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잡으러 무리들이 들이닥칩니다. 칼과 몽둥이를 들고 왔지만, 비교할 수 없이 두렵고 아픈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요? 칼보다 날카롭고 몽둥이보다 충격적인 것, 그것은 제자 유다의 키스입니다. 아니 유다라는 친구의 키스! 그 잔혹한 키스를 주님은 받아들이십니다. 그러나 유다의 키스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주님의 모습입니다. “친구여, 무엇 하러 여기에 왔느냐?” 이미 알고 계시지만, 유다의 배신도 주님의 사랑을 흔들지 못합니다. 배신하는 친구도 그대로 친구로 맞아주십니다.

▲ Caravaggio, 「The Taking of Christ」

몰라서 묻는 물음도 있지만, 알게 하려고 묻는 물음도 있습니다. 범죄 한 아담에게 물으셨습니다. “어디에 있느냐?” 아벨을 살해한 가인에게도 물으셨습니다.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고. 모르셔서가 아닙니다. 아담을 일깨우시려는 물음입니다. 가인이 깨닫게 하려는 물음입니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었다 해도, 여전히 주님의 사랑 안에 있습니다. 그 진실을 깨닫게 하려는 뜻이 아니셨을까요. 동생의 주검이 있는 곳이 실은 가인 자신이 죽어가는 자리임을 깨닫게 하려는 마음이 아니셨을까요. 유다에게도 그렇게 물으십니다. 자신이 하려는 일이 정말 무엇인지, 이제라도 깨닫게 하려는 사랑으로 보입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괴로워서 죽을 지경이라고, 함께 깨어 있어 달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 지나가게 해달라고 간청하셨던 그 잔이 유다의 배신과 무관했을까요? 유다의 배신이 그 잔에 담긴 고통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분명 작지 않은 부분으로 보입니다. 배신의 키스를 받으며 친구로 안아주시는 사랑 때문입니다. 마지막까지 깨닫게 하시려는 사랑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카라바조의 작품, 「The Taking of Christ」에서 그런 주님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습니다. 사랑하는 친구가 죽음의 길로 내달리는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주님의 마음이 눈 감으신 모습에서 느껴집니다. 그 사랑에 놀라 주검처럼 굳어진 유다의 눈빛도 느껴집니다.

우리를 친구로 불러주신 주님의 사랑은 누구도, 그 무엇도 흔들 수 없습니다. 그 사랑에서 우리를 끊어낼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 그 사랑을 믿지 못하고 등질뿐입니다. 그 사랑이 늘 물어오고 있습니다. ‘친구,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알고 계시지만,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물어주십니다. 가르쳐 주시기보다 믿어주고 응원해주십니다. 스스로 깨달아 돌이킬 수 있기를 기다려 주십니다. 무엇이라 대답하겠습니까? ‘친구,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은….’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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