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의 실업률은 높지 않고 평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팬데믹 이전보다 어려워진 사람들은 존재한다. ⓒ통계청

실업률은 높지 않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세계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경제가 하향 곡석을 그리고 있으니 실업률이 이와 더불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의하면 지난 7월 실업률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월에 비해 2.5% 상승, 7.7%를 나타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실업률과 증가폭 모두 이보다는 낮은 4.2%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27개 국가 가운데 체코(2.7%), 일본(2.9%), 폴란드(3.2%)에 이어 4번째로 낮은 수치다. 소위 선방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OECD 국가들의 실업률은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다. OECD 국가 평균 실업률은 2월 5.2% → 3월 5.5% → 4월 8.6% → 5월 8.5% → 6월 8.0% → 7월 7.7%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통계 자료가 집계된 27개국 가운데 2월에 비해 실업률이 감소한 나라는 프랑스(-0.8%p)밖에 없다.

또한 통계청 발표를 살펴보면 한국의 실업률은 지난 2017년 4분기부터 크게 변동이 없다. 2017년 3.7%, 2018년 3.8%, 2019년 3.9%를 기록했다. 2020년 들어 1분기 실업률을 살펴보면 여성이 4.3% 남성이 4%, 2분기는 여성과 남성이 각각 4.4%, 3분기에도 여성과 여성 모두 3.6%를 기록해 오히려 실업률이 줄어든 것을 보여주었다.

세세하게 따져 들어가면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지지만 전체 큰 지표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부분은 다를 것은 분명하다. 속된 말로 ‘국가는 부유하지만 국민은 가난하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이때를 위함이 아니겠느냐

사실 며칠 전 이런 비슷한 체험을 했다. 가까운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돈 좀 빌려줄 수 있겠냐는 연락이었다. 생전 그런 말 안 하던 후배이고, 지지리궁상 같은 나의 삶을 뻔히 아는 후배인데도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엄청 어려운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배의 사정은 이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게 매출이 떨어지고 가게 문도 일찍 닫는 일상이 최근 한 달 들어 발생했단다. 그러면서 12월 월급을 받아 보니 OO만원 정도가 깎였다는 것이다. 사장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니 ‘미리 얘기 안 했나’ 하는 말과 함께 ‘가게 문도 일찍 닫았고 해서 그만큼을 월급에서 제했다.’고 했단다. 거의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형편에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냥 속으로 삭히고 말았고 그 이후로 전전긍긍 하며 지내던 차에 방법이 없어 나에게까지 전화를 한 것이었다.

내가 늘 기억하고 사는 성서 말씀이 하나 있다. 누가 들으면 별 희한한 성서 구절을 좋아한다고 핀잔 받기에 딱 좋은 말씀이다. 에스더서 4장 14절의 말씀이다.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아느냐”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기 전, 다행이 한 선배님께서 독거 중년 장애인 굶지 말고 살라며 친구가 필요한만큼의 용돈을 보내주셨다. 후배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보니 또 저 에스더서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 이때를 위함이었나 보다” 하고 후배에게 보내주었다.

자랑 비슷한 글이 되어 버려 이상하지만,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고 어떻게 하면, 즉 국가가 세세하게 돌아볼 수 없는 국민들 개개인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던 차에 이런 일을 겪고 보니 별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국가가 사회적 안정망을 아무리 촘촘히 짜놓는다고 한들 그 안정망을 비껴가는 상황은 늘 발생한다. 그럴 때 우리가 혹은 그리스도인이,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교회들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위 헌금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계속 들려온다. 그래서 교회마다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늘 함께 따라 다닌다. 헌금이 줄어 교회가 어렵다는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교회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면 이를 위해 지출해야 할 경상비가 크다는 말 이외에 달리 해석할 부분이 없다.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교회 대형화가 가지고 온 자업자득이 아닐까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든다. 애초부터 교회의 규모를 키우는 것에서 멀어져 있었다면 이런 어려움이 동반되었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마저 든다. 교회의 헌금을 교회 규모를 키우는데 쓰지 않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역사는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중세 시대, 거대해질대로 거대해진 교회가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교회 건축으로 재정난에 허덕일 때 중세교회는 기발한 착상을 했다. 면죄부를 팔아 그 재정을 마련했던 것이다. 급기야 이러한 기이한 행적은 종교개혁의 한 도화선이 되었다. 물론 그 복잡한 사회사적 상황 중에 그저 하나일 뿐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한국 교회의 대형화는 멈춘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대형화된 교회들은 이를 유지하기에 정신없어진지도 오래다. 교회의 대형화가 아니라 교회 교우들의 증가 자체가 멈추었다. 이제 교회는 어쩔 수 없이 소형화와 가난해진 시대를 살게 되었다. 규모를 줄이는 것 외에는, 아니 교회의 합병이나 폐쇄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교회는 그 규모가 어찌되었든 세상에 존재할 것이다. 교회는 성서의 말씀처럼 그리스도께서 부르셔서 존재하게 되었고 그 부르심은 멈추지 않을 것이 때문이다. 그렇게 교회로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또 다시 이런 질문 앞에 선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코로나 팬데믹에도 실업률은 별 달라진 것 없지만 가게 혹은 기업마다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이를 만회할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에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칠 때마다 기업의 매출이 줄어들 때면 기업의 노동자 대량 해고 사태는 늘 있어 왔다.

다행히 후배는 해고되지 않아 실업률 상승에 기여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노동의 댓가가 줄어든 상황을 맞이했다.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후배에게 이런 상황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상상만 해본다. 그리고 여기 저기 손을 벌렸을 테고 말이다.

그렇다, 국가가 손 쓸 수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 때 우리는,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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