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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항쟁70주년, 역사 앞에 사죄하는 교회들전남동부NCC, 여순항쟁 추모행사 개최
윤병희 | 승인 2018.10.21 00:04

10월19일은 전라남도 여수에서 시작된 “여순항쟁”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을 기념해 전남동부NCC(회장 최성진 목사) 주관으로 10월18일(목) 여수 시내 항쟁 유적지 답사를 시작으로 이튿날 19일(금) 여수YMCA 강당에서 “여순항쟁 70주년 추모예배”로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행사는 올해 5월 초 새로 결성된 “전남동부NCC” 주도로 “광주NCC”와 “충남NCC” 등 지역NCC와 함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올초 제주4.3에 이어 이날 여순항쟁 추모행사에도 70년 만의 공식적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NCCK 이홍정 총무는 행사 둘째날 추모예배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다.

▲ 전남동부NCCK 주관한 여순항쟁70주년 기념행사가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역사 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윤병희

“오늘 여순항쟁 70주년을 회고하면서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고 정의를 회복하고 치유와 화해의 사건을 일으키겠다는 결심이 이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해방공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순항쟁을 돌아보는 지금 이 시기는 평화공존의 시대로 들어가기 위해 긴장감 도는 해방공간의 마지막 연장선입니다.”

이제 그만이라고 외쳐야 할 때

추모예배는 전남동부NCC의 주관으로 진행되었다. 총무 정병진 목사는 “70년 전 여순항쟁으로 무고하게 돌아가실 분들을 기리기 위해” 침묵의 기도로 예배를 열었다. “오소서 평화의 임금” 입례송을 부른 후 추모시로 “좌광우도”라는 시가 낭송되다.

이어 전남동부NCC 회장 최성진 목사는 “역사적 비극 앞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세워야 할 책임을 부여받은 한국기독교는 잘못된 권력자의 편에 서서 가해자의 역할을 했음을 통렬하게 자백하며 회개합니다.”라며 역사청산의 의지를 기도를 드러냈다.

또한 특이한 점은 여느 기념 행사와는 다르게 요한계시록이 설교 본문으로 등장했고 서기 김성근 목사가 요한계시록 6장 9절~11절 본문을 봉독했다. 최형묵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는 봉독한 요한계시록 본문으로 “불편한 진실을 딛고 일어서야”라는 제목의 설교를 이어갔다.

최 목사는 설교를 통해 본문에 등장하는 다섯 번째 봉인에 대한 풀이로 설교를 진행했다. 최 목사는 “다섯 번째 봉인은 죽임의 세력에게 죽임 당한 실상을 드러내지만 예사롭지 않다.”며 “요한은 최후의 승리를 확신하지만 그에 대한 응답은 죽임 당할 사람들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즉 “이 환상은 예수의 부활 승리로 말미암아 사탄의 세력이 이미 극복되었지만 그 잔당의 횡포와 발악이 아직 잔존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아직 완전히 오지 않았고 죽임과 박해, 억압과 음모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포자기의 상황이 아니라 죽임의 세력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입니다. 결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편에 설 것인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 목사는 “오늘 본문이 전하는 죽임의 수가 더 차야 한다는, 죽임이 필요하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이제 그만’ 이라고 외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순 항쟁의 피울음에 응답하는 길은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최 목사는 “정의와 평화를 이룰 그 날까지 계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NCCK 정의평화위원회 최형묵 부위원장이 여순항쟁 추모 예배에서 여순항쟁의 피울음을 그치게 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 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윤병희

설교 후 이기정 목사(회계)의 봉헌기도, 홍인식 목사 강복선언으로 예배를 마치고 윤재경 목사(전남동부NCC 사회위원장)가 “여순항쟁 70주년 추모예배 성명서”(아래 성명서 참조)를 발표했다. 성명서 자체가 여순항쟁에 대해 그동안 은폐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는 내용들이었으며 “남북화해와 평화번영, 더 나아가 조국통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오욕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단호하다. 성명서는 여순항쟁 시기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순항쟁 특별법 제정”과 “역사박물관 건립”을 요구했다.

역사를 찾아가는 에큐메니칼 교회를 만들 것

또한 전남동부NCC는 여순항쟁 기념일 당일(10월19일) 오전 여수 이순신동상 앞에서 열린 ‘공식행사’에 참여하기로 계획했으나 ‘보이콧’(불참)했다. 대신 오전 일정으로 70년 전 당시 민간인 학살 현장이었던 오동도를 방문한 것이다. “동백꽃 관광으로 유명한 오동도에는 당시 상황을 호출할 만한 팻말 하나 없다.”고 정병진 목사는 안타까워한다.

‘공식행사’를 보이콧한 이유는 ‘공식행사’의 타이틀 “여순사건 70주기 희생자 합동 추념식”에서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항쟁’이란 용어를 안 쓰고 대신 정부의 지원금을 택한 공식행사 주최측에 대해 비판적이다. 지역 매체에 따르면, 합동 추념식은 여수 순천 지역의 민간인 및 군경 피해자를 아우르고자 했었다.

그러나 개최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며 경찰쪽은 따로 위령제를 했다고 전한다. 기독교교회협의회가 보이콧한 공식행사에는 4대 종단이 참석했으며 개신교 대표는 보수측이라는 설명이다. 그간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문제로 충돌한 여파로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70년 전 여순을 두고 사실관계도 해명되지 않고 있다. 학계에서는 최근 사료와 발굴을 통해 당시 “여순항쟁”이 국가폭력의 희생이라는 것이다. 이후 권력자에 의해 조작 은폐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역사학자 주철희 박사는 “지배자의 역사에서가 아니라 사건을 일으킨 주체자의 입장에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주 박사는 전날 교회협의회 일행이 여수 시내 항쟁 유적지를 답사에 동행했다. 주 박사는 답사에 동행하며 여순에 대한 사실과 왜곡의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 전남동부NCC가 주관한 추모예배에 앞서 여순항쟁 현장들을 방문하며 그날의 아픈 역사들을 확인하고 있다. ⓒ윤병희

주 박사는 여순항쟁은 사전마다 아직도 잘못된 표시가 만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항쟁은 일부의 주장이 아니라 이 사건의 역사적 본질”이라는 것이다. “여순항쟁”은 제주4.3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70년 전 당시 여수에 주둔 중이던 “국군 제14연대”가 “우리는 우리 형제를 죽이는 것을 거부하고 제주 출병을 거부한다”고 항명하면서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답사 기행에는 ‘제주4.3유족회’가 대거 참여해 “여순항쟁”이 제주 4.3항쟁과의 연관을 반증했다. 이날 답사기행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에서 온 윤태현 목사는 제주4.3와 여순항쟁을 한데 묶어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실행 여부와는 관련없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일에 개신교가 앞장 서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으로 보인다.

인권 무시, 역사왜곡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전남동부NCC는 올해 5월 초, 여수 순천 광양 곡성 구례 벌교 등 전남동부지역에서 활동하는 6개 교단 소속 목회자와 여수순천YMCA 총무 등 40여 명이 모여 결성되었다. 정병진 목사(전남동부NCC 총무)는 “수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에큐메니컬 운동을 해오다가 올해 이를 확대하여 지역NCC(기독교교회협의회)를 결성하자는 계기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근래에 순천에서 “학생인권조례안” 제정에 대해 순기총(순천기독교총연합회)이 이를 반대하며 들고일어나자 “(보수교회의 움직임에 대해) 보다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했다는 것이다.

전남동부NCC는 회장 최성진 목사(복음교단), 총무 정병진 목사(예장통합), 서기 김성근 목사(기하성), 회계 이기정 목사(예장통합)와 사회친교위원회, 사회위원회, 환경위원회, 신학위원회, 통일위원회 등 5개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40여 명 회원은 예장통합, 기장, 감리교, 성공회, 복음교단, 기하성 등 6개 교단 소속이며, “과반이 예장통합”이라는 정병진 목사의 설명이다.

▲ 전남동부지역에서 활동하는 6개 교단 소속 목회자와 여수순천YMCA 총무 등 40여 명이 모여 결성전남동부NCC 관계자들과 한국기독교회협의회 관계자들 ⓒ윤병희

여순항쟁 70주년 추모예배 성명서

여순항쟁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이 둘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나님과 화해시키셨습니다. (엡 2:14a, 16)

오늘은 여순항쟁 70주년이다. 이 항쟁은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두 달 남짓한 1948년 10월 19일 발생해 1만 5천여 명 이상의 숱한 희생자를 남긴 채 여전히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여순항쟁은 정부의 이념 잣대에 따라 ‘반란’, ‘병란’, ‘소요사태’ 따위의 부정적 명칭들로 막연히 알려져 있고, 기껏해야 ‘여수·순천 10.19사건’이란 애매한 이름으로 고교 역사교과서에 실려 있다.

여순항쟁은 “제주 4.3사건 진압을 위해 출병하라”는 명령을 받은 여수 제14연대 병사들이 “동포를 학살할 수 없다”며 봉기함으로써 시작하였다. 제14연대 병사들은 미군정과 군경 및 우익단체의 무자비한 토벌작전으로 제주에서 민간인 대량학살이 잇따르고 있음을 알았다.

여수 제14연대 2대 연대장을 약 한 달간 역임한 김익렬 영향 덕분이다. 그는 제주 제9연대 연대장을 역임하며 4·28 평화회담을 성사시켰다가 좌천당해 제14연대 연대장으로 잠시 복무하였다.

봉기군들이 내세운 두 가지 핵심 요구는 

“1. 동족상잔 결사반대 2. 미군 즉시 철퇴”였다.

그들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 강행으로 분단을 낳고 이에 저항하는 동포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부당한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였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일부 군인들이 정권을 찬탈하고자 ‘반란’을 일으킨 게 아니다. 여수와 순천을 비롯한 인근 여러 지역민이 이들의 봉기에 동조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승만 정권은 평화로운 해결책을 도모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대규모 군경을 동원해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고 아직 법령조차 없는 ‘계엄령’까지 불법 발동해 민간인 동조자들을 연행·구금·고문하고 심지어 즉결처리를 일삼았다. 그것도 모자라 이승만 대통령은 “남녀 아동이라도 일일이 조사해 불순분자는 다 제거하여 반역적 사상이 만연하지 못하게 하라”는 담화문(1948. 10. 23)을 발표해 무고한 민간인 희생을 더욱 부추겼다.

여순항쟁 희생자의 절대다수인 80% 이상은 군경 토벌군에게 학살당한 민간인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왜 죽어야하는 지 영문조차 모른 채 학살당하였다. 더욱이 그 가족·친지들은 좌익으로 몰려 오랜 세월 공직에 나갈 수 없는 불이익을 당하며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 이 같은 고통과 불행, 해묵은 상처는 이제 치유하고 털어내야 한다. 더 이상 구시대 산물인 이념갈등의 희생자들이 생겨나거나 한스런 응어리가 대물림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평화를 이루라(마 5:9)는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남북화해와 평화번영, 더 나아가 조국통일을 갈망한다. 이런 민족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 오욕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여순항쟁 시기 좌우익 이념 갈등으로 무고히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여순항쟁의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여순항쟁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실시하라.
하나. 여순항쟁으로 학살당한 분들의 명예회복을 시키라.
하나. 여순항쟁을 바르게 기억하기 위한 역사박물관을 건립하라.

2018. 10. 19 (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 충남기독교교회협의회(NCC)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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