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고난주간에 이어지는 부활절은 안식일에서 주일로 넘어가게 한 사건입니다. 주님의 부활로 인해 안식일을 지키던 신앙이 주님의 날에 예배를 드리는 신앙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국개신교회가 잘 모르는듯 싶습니다. 그것을 분명히 알았다면, 율법적 안식일 엄수주의가 걸림돌이 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초하루나 안식일을 이유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16,17절) 절기나 안식일을 잘 지켜서 비판받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절기나 초하루, 안식일이 장래 일의 그림자라는 말씀입니다. 즉, 그리스도의 몸으로 성취된 일의 그림자라는 뜻입니다. 이 가르침의 의미는 바로 앞 11~15절을 통해 더욱 분명해집니다.

11절에 손으로 받지 않은 할례, 그리스도의 할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주님을 부활시키신 하나님의 능력을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났다는 뜻입니다. 죄와 육신의 할례가 없어 죽을 수밖에 없던 몸이었지만, 그리스도를 통해 살아난 신앙입니다. 그래서 14절에서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불리한 조문들이 들어 있는 빚문서를 지워 버리시고, 그것을 십자가에 못 박으셔서, 우리 가운데서 제거해버리셨습니다.” 과거의 율법적 관계에서 벗어나 믿음을 통한 구원의 관계로 새로워진 신앙입니다. 율법조문의 관계는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제거해버리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구원의 길이 완성됩니다.

ⓒ하태혁 목사

루터와 칼빈의 종교개혁 전통은 그래서 율법적인 안식일과 주일을 구분합니다. 주일은 구약의 안식일 엄수주의와 분명 다르다는 것입니다. 율법 규율인 안식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그림자이자 예표로 보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디어 참된 안식이 완성되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일은 구약의 안식일 율법을 지키는 날이 아닙니다. 주님의 부활과 그로 인해 완성된 구원을 기뻐하고 찬양하며 나누는 날입니다.

사실 초대교회 성도들도 주일을 안식일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주일에 쉬게 되기 전에는 주일에도 일을 했습니다. 평일과 동일하게 일하고 저녁에 모여서 예배한 것입니다. 안식일교회가 주장하듯이 로마제국 시대에 안식일을 태양신을 숭배하는 일요일로 바꾼 것이 아닙니다. 그 이전에 이미 안식일과는 별도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물론 유대교 그리스도인은 유대교의 안식일도 지켜면서 주일 예배도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방인 그리스도인은 낮에 일하고 저녁에 주일 예배를 드렸죠. 어느 쪽이든 주일을 안식일로 지킨 것은 아닙니다. 주일은 안식일과 다른 의미로 예배드린 날입니다.

주일을 안식일처럼 지킨 것은 개신교에서는 청교도신앙에서 나타납니다. 그들은 율법적인 안식일 교리를 주일예배와 연결하여 교리화했습니다. 종교개혁전통이나 초대교회 전통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청교도 신앙의 후예인 미국 교회조차 이제는 주일을 안식일 성수로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오히려 한국개신교회가 주일을 안식일 성수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아해 하는 분위기라죠.

구약의 율법을 개신교 신앙은 더 이상 지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를 욕한 자식을 돌로 치지지 않습니다. 율법의 굴레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성하신 구원의 은혜 안에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일성수를 율법적 엄수조항으로 받아들여야겠습니까. 고난주간, 주님 십자가 고난의 길을 가시고 죽었다가 부활하셨습니다. 그 길을 통해 이루신 구원의 기쁨을 더 깊이 깨닫고 삶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이 주일 예배의 궁극적 목적입니다. 안식일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벌 받을까 두려워서 주일성수에 묶인다면, 다시 부활 이전 율법주의로 되돌아가는 퇴행입니다.

주일날 아무거나 다 해도 된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주일날 부활을 기뻐하며 주님 완성하신 구원의 삶을 예배하고 누리고 나누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 때문에 일을 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식일 조항을 율법처럼 지키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는 뜻입니다. 안식일을 폐기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안식일을 율법처럼 엄수해야할 규율로 볼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안식일에 담신 하나님의 사랑과 뜻은 오늘날 우리 일상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때론 절실 요청됩니다. 그 내용이 지난 번 글에서 나눈 묵상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가” 그 의미는 오늘날도 되살리고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식일의 정신은 이어가되 안식일과는 분명 다른 주일의 참된 예배를 드린다면, 어떻겠습니까?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계가 함께 고통 받고 불안한 이때, 교회가 천덕꾸러기가 되기보다 참된 위로와 소망이 될 것입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고 만남이라는 것을 모르는 신앙인은 드뭅니다. 두세 사람이 함께 모인 곳마다 주님 함께 계시다고 다들 압니다. 그렇다면 주일 예배는 두세 사람 함께 모인 어느 곳이나 영과 진리로 생생하게 살아날 것입니다. 특정 건물에 모여 공예배를 드리기 힘든 지금이 그런 예배를 회복하고 훈련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입니다. 각자의 처소에서 안식일로부터 주일로 향하는 은총을 만끽하시고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은혜로 주일을 부활의 기쁨으로 만나고, 하나님 나라의 삶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칠 일의 시작으로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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