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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은 어떤 혁명을 이야기했나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70)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 승인 2020.01.23 01:54

Q: 주체사상은 누가, 언제, 어떤 배경에서 창시하였나요?_주체사상의 창시와 「조선혁명의 진로」

A: 지난 연재들에서는 북의 주체사상이 ‘종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주체사상의 종교이해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연재부터는 북의 ‘주체사상’이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체사상의 ‘자기이해’는 주체사상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상이하거나 때로는 상충될 수 있습니다.

이 연재는 북의 주체사상 신봉자들과 ‘대화’하기 위하여 우선 그들이 신봉하는 주체사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화’의 첫 단계에 있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상대에 대한 ‘전이해’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가 가지고 있는 ‘자기이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연재부터는 ‘주체사상의 자기이해’를 이해하기 위해 ‘주체사상이 말하는 주체사상’에 대해 경청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주체사상의 자기이해’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비판 의식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대화와 마찬가지로 주체사상과의 ‘대화’는 ‘대결’과 ‘포용’의 계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체사상은 주체사상의 창시자를 ‘수령’ 김일성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령’ 김일성이 ‘1920년대 우리나라 민족해방운동의 실천적 경험과 교훈을 개괄’하여 주체사상을 ‘창시’하였다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수령’ 김일성이 1930년 6월 30일 카륜에서 진행된 공청 및 반제청년동맹 지도간부회의에서 한 보고인 「조선혁명의 진로」를 발표하면서 주체사상을 창시하였다고 설명합니다.

▲ 지난해 2019년 6월30일 북한에서는 <역사적인 카륜회의 89돐에 즈음하여>라는 주제 하에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Getty Image

이 보고에 대해 후계 수령 김정일은 ‘주체사상의 창시와 주체의 혁명노선의 탄생을 선포한 역사적 사변’이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주체사상의 ‘창시자’는 ‘수령’ 김일성이었지만, 주체사상을 전면적으로 ‘심화발전’시킨 장본인은 ‘후계 수령’ 김정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조선혁명의 진로」에 대한 김정일의 평가는 그 보고가 주체사상의 성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확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주체사상 ‘창시’의 ‘기원’이 되는 문헌인 「조선혁명의 진로」를 꼼꼼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주체사상은 ‘수령’ 김일성이 1920년대 조선혁명의 실천적 경험과 교훈에 기초하여 ‘두 가지의 진리’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출발하여 주체사상을 창시하였다고 설명합니다. 「조선혁명의 진로」는 주체사상 창시의 출발이 되는 두 가지의 진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두 가지의 진리 중 하나는 ‘혁명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며 인민대중 속에 들어가 그들을 교양하고 조직 동원하여야 혁명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진리입니다. 다른 하나는 ‘혁명은 누구의 승인이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신념에 의하여 자기가 책임지고 하여야 하며 혁명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자주적으로, 창조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진리입니다. 주체사상은 ‘수령’ 김일성이 이 두 가지의 진리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사대주의와 교조주의의 폐해로부터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선혁명의 진로」는 1920년대 공산주의 운동 내부에 만연한 사대주의와 교조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조선혁명을 하는 것만큼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현실로부터 출발하여 혁명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자체의 힘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운동 대렬 내에 잠입한 종파분자들은 사대주의 사상에 물젖어 날뛰다보니 우리 혁명 앞에 제기되는 문제들 가운데서 어느 하나도 똑똑히 해결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도리어 혁명발전에 장애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당건설문제와 관련하여 종파분자들이 한 행동에 대하여 보기로 합시다. 당건설 문제는 조선혁명을 바로 수행하기 위하여 제기되는 문제인 것만큼 조선공산주의자들이 자기 실정에 맞게 자체로 해결하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누구의 승인을 받아가지고 혁명운동을 할 필요는 없으며 누가 승인하든 안하든 우리 혁명을 똑바로 하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엠엘파, 화요파, 북풍회파를 비롯한 각종 파벌들은 저마다 자기들만이 《정통파》이며 진짜 《맑스주의파》라고 하면서 당을 튼튼히 꾸릴 생각은 하지 않고 국제당의 승인이나 받으러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조선공산당은 대중 속에 뿌리박지 못하고 일제의 탄압을 이겨낼 수 없었으며 구경은 국제당에서 제명되고 말았습니다.
종파분자들은 조선공산당이 해산된 후 《당재건》의 간판을 내걸고 자파 세력 확장과 령도권 쟁탈에 몰두하던 나머지 아무런 지반도 없이 제가끔 《당중앙》을 조작해가지고 또다시 국제당의 비준을 받으려고 날뛰었습니다. 이것을 보면 종파분자들이 얼마나 사대주의사상에 깊이 물젖어있는가 하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습니다.
사대주의가 우리 혁명에 끼친 손실은 실로 엄중합니다. 이미 우에서도 말하였지만 5.30폭동은 순전히 종파분자들이 정치적 야욕을 실현하려는 데로부터 조작되었고 좌경모험주의자들의 추동 밑에 시종일관 극좌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혁명에 커다란 난관을 조성하였습니다.”

사대주의와 교조주의의 ‘엄중한 후과’에서 찾게 된 ‘심각한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수령’ 김일성은 「조선혁명의 진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험은 혁명을 승리에로 이끌기 위하여서는 인민대중 속에 들어가 그들을 조직 동원하여야 하며 혁명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여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책임지고 자기의 실정에 맞게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교훈으로부터 조선혁명의 주인은 조선인민이며 조선혁명은 어디까지나 조선인민 자체의 힘으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확고한 립장과 태도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정합니다.
혁명에서 이러한 립장과 태도를 가져야만 옳은 로선과 방침을 세울 수 있으며 조국광복의 성스러운 위업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수령’ 김일성이 「조선혁명의 진로」를 통해 밝힌 ‘새로운 길’은 주체사상의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혁명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라는 것과, 매개 나라의 혁명은 ‘주인’인 그 나라 ‘인민’이 ‘자주적으로, 창조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근거하여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가 도출되었고, ‘사람은 자주성과 창조성, 의식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라는 주체사상의 ‘사람에 대한 견해’가 확립되었기에 후계수령 김정일은 김일성의 이 보고를 ‘주체사상 창시를 선포한 역사적 사변’으로 평가하였던 것입니다.

북의 주체사상 신봉자들은 「조선혁명의 진로」를 주체사상의 ‘원리’로 천명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혁명의 성격을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으로 규정합니다. 항일무장투쟁 노선과 반제반봉건민족통일 노선, 주체적인 당창건 방침 등을 제시함으로써 ‘주체적 노선’을 밝혀주었습니다.

또한 인민대중 속에 들어가 그들을 각성시킴으로써 대중 자신이 주인이 되어 혁명투쟁을 전개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을 밝힙니다. 그럼으로써 ‘대중영도’의 근본원칙을 밝혀주었다고 그 의의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즉, 주체사상은 그 창시 때부터 ‘주체사상’과 ‘주체의 혁명이론’과 ‘주체의 영도방법’을 모두 갖춘 ‘전일적인 체계’로 창시되었다는 주장입니다.

북의 주체사상 신봉자들은 주체사상 창시의 의의에 대해 ‘인류사상 발전과 해방위업 수행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온 역사적 사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체사상의 창시에 의하여 노동계급의 혁명사상은 가장 높은 단계로 발전하였으며, 인류역사의 새 시대인 ‘주체시대’가 개척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체사상을 창시한 ‘수령’ 김일성은 ‘주체시대’의 새 기원을 열어낸 것이며 이는 ‘기적적인 세계사적 사변’이자 ‘인류 청사에 영원히 빛날 위대한 업적’이라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에 따르면, ‘수령’의 징표 중 하나는 ‘새로운 사상의 창시’라고 합니다. ‘수령’이 ‘주체사상’을 창시한 것이기도 하지만, 주체사상을 ‘창시’함으로서 ‘수령’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후계수령’의 징표 중 하나는 ‘수령이 창시한 사상’에 ‘무한히 충실’하며 끊임없이 ‘심화발전’시켜나가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북의 주체사상은 ‘완성’되었으되 ‘완결’된 것이 아니며 끊임없는 ‘계승발전’과 ‘심화발전’의 도상에 있는 사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며, 예수의 가르침이 진리라고 인정합니다. 예수의 탄생은 한 인간의 탄생이 아니라,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성육신의 사건이며 카이로스적인 ‘사변’이라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크로노스의 때를 예수 탄생으로 나누어 주전(B.C.)과 주후(A.D.)로 명명하는 것입니다.

또한 ‘다 이루었으나, 아직 오지 아니한’ 역사의 긴장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신학을 추구하며 새로운 ‘하느님의 얼굴’을 대면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북의 주체사상 신봉자들이 자신들의 ‘신념’(belief)에 대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belief)만큼이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는 ‘동의’와 동의어가 아닙니다. 주체사상의 ‘자기이해’를 ‘이해’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약화’시킬 수 없으며, 그리스도교를 ‘배교’하는 것일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남의 그리스도인들의 ‘열린 신앙’이 북의 주체사상 신봉자들의 ‘열린 신념’과 만날 수 있을 때, 진정한 한반도 평화가 열매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의 그리스도인들이 주체사상의 ‘자기이해’를 ‘이해’함으로써 북의 주체사상 신봉자들과의 ‘열린 대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대화를 통하여 새로운 ‘하느님의 얼굴’과 대면하고, 새로운 ‘하느님 이해’와 ‘하느님 고백’으로 인도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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