체는 도덕적(종교적) 이상이다.”(미주 53) 사회주의의 변질은 종교적(또는 도덕적) 세계관에서 타락, 더 잘 표현하면, 불신앙 또는 의식적 신앙 없는 무의식적 신앙, 즉 하나님 없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신앙이다.

사회주의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사회민주주의의 변질의 근본 원인인 학문으로 대치한다: “또한 원인은 동일하다: 불신앙. 사람들은 사회주의적 이념의 힘을 올바로 믿지 않는다.”(미주 54) 그것은 “정신의 중지, 신앙의 제거, 하나님의 배척”이다.(미주 55)

라가츠는 이미 이러한 사회주의의 타락 속에서 마르크스주의와 그와 밀접하게 결합되어진 사회주의의 붕괴 원인을 보았다.

종교적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는 종교적 사회주의를 통해서 과학적 사회주의를 구원하는데 있다. 라가츠의 물질주의적, 자연주의적 그리고 무신론적 세계관과 결합되어진 과학적 사회주의에 대한 투쟁은 오늘날 유럽의 사회주의 정당들의 탈이데올로기화을 통해서, 특별히 그들의 전술적 목표의 변화와 관련해서 실현되었다.

사회주의는 물질주의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사회주의는 물질주의를 통해서 그 자신에게서 이탈하였다.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과 계급 투쟁론이 여기서 문제가 된다. 라가츠는 특별히 다음과 같은 질문에 집중한다. 역사의 마지막 추진력은 무엇인가? 그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 수록되어 있는 사적 유물론과 계급 투쟁론을 마르크스주의의 주기둥과 사회민주주의의 교의적 토대로 이해한다. 그는 사적 유물론을,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처럼, “이발소를 위한 철학”인 형이상학적 유물론에 대립하는 역사적(historisch) 물질주의로 이해한다.

역사적 물질주의는 라가츠에 의하면 역사를 정신적 즉 도덕적 전제가 아니라 물질적 즉 경제적 전제에 근거해서 파악하려고 시도하는 역사 고찰의 한 방법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역사 발전을 시대의 경제적 요인들로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방법이다. 이 물질주의적 방법은 헤겔적 역사 이해와 영웅적 귀족적 역사 이해에 속하는 관념론적 역사 이해와 대립한다.(미주 57)

라가츠는, 물질주의가 잘못된 관념론 또는 영성주의와 세상을 이상화하고 정신의 권리를 대표하는 방식에 대항한다면, 물질주의를 긍정한다.(미주 58) 또한 그는 사적 유물론이 물질과 정신의 형이상학적 관계의 해석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물질적 요인과 정신적 요인들의 관계를 해석하고 또한 역사 고찰의 방법을 서술하기를 원하는 한, 사적 유물론을 긍정한다.(미주 59)

그러나 라가츠는 물질주의적 세계관과 결합하는 형이상학적 유물론과 사적 유물론을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는 정신의 원초적 창조적 힘을 부정하는 물질주의적 또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을 위한 전제를 사적 유물론에서 보았다. 사적 유물론은 역사 철학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피히테, 셀링과 헤겔이 그들의 체계를 위해서 실행했던 것과 같이 학문으로 존재하기를 요구한다.

사적 유물론은 마르크스주의자들 자신의 말에 의하면 자연과학적 방법을 자연과학적으로 충실히 역사 이해에 적용한다. 사적 유물론은 이점에 있어서 자연과학적 세계관과 결합되었다.(미주 60) 마르크스주의는 경제적 발전의 법칙에 따라서 역사의 법칙성을 자연과학적으로 확립한다. 사회주의는 결국 유토피아적 사회주의에 대립하는 소위 과학적 사회주의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라가츠에 의하면 마르크스주의의 근본 오류이다.

역사를 순수한 기계론적-인과론적 원리들에 의해서 이해하려는 시도는 철학적으로 무의미하다. 역사는 오직 “인간적 목표, 인간적 노력, 인간적 가치가 있는, 따라서 목적론적 원리들이 지배하는” 곳에 존재한다.(미주 62)

그러므로 라가츠는 ‘과학적’ 사회주의를 거절한다.

라가츠는 역사의 추진력으로 물질 또는 물질적 관계들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를 비판한다. 그는 먼저 마르크스주의의 물질 또는 물질적인 것의 강조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물질적인 것의 권리는 모든 현실성의 근본 권리이다. 물질은 현실성의 반쪽이다.

또한 그는 사람들이 모든 현실성을 어떤 특정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물질은 하나님의 정의가 물질적인 것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메시아주의의 의미에 속한다. 성서는 영의 힘을 찬양하는 영적인 책일 뿐만 아니라 분명히 거룩한 물질주의를 대표하는 물질주의적 책이다.

그러므로 물질의 강조는 마르크스주의의 종교적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라가츠는 그와 함께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 비판을 온전한 진리가 아니라 위대한 진리로서 긍정한다. 그는 마르크스의 의미에서 계급 도덕, 계급 학문, 계급 학교, 계급 문화 그리고 계급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우리의 모든 문화, 교육, 학문, 우선적으로 우리의 정치, 도덕, 종교의 이데올로기적 정체를 폭로했다. 그것은 마르크스의 위대한 공로이다.

그러나 라가츠는 물질적 요인들, 더 좋게 말하면, 경제적 관계들과 계급투쟁의 요소를 역사의 마지막 추진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가 정신과 종교를 단순히 물질적 관계의 반영 즉 상부 구조로 만든 것은 마르크스주의의 근본 오류이다. 라가츠는 역사의 마지막 추진력은 마르크스주의와는 달리 역사의 피조물이 아니라 역사의 창조자로서 영으로 이해한다. 영은 라가츠에게 있어서 헤겔적 관념론의 의미에서 절대 정신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하나님 자신이다.

그러므로 마르틴 스탤리가 라가츠의 종교적 사회주의를 단순히 관념론으로 규정한 것은(미주 65) 잘못이다. 왜냐하면 라가츠는, 이미 서술한 것 같이, 역사적 유물론 자체가 아니라 형이상학적 유물론의 요소를, 자연주의적 세계관과 물질의 일방적인 극단적 강조를 비판하기 때문이다.

라가츠의 역사의 추진력에 대한 인식은 그의 도덕적 세계관에, 그러나 무엇보다도 모든 권세들에 대한 살아 있는 하나님의 절대적 통치에 대한 확고한 신앙과 거룩한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경외에 기초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사의 마지막 추진력은 라가츠에게 있어서 살아 있는 하나님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근본 진리는 이스라엘 예언자들의 정치적 사회적 태도에서, 예수의 사회적 복음에서, 원시 기독교의 사회적 행동과 16세기 종교 개혁의 원인에서 증명된다. 예언자들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폭력과 착취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태도와 정치적 사회적 참회의 설교는 원초적으로 계급적 관심이 아니라 새로운 하나님 이해에서 유래한다.

예언자들은 하나님을 민족의 하나님이 아니라 “세계의 하나님”으로, 그의 질서를 “도덕적 질서”로 인식한다.(미주 67) 세계의 하나님은 특별히 가난한 자들과 폭력을 당하는 자들을 위한 정의의 하나님이다. 따라서 정의의 하나님은 영원한 세계 혁명이 되며, 또한 그의 나라는 장래에 가난한 자와 고난당하는 자에게 속할 것이다. 하나님 이해는 예언자들의 모든 정치적 사회적 정의에 대한 요구의 깊은 원천이다.

예수의 맘몬에 대한 투쟁과 사회적 복음, 그의 가난한 자들과 비천한 자들과의 연대성은 예언자들에게서처럼 하나님을 아버지로 인식하는 하나님의 이해에서 기인한다. 예수의 십자가는 마르크스의 진리와 비진리를 판단하는 척도이다. 왜냐하면 십자가는 신적 역설 속에서 두 가지 진리를 곧 정신의 무능과 전능을 동시에 나타내기 때문이다. 예수의 십자가에서 나타난 가장 순수한 정신적 힘은 가장 강한 역사의 추진력이다.(미주 68)

또한 기독교의 정치적 사회적 변혁의 동인은 역사의 가장 강력한 추진력인 메시아주의이며, 16세기 종교 개혁의 일차적 근본 동인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 양심이다. 정치적 사회적 해방은 종교적 중심에서 다시 일어난다. 요약해서 말하면, 영 즉 정의의 하나님과 그 분에 대한 신앙이 라가츠에게는 역사의 최종적 추진력이다. 이러한 종교적 성향은 계급 투쟁론을 상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킨다.(미주 69)

라가츠는 마르크스적 발전의 변증법을 반박한다. 자본주의는 분명히 사회주의를 생산하지만, 그것은 어떤 발전의 신비에 따라서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자본주의가 생산한 부패와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립하는 도덕적 감정의 충돌에 의해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사회주의는 라가츠에 의하면 엄청난 도덕적 노력에서 일어난다. 자본주의는 이 도덕적 감정이 없다면 다시 자본주의를 생산할 뿐이다.

라가츠는 이와 관련해서 역사의 변증법을-마르크스주의적, 헤겔적 역사의 변증법이 아니라-가장 기초적이고 궁극적인 삶의 토대로 받아들인다. 역사의 변증법은 사람들이 역사의 역설 또는 역사에 대한 하나님의 웃음이라고 부르는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지배의 표현 양식이며, 살아 있는 세계의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다.

라가츠는 여기서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의 변증법을 역사의 법칙으로 확립한다. 역사는 십자가의 고난과 희생에 의해서 부활의 영광으로 발전한다.

역사의 추진력은 계급투쟁 또는 집단적 이기심의 투쟁이 아니라 모든 역사의 가장 강한 힘들인 “황홀, 포기, 희생”이다.(미주 71) 라가츠는 저 잘 알려진 성서적 상징을 통해서 물질적 상태와 영의 관계를 요약적으로 서술한다: “물질적 상태들은 제단 위에 놓여 있는 나무이다. 그러나 영은 예언자들의 간청에 의해서 하늘에서 떨어지고 점화하는 불이다.”(미주 72)

류장현 교수(한신대 신학부/조직신학)  jen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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