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에서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도 “왜 공정무역이지?” 하고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이제까지 공정무역이라고 하면 생산자를 지원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이곳 트립티에 와서 어쩌면 나도 거꾸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해왔던 것에서 서너 컷을 더 추가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는 우연하게 일어난 사건일까?

2013년 4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부근 Savar에서 의류공장 붕괴사고가 일어나 지상8층인 Rana Plaza가 그대로 무너졌습니다. 이 사고로 사망자수가 1,129명이고 부상자수가 2,500명을 넘었습니다. 이 사고는 우연이었을까요?

위의사건 일지에서 보듯이 이미 여러 의류공장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이것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3천여 명이 그대로 작업을 해서 이러한 참담한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 9,000:260

세계 의류수출규모 1위는 중국이고 2위가 방글라데시로서, 방글라데시는 최근 5년 동안 의류산업이 급성장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전 수출산업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9,000:260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십니까? 일본에서 학생들에게 9,000이라는 숫자를 보여주면 아르바이트 시급을 떠올립니다. 아마 한국도 비슷할 것입니다. 260은 방글라데시에서 노동자드이 받는 시급을 뜻합니다. 일본학생들에게 시급 260원을 받고 일하겠느냐고 물으면 아무도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여기에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국경’입니다.

국제노동인권협회 자료에 의하면 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미국에서는 원재료비 6,000원, 인건비 9,000원, 세탁비 900원, 도합 16,000원이 드는데 비해 방글라데시에서는 원재료비 6,000원, 인건비 260원, 세탁비 250원이 들어 총 4,500원이 듭니다.  가격 차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건비입니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국경의 민주화/유연화가 필요합니다. 저는 국경 폐지는 반대하지만, 국경이 인권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정무역은 바로 이러한 국경을 유연화, 민주화시키는 수단입니다.

의류공장붕괴, 누구 때문인가?

일차적으로 방글라데시 공장 책임자일 것입니다. 과연 그들에게만 책임이 있습니까?

아래 사진은 뉴욕에서 GAP에 책임을 묻는 시위 장면입니다. 방글라데시에 하청을 준 ‘유럽/미국/한국/일본 명품 대기업이 있습니다. GAB, H&M,Levi’s, NIKE 등 총 40개 브랜드가 방글라데시 의료공장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시위로 의류공장 안전에 관한 문제검토위원회가 발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고공장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대기업들이 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이 밝혀졌습니다. 영국 Primark, 이태리 Benetton, 스페인 Mango 회사가 사고공장에서 제품을 납품받아왔다고 시인했습니다. 스웨덴에 붙여진 포스터에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필요한가?”고 H&M회장에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당신 옷의 꼬리표를 보라”고 요구합니다. “문제는 당신의 피부와 맞닿아 있다”고 고발합니다. 즉 우리가 이들 옷을 소비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더 싸고 힘든 과정을 요구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공정무역은 소비자의 구매행동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공정무역운동에 중요한 것은 구매입니다.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구매물품에 대한 역사를 정확하게 알게 된다면 값싼 물품을 찾지 않게 될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생산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합당한 가격에 구매활동을 펴게 된다면 공정무역운동은 크게 확산될 것입니다.

방글라데시 옷= 정말 싼가?

전 세계에서 과잉생산으로 버려지는 옷이 어마어마합니다. 페스트(Fast) 패션으로 인해 많은 옷들이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재고 옷 처리가 곤란해서 기름에 섞어 연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면화를 생산하는데 지나친 농약 사용으로 오염이 극심해서 사람 건강을 해치고 사람이 살 수 없게 환경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강이나 바다가 오염되는데도 이런 비용이 현재 생산되는 의류가격에는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비용을 생각하면 현재 페스트 패션으로 생산되는 옷들은 결코 싼 것이 아닙니다.

9,000대 260으로 양극화가 벌어져 치루는 비용도 심각합니다. 전 세계 양극화로 벌어지는 테러를 방지하느라 드는 치안비용도 어마어마합니다. 공장이 붕괴되고 테러공포에 시달리는 비용을 생각하면 현재 페스트 패션은 결코 싼 것이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지구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무역이 대안입니다.

■ 아시아 시민 공생 네트워크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점과 점을 잇고 그 선을 연결하다보면 하나의 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이렇게 각 지역의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공생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공생 네트워크에 대해서 지식인, 중고생까지는 공감을 합니다. 그런데 대학생이 안 됩니다. 대학생은 현실적으로 취업을 해야 하는 중압에 시달려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이라고 하면 생산자가 있는 먼 곳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는 가까운 곳, 내가 사는 마을에서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일본인은 상추(레터스)를 보면 누구나 일본산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레터스를 실제로 생산하는 이들은 중국 길림성에서 온 계절노동자들입니다. 지금 한국 농촌에도 마찬가지지요.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농장에서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인들이 무척 좋아하는 캇소(참다랭어)는 미아자끼, 시즈오카 연안에서 낚시로 잡는데, 인도네시아 수산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일본 배에서 낚고 있습니다. "Made in Japen"이 아니고 “Made in East Asia"입니다. 내가 소모하는 대부분의 물품들이 ”Made in East Asia"입니다. 공정무역은 내가 구입하는 물건으로부터 시작되어 마을, 병원 등에서 사용하는 물건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신명직(구마모토 가쿠엔 대학 교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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