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츠의 성직 계급을 향한 투쟁

하나님의 무정부주의의 두 번째 변질 형태는 성직 계급이다. 라가츠는 군국주의, 자본주의, 알코올과 매춘에 대한 투쟁보다 성직 계급에 대한 투쟁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그는 성직 계급을 세상의 가장 심각한 재앙과 하나님의 무정부주의의 가장 사악한 변질 형태로 간주한다.

성직 계급은 왜 나타났는가

종교의 뿌리가 세계에 대한 종속에, 신학의 뿌리가 종교와 그의 전문적 교육의 이론적 변질에 있다면, 성직 계급은 “종교와 권력의 잘못된 결합”에서 발생한다.(1) 권력이 성직 계급의 결정적인 특징이다.

▲ 중세교회 레오10세의 면죄부 판매를 묘사한 그림. ⓒGetty Image

“권력으로서 종교와 종교로서 권력은 성직 계급을 생산하며, 그것을 형성한다. 왜냐하면 그의 본질이 바로 종교가 권력이 되고, 권력이 종교가 되어지는데 있기 때문이다.”(2)

다르게 표현하면, “때로는 세계의 정치(kosmokratie)가 하나님의 정치(Theokratie)로, 때로는 하나님의 정치가 세계의 정치로 나타난다.”(3) 이러한 종교와 권력의 결합은 “종교적 전쟁 이데올로기(전쟁 신학)” 및 하나님과 민족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민족주의”와 물질을 신격화하고 하나님을 물질화 하기 원하는 “제국주의”를 만들어 낸다. 보누스(Arthur Bonus)와 트라우브(Gottfried Traub)는 그것에 상응하게 독일의 하나님, “비상용 하나님”(Not-Gott)과 물신으로서 하나님을 주장했다.(4)

종교가 권력과 만났을 때

성직 계급은 종교가 권력 추구와 권력 소유와 결합되어진 모든 곳에 현존한다. 라가츠는 여기서 정치적, 사회적 권력 소유와 결합되어진 종교적 권력 소유를 생각한다. 목사는 소유의 대리자일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종교적 소유자이다. 성직 계급은 정신적, 종교적 소유가 생산하는 교만, 위선 그리고 불신앙이라는 근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라가츠는 성직 계급에서 사사 시대에서 신정 정치로의 변화의 결과인 평신도군의 상실을 보았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하나님에게 나아갈 수 있는 통로를 가지고 있었던 옛 이스라엘에서, 특히 사사 시대에서 직접성과 자유의 주된 요소였다.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야훼의 영에 사로잡힐 수 있었다. 참으로 제사장들이 있었지만 성직자와 평신도의 계급 차이는 없었다.”(5)

성직 계급은, 요약해서 표현하면, 종교의 세속화의 산물이다. 그것은 항상 종교가 세상을 승인하는 곳에서 현존한다.

“세상이 그 자신을 높이기 위하여 또는 그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보호하기 위하여 단순히 종교를 필요로 하는 바로 그 곳에, 종교가 단순히 현존하는 세상의 상태들을 그 같은 것으로 변호하는 바로 그 곳에 목사가 있다.”(6)

성직자와 성직 계급의 구별

라가츠는 성직 계급과 성직자를 구별한다. 그의 성직 계급에 대한 투쟁은 목사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목사를 위한 것이다. 그 투쟁은 원칙적으로 하나님의 무정부주의와 결합되어 있다.

라가츠는 사람들이 종교를 전문화시키는 것을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하나님 아래서 민주주의적 평신도적 직접성의 상실과 성직자와 민중의 구별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은 종교적(또는 영적) 소유에서 기인하는 종교적 사회적 분열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라가츠는 근본적으로 성직주의를 거절한다. 그는 만인 제사장설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오순절 은사, 특별히 방언과 예언의 은사를 통해서 예언자들의 특권만이 아니라 제사장들의 특권이 폐지되었고, 사도 공동체에 만인 제사장설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라가츠는 그것을 “종교적 민주주의”라고 부른다.(7) 라가츠의 성직 계급에 대한 투쟁은 이러한 의미에서 종교 개혁의 전통 속에 있다.

오직 하나님만이 권력이시다

성직 계급은 오직 종교와 권력의 결합, 하나님과 세상의 결합의 폐지를 통해서만 저지될 수 있다. 왜냐하면 성직 계급은 바로 이러한 결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합의 뿌리는 오직 하나님 자신이 권력이 되어지고,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돌파가 일어날 때 파괴될 수 있다.

“성직 계급은 종교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가, 참된 신정 정치가 나타나는 바로 그 곳에서 살아 있는 하나님을 가지고 있다. 목사가 아니라 순교자가 그를 증거 한다.”(8)

살아 있는 하나님은 우리를 종교, 기독교, 교의, 신학, 교회로부터 나라로, 공동체로, 제자직으로 부른다.

미주

(미주 1) L. Ragaz, Weltreich, Religion und Gottesherrschaft, Bd 1, Rotapfel, Zürich/Leipzig 1922, S. 279. 또한 S. 273을 참조하라.
(미주 2) A.a.O., S. 274.
(미주 3) A.a.O., S. 279.
(미주 4) A.a.O., S. 275.
(미주 5) L. Ragaz, Die Bibel. Eine Deutung, Bd. 3, Diana, Zürich 1947–50, S. 136-137. 신정 정치는 라가츠에 의하면 인간의 삶을 하나님이 아니라 종교를 통해서, 야훼가 아니라 엘을 통해서 정렬하려는 시도이다(S. 107). 하나님의 무정부주의에서 신정 정치로의 이행은 자유와 하나님 나라의 직접성의 상실의 길이다. 모든 노예 상태와 종교적 사회적 분열은 바로 이 상실로부터 발생한다(S. 137).
(미주 6) Weltreich Bd. 1, S. 277.
(미주 7) L. Ragaz, Die Geschichte der Sache Christi. Ein Versuch, Herbert Lang, Bern 1945, S. 25. Vgl. Bibel 3, S. 138.
(미주 8) Weltreich Bd. 1, S. 298-299.

류장현 교수(한신대 신학부/조직신학) jen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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