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칼럼
장애, 고도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지역사회에서 아무런 장애물 없이 사는 날까지
이정훈 | 승인 2021.05.16 15:40
▲ 장애인의 탈시설 정책을 주장하다가 벌금형을 받은 인권단체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전하고 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 페이스북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이 뒤틀어진지도 벌써 1년 하고도 5개월이 흐르는 시점이다. 그 사이는 우리가 숨 쉬듯 아무렇지도 않게 누렸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보게 되었다. 이에 더해 우리를 둘러싸 단단하게 우리를 지켜줄 것 같았던 울타리들이 얼마나 연약하고 속절없이 무너지는지도 분명하게 목격했다.

‘코호트 격리’,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더욱이 사회적 약자들 중에서 가장 약자라고 일컬어지는 장애인의 상황이, 오히려 다행이랄까, 여과 없이 수면 위로 부상하며, ‘그래도 나아지고 있다’는 세간의 평이 얼마나 허상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허상이 걷혀지며 그간 귀에도 낯선 단어들이 우리 귀를 맴돌아 안착하는 경험도 했다. 바로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라는 말이었다.

우선 ‘코호트’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같은 시기를 살아가면서 공통된 행동양식이나 및 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한다. cohort는 ‘함께’를 뜻하는 ‘co’와 ‘뜰’을 뜻하는 ‘hors’가 합쳐진 말인 ‘cohors’에서 유래한 단어로 “뜰에서 같이 훈련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었다. 이것은 고대 로마군대의 세부 조직 단위를 지칭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렇게 사용되었던 말이 오늘날 의학 분야에서는 “특정 질병 발생에 관여할 것으로 의심되는 특정 인구 집단”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코호트 격리는 감염 질환 등을 막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를 말한다. 질병 발병환자 뿐만 아니라 의료진 모두를 동일집단(코호트)으로 묶어 전원 격리해 확산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특히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손 씻기, 소독하기 등) 준수가 핵심 방역대책으로 떠오르면서 코호트 격리가 급부상했다. 자의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 준수가 어려운 사람들, 주로 정신장애, 발달장애, 뇌변병 장애인 등은 정신병동이나 장애인 거주 시설에 움짝달싹도 할 수 없도록 코호트 격리를 실행했다. 외부와의 거리두기를 차단하면 안전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였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이 코호트 격리는 병원이나 각종 거주시설을 오히려 죽음의 수용소로 전락시키는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코호트 격리가 아니더라도 각종 시설의 장애인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얼마나 안전하지 못한지는 해외 언론에서부터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해외 매체들을 여러 차례 번역해 소개하면서 흡사 고대 시대 노예 신분이었던 사람들이 ‘애굽(이집트)’을 탈출하듯 거주 시설로부터 출애굽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내부 고발도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각종 거주 시설의 종사자들이 코로나 감염으로 거주 시설인들에게 감염을 확산시키기도 했고, 종사들 또한 감염을 걱정해 출근을 포기해 거주 시설은 종사자들 없이 장애인들만이 덩그러니 있게 되는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는 계기가 내부 증언을 통해 알려졌다는 뜻이다. 개인위생을 조력해 줄 종사자들이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해외의 이러한 상황은 역으로 국내의 상황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팬데믹 초기 모 종교단체가 운영하던 병원 시설에 감염자가 출입하면서 입원자들에게 집단감염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거주 시설의 문제를 다시금 확인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코호트 격리 이론이 들어맞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멀고도 먼 장애인의 탈시설

그간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탈시설’을 주장해 왔었다. 장애인들이, 운영 주체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법인이 운영하든 개인이 운영하든, 거주 시설이 아니라 사회로 나와 장애인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해야 한다고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또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예산들을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강조했다.

하지만 이 탈시설 요구는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들의 일터가 사라지는 문제였으며 정치로 치환되는 순간이며, 경제적이고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렇기에 장애인 인권단체들의 이러한 탈시설 요구에 맞서 일각에서는 장애인 거주 시설의 소규모화를 통해 탈시설이 가능한 것이라고 맞섰다. 예를 들자면, 한 가구당 두 서너 명의 장애인이 생활할 수 있는 거주 시설이면 탈시설과 진배없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이 맞서 지리한 논쟁이 계속되는 사이, 코로나 팬데믹이 다시금 탈시설을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상황을 몰고 왔다. 집단으로 수용되어 있는 병원이나 거주 시설이 얼마나 취약한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외에서 문제가 불거지며 국내에서도 확인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장애인들은 더욱 강하게 탈시설 정책을 촉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강한 요구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기 마련이다. 탈시설 요구의 강한 목소리는 벌금이라는 처벌로 장애인들 활동가들에게 돌아갔다. 수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되었고 장애인 활동가들은 노역으로 맞섰다. 4명의 장애인 활동가들 중 3명은 소위 이전 장애등급제로 하면 최중증 장애인들이었다. 또한 3명 가운데 한 장애인은 자의적으로는 발언하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을 활동보조인을 통해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한 장애인 4명 모두 자칫 잘못했다가는 욕창이 발생할 수 있는 장애인들이었다. 욕창은 우리 몸의 어느 부위든 지속적인 또는 반복적인 압박이 주로 뼈의 돌출부에 가해짐으로써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조직에 염증이나 괴사하게 되는 것이다. 최중증 장애인들에게는 죽음을 불싸한 결단이었다.

그러면서 이들의 주장은 선명했다. “평등은 늦출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코로나 팬데믹이 보여준 장애와 장애인을 대하는 민낯을 확인하며 탈시설을 늦추다가는 장애인들에게 더 큰 위험으로 돌아간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늦출 수 없는 생존의 문제

한 번씩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직접 듣고 놀랐던 이야기를 해본다.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관련 정책을 맡고 있는 고위 공무원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였다. “최중증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서는 연간 1억원 정도 소요됩니다. 어렵습니다.”

결국 예산이 많이 드니 문제니 값싸게 해결하자는 논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렇듯 탈시설 문제는 경제적 논리로 따지면 사실 할 말이 없는 정책적 요구인지도 모른다. 왜 그런 거액을 장애인 한 명을 위해 써야 하냐는 말 앞에 무슨 말로 대꾸해야 할까.

이런 논리 앞에서 이런 논리도 맞서고 싶다. 장애는 누군가 그렇게 호칭하는 순간 장애로 규정된다고 말이다. 내 앞에 누군가, 자의적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장애로 규정하는 것은 그 반대편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즉 장애는 사회가 만드는 것이라고 말이다.

자의적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 사람을 장애인으로 규정해 급 나누기를 하는 것은 철저히 계산된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뜻이다. 이 정치적 행위를 누가, 왜 하냐고 물어야 한다.

장애는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 장애를 장애로 호칭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선택이 가능한 문제다. 그렇기에 장애를 장애로 만들지 않는 것은 또한 고도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이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1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