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동이라는 애벌레 이야기입니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 애동이는 자기가 태어난 나무의 잎을 하나씩 하나씩 갉아먹고 점점 크게 자랐습니다. 먹고 자라는 것을 반복하던 애동이는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삶에는 그냥 먹고 자라는 것 말고도 더 보람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 끝에 애동이는 자기가 태어나고 자기에게 그늘과 먹이를 대주던 나무를 내려왔습니다.

▲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시사하는 이야기입니다.

땅에는 참 신기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애동이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했습니다. 어느날 애동이는 어디론가 열심히 기어가는 다른 애벌레를 따라 가다가, 하늘 높이 치솟은 기둥을 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수많은 애벌레들이 몸으로 이루고 있는 기둥이었습니다. 애벌레들은 서로 위를 향해 올라가려 했는데, 그 꼭대기는 구름 속에 가려져서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애벌레들에게 그 꼭대기에 무엇이 있기에 모두들 기를 쓰며 올라가려 하는지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들도 알지 못하고 애벌레 더미 속으로 뛰어들기에 바빴습니다. 애동이는 마음 속에 새로운 충동이 일었습니다. 그리고 그 커다란 더미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애동이는 어느새 꼭대기로 가기 위해 다른 애벌레를 밟고 끓어내려 자기 발아래 두고 있었습니다. 애벌레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고, 위로 올라가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기다리는 줄 알고 기를 쓰고 올라갑니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올라가는가 하는 생각이 가끔씩 떠올랐지만,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고 또 그렇게 하다가는 뒤로 밀려날 것같아서 열심히 올라가기만 했습니다.

올라가다 보니 전에 잠시 마주쳤던 애벌레를 만나기도 하고, 가끔은 더 이상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거꾸로 내려오는 애벌레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꼭대기에 올라갔는데, 멀리 다른 기둥들이 수 없이 많이 보였고 그 기둥의 정상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멋진 날개를 단 나비들이 그 기둥들의 주위를 맴돌면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애동이는 주루루 굴러내려와 다른 곳으로 기어갔습니다. 그러다가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애벌레를 보았습니다. 그는 자기 몸에서 나온 실로 몸을 칭칭감고 있었습니다. 답답해 보였죠. 한참이 지난 후 그 속에서 애벌레 기둥 위에서 보았던 멋진 날개를 단 나비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의 깨달음, 애동이는 이제 자기는 나비가 되어야 하고 어떻게 나비가 되는지를 알았습니다. 그리고 애동이도 그렇게 해서 나비가 되었고, 나비는 꽃들의 생명을 이어주기 하는 희망을 위해 날아다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시사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책의 첫머리에는 “보다 충만한 삶과 진정한 혁명을 위하여”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은 내가 비록 알지는 못하지만 정의가 꽃피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나와 함께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노력하는 분들을 위하여 만들었습니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에큐메니칼한 공동체

진정한 종교는 기어다니면서 풀을 뜯어 먹던 애벌레가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나비가 되는 길을 알려주고, 세상의 아름다운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기 위해 함께 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상태를 기독교에서는 구원이라고 합니다. 기독교는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는가?’라는 문제로 많은 논쟁을 하였고, 이 문제로 신학대학 교수직에서 이단으로 몰려서 어쩔 수 없이 쫓겨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다시 묻는다면, 오히려 ‘과연 기독교에 구원이 있는가?’ 라고 진지하게 물어야 합니다. 이 물음을 숙고할 때에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생각하지 말고, 기독교인이라고 고백하는 바로 나에게 구원의 모습이 있는가, 그리고 우리 공동체에 하느님 나라의 모습이 있는가 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기독교라는 종교와 그 안에 가톨릭과 개신교, 그리고 개신교의 각 교파들의 현실을 보면, 그 속에 권력의 암투와 폐쇄적인 신앙이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가족들 간에도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사람 취급도 하지 않으려는 극단적인 믿음의 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폭넓은 신앙으로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고백이 ‘에큐메니컬한 공동체’입니다. “타교파, 타종교의 존재를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나의 신앙이 중요하듯 남의 신앙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교회가 된다.”

여기에서 지금은 조금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타종교라고 했는데, 완전히 다른 종교가 아니라 지금은 ‘이웃종교’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엄격히 말해서 대화하는 것은 소극적인 표현이고, 적극적으로 말하면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서 함께 연대해야 합니다.

‘에큐메니컬한 공동체’라는 신앙고백에 담긴 뜻은 단순한 이해의 차원이나 이웃종교에 대한 관념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사랑과 정의, 생명과 평화를 향하여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있어서 교회나 교파나 종교의 경계를 넘어서 서로 연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 또한 분명한 목적이 관건이 됩니다.

에큐메니칼, 세상을 향한 연대

그런데 전에 어떤 교우가 ‘에큐메니컬’ ‘에큐메니즘’ ‘에큐메니안’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윤곽은 잡히지만, 너무나도 다양한 의미로 쓰여서 구체적인 모습이 희미할뿐만 아니라,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더욱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에큐메니컬입니다.

에큐메니컬이란 말 속에는 “일치와 연합”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을 ‘에큐메니컬 운동’(에큐메니즘)이라고 합니다.

개신교의 각 교파가 연합해서 운영하는 단체들 중에는 한국기독교협의회(KNCC),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 기독교방송(CBS), 대한성서공회, 한국찬송가공회 등이 대표적입니다. 세계적인 연합기구인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상징에는 oikoumene라는 글자가 십자가를 단 배의 윗부분을 둘러싸고 있는데, ‘오이쿠메네’는 “사람이 사는 온 땅”(누가 2:1)을 말합니다. 즉 세상을 향한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표현한 것입니다.

▲ 세계적인 연합기구인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상징에는 oikoumene라는 글자가 십자가를 단 배의 윗부분을 둘러싸고 있는데, ‘오이쿠메네’는 “사람이 사는 온 땅”(누가 2:1)을 말합니다. 즉 세상을 향한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표현한 것입니다.

세상을 향한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에큐메니컬 운동이라고 합니다. 일치와 연합이라는 말 때문에 오해를 하거나, 현재 연합단체들의 모습 때문에 실망을 해서 연합운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먼저 교회 일치운동을 세계단일교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에 비판합니다. 또한 이러한 연합단체들의 한계는 ‘세상을 향한’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각 교파별로 나눠먹기 식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대혁교회의 힘이나 돋에 의하여 움직여지고, 그 때문에 싸움도 일어납니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일치하고 연합하려는 지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몸집만 크게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용어 상의 오해와 연합단체의 모순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일치와 연합이라는 말, 또는 교회 안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에큐메니컬이라는 말보다는 그 운동의 성격과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연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에큐메나컬한 공동체’ 보다는 그 의미를 모두가 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서 ‘세상을 향해 연대하는 공동체’ 라고 그 의미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게다가 에큐메니컬은 이웃종교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웃종교와 함께 한다는 의지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명과 평화를 위해 연대하는 공동체’ 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님 주님 하는 자 다 하늘나라 가는 것 아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은 ‘산상설교’의 마지막 부분에 놓여 있습니다. 마태복음 5장부터 7장까지 말씀으로 가르친 내용들의 결론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일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남들이 잘 가지 않고, 갈 수도 없는 길을 걷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은 좋은 나무처럼 좋은 열매를 맺는 일입니다. 좋은 열매는 희소성 때문에 비싼 열매가 아니고, 무조건 큰 열매가 아닙니다. 포도나무는 포도를, 무화과나무는 무화과를 맺는 것처럼 각자의 나무에 알맞은 좋은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2:21절에 베드로의 설교 중에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을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은 기독교의 배타적 단순성을 기독교 역사 속에서 잘 표현하는 말입니다. 이 말씀을 따라서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구원을 얻는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 구원은 기독교의 배타성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호랭이 기름’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믿는 것처럼, 예수님의 이름은 기독교인들의 삶에 단순성을 강요하는 주술적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그러한 믿음에 찬물을 끼얻는 말씀이 나옵니다. “나더러 ‘주님, 주님’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그리고 주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귀신을 쫓아내고, 많은 기적을 행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물러가라.”

성서에서 이렇게 서로 다른 말씀이 있는 것은 이름을 부른다는 것과 행하는 것이, 말과 사건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고, 예수의 이름으로 불법을 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강한 경고의 말씀입니다. 예수의 이름만을 부르고 그 이름의 주술적인 힘을 이용하려 하는 사람은 불법을 행하는 사람이고, 진정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지식으로 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가르침과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입니다.

'나'라는 작은 틀 벗어나 소통하고 공유하는 교회

▲ 나비의 삶이 애벌레의 삶과 궁극적으로 다른 점은 또다른 생명인 꽃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남에게 희망을 준다는 생각없이 자기의 일상적인 삶이 꿀따기가 꽃들에게는 생명의 열매를 맺는 일에 결정적인 희망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애벌레와 같은 삶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나비가 되려는 꿈을 간직하고 나비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과는 전혀다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것은 구원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목적을 향한 방편입니다. 그것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애벌레와 나비의 삶의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 기어다니는 것과 날아다니는 것의 차이는 겉모습의 차이입니다. 풀잎을 먹는 것과 꽃에 있는 꿀을 먹는 것의 차이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보다 근본적인 차이는 그들의 행동이 가져다 주는 결과입니다.

지금 나와 우리의 삶은 어디쯤에 있을까요? 아마도 수많은 애벌레들의 기둥 중에 하나의 기둥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벌버둥치며, 때로는 다른 애벌레를 밟고 올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미끄러지거나 힘에 밀려서 아래로 내려오기도 하는 곳 어디쯤엔가 있지 않을까요? 나만을 위하여, 나의 가족만을 위하여, 나의 교회만을 위하여, 나의 교파만을 위하여, 나의 종교만을 위하여 하는 행동은 애벌레의 삶과 같습니다.

그러나 나비의 삶이 애벌레의 삶과 궁극적으로 다른 점은 또다른 생명인 꽃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남에게 희망을 준다는 생각없이 자기의 일상적인 삶이 꿀따기가 꽃들에게는 생명의 열매를 맺는 일에 결정적인 희망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애벌레와 같은 삶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나비가 되려는 꿈을 간직하고 나비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과는 전혀 다릅니다.

에큐메니컬한 공동체는 나라고 하는 작은 틀을 벗어나 모든 생명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기 위하여 목표를 공유하고 소통하기를 노력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하느님의 자녀들로서 다른 생명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은 우리의 목적을 향한 길을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삶의 모습이 애벌레의 삶이지만, 나비가 되는 길을 알고, 나비가 되어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꿈을 가진 사람도 역시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행동들이 다른 생명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빕니다.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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