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tthias Grünewald, “John the Baptist”, in 「Crucifixion」 (1515) ⓒWikipedia

참 증인, 예수 그리스도

바르트는 그가 “복음 중의 복음”이라고 부른 요한복음을 주석하면서 예수께서 즐겨 사용하신 “나는 곧 나다”(ego eimi)라는 표현이 예수가 누구인가를 말해주고, 그가 전하려는 내용의 전제와 또한 개요가 된다고 주장한다(CD Ⅳ/3-1, 231).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8:12),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14:6)라는 말에서 나타나는 “나는 곧 나다”라는 표현은 출애굽기 3장 14절의 “나는 스스로 있는 나다”라는 야훼 하나님의 이름과 상통한다.(1)

그러므로 “나는 곧 나다”는 이 간단한 자기표현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되는 하나님은 이 세계의 모든 신적인 세력들과 아울러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그의 철저한 우월성을 드러낸다.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 곧 야훼의 이름이 예수에게 주어지고(빌2:9), 이사야 45장 23절에 의하면 오직 야훼 하나님에게만 바쳐야 할 우주적인 경배가 예수 앞에서 이루어진다(빌2:10-11). 이렇게 예수는 야훼 자신의 영역에 자리 잡고 있다.

예수는 길, 부활, 생명, 문, 생명의 빵, 포도나무, 목자, 그리고 또한 진리, 빛, 말씀이다. 그에 따라서 세례 요한은, 어떤 의미에서 요한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그와 동일시하는 저자는, 진정한 모든 증언들을 위해 모범적으로 자신을 넘어서 이 타자, 곧 “예수가 그 모든 것이다”라고 증언한다. 말하자면, 세례 요한은 “자기에게 오시는” 예수를 본 순간부터(요1:29) 예수의 역사에 삼켜진 것이다.

그러나 예수의 일은 생명의 빛과 증인, 다시 말하면 그 자신에게 귀착되지 않는, 따라서 그 자신의 것이 아닌 영광의 계시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영광은 그를 보내신 분에 의해 충만하게 그에게 주어졌고 그런 식으로 단지 그것은 “그의 영광”(1:14)이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그가 등장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하나님의 생명과 영광의 계시자이다(CD Ⅳ/3-1, 232).

세례 요한은 예수를 처음 본 순간에 그가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다”(요 1:29)라고 단번에 그가 누구인지를 분간하고 선언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자발적인 지식에 의한 것이 아니다(참고, 마 16:17). 그와 반대로, 예수를 보내신 하나님 자신이 그를 요한에게 곧장 계시하신 것이다(요 1:31, 33). 예수는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던 말씀이었다(1:1). 그 말씀에 의해 만물이 창조되었고, 그 말씀이 없다면 아무 것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그의 안에는 생명이 있었고, 그는 사람을 비추는 생명의 빛이었다. 하나님의 구원의 사역은 그 자체로 그의 역사 안에서 말해질 수 있다. 그가 바로 이 생명의 빛이기 때문에, 그는 지금 현재하고, 이렇게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며, 어둠은 결코 그것을 이길 수 없다(CD Ⅳ/3-1, 232).

유일한 생명의 빛이신 예수는 세례 요한을 “타오르면서 빛을 내는 등불”(요5:35)라고 불렀다. 그러나 요한은 빛 자체는 아니며, 단지 그 빛에 대한 증인에 불과하고, 그 비교할 수 없는 참 증인에 대한 증인이라고 불릴 수 있을 뿐이다. 그에 반하여 예수는 단지 나중에 비로소 말씀과 빛, 증인과 계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태초로부터 맨 처음부터 그러했다. 그의 “나는 곧 나다”와 함께, 그는 아브라함의 시대를 앞선다(8:58). 그는 창세전에 아버지의 영광에 함께 하셨다(17:5). 그는 창세전부터 아버지에 의해 사랑을 받으셨다(17:24). 이와 같이 그는 “위에서부터” 오신 분이기 때문에, “위에서”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직접 증언하신다(3:31, 32). 그리고 이렇게 그는 죽은 자들이 듣고 살아나게 될 음성을 발하신다(5:25).

그러나 무엇이 그렇게 예수의 자기증언을 다른 모든 증언들과 구별되는 비교할 수 없이 탁월한 증언이 되게 하는가? 바르트에 의하면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이것이 그의 자기증언을 다른 모든 사람들의 그것과 구별한다. 이것이 그의 자기증언을 어떠한 의심이나 반대질문을 용인하지 않는 하나님 자신의 증언으로 나타나게 한다”. 그리고 이 부활로부터 예수의 자기증언은 이차적이며 보조적이고 단지 확증할 수 있을 뿐인 ‘친구’의 증언(참고, 요 3:29)을 요청한다(CD Ⅳ/3-2, 613).

그러므로 바르트에 의하면 요한복음에서 예수의 예언자적 사역, 곧 참 증인으로서의 사역은 다른 모든 예언들, 계시들, 증언들, 음성들, 말들과 빛들과 명백하게 구별되고 뚜렷하게 된다는 것은 불가피하다. 참 증인이신 예수 앞에서 세례 요한의 기능은 그분을 증언하는 것으로 명확하게 인식된다: “요한은 이 진리에 대하여 증언하였다”(요 5:33). 그러나 예수는 덧붙인다: “그러나 나에게는 요한의 증언보다 더 큰 증언이 있다”(5:36). 그리고 요한은 그 자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내 뒤에 한 분이 오실 터인데, 그분은 나보다 먼저 계시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다”(1:30). “위에서 오시는 이는 모든 것 위에 계신다.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여서, 땅의 것을 말한다”(3:31).

바르트는 이 점에서 세례 요한은 그의 고유한 자리를 갖고, 이런 한계 내에서 그의 임무와 권위를 갖는다고 말한다(CD Ⅳ/3-1, 233):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고, 그분보다 앞서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다. 신부를 차지하는 사람은 신랑이다. 신랑의 친구는 신랑이 오는 소리를 들으려고 서 있다가, 신랑의 음성을 들으면 기뻐한다. 나는 이런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요3:28-30).

▲ Matthias Grünewald, “John the Baptist”, in 「Crucifixion」 (1515) ⓒWikipedia

구약성서의 예언자들과 세례 요한

복음서들은 세례 요한의 설교에 대한 기사로 시작하고, 이렇게 모든 신약성서의 증언의 처음을 구성한다. 그러나 그가 예수와 동시대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가 얼마나 실제로 신약성서에 속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왜냐하면, 공관 복음서들에 의하면, 그의 역할은 거의 전적으로 구약의 예언자의 그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는 규탄하고, 회개를 촉구하고, 임박한 심판을 선포한다. 그는, 마태 21장 32절의 매우 의미 있는 표현에 의하면, 옳은 길을 보여주었다.

그는 자신이 메시아와 구별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의 도래를 고지한다(막 1:7 이하, 요 1:6 이하, 15 이하, 19 이하). 그러므로 그는 정당하게 한 사람의 예언자로서 고려된다(마 21:26). 그래서 복음서 저자들은 구약의 전통에 따라서 그를 오시는 주님에 앞서 그분의 길을 예비하러 온 그의 선구자(참고, 사 40:3, 말 3:1), 사자, 광야에서 외치며 주의 길을 예비하는 소리(막 1:2이하)라고 부른다.

바르트는 “오실 그분이 당신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마 11:3)라고 물었던 세례 요한의 질문과 그의 죽음이 정확하게 그가 전형적인 구약성서의 예언자에 속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본다. 그러나 바르트는 이것이 세례 요한에 대하여 복음서들이 말하는 모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예수는 이 요한을 구약성서의 예언자들보다 더 위대한 인물이라고 부른다(마 11:9). 요한복음 1장 20절 이하에 따르면, 세례 요한은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부인하면서, 메시아의 전통적인 선구자들 가운데 속하기를 거부한다. 그가 구약성서적인 의미에서의 예언자가 아니라면 도대체 그는 어떤 자인가?

그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이고, 명확한 의미에서 “증인”이지만, 구약성서적 의미와 아주 다른 “증인”이다. 그는 예수에게 세례 주기를 거부하고, 그로부터 세례 받기를 원한다(마 3:13이하). 그는 예수에게 내린 성령의 강림을 증언한다(요 1:32). 그러므로 그는 명백하게 단지 메시아를 기다리기만 했던 모든 자들과 구별된다.

요한복음 1장 15절 이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을 육신이 되신 말씀의 영광을 이미 보았던 자들 가운데 둔다. 그리고 그는 그를 오셔야 했던 그분으로서 지시한다: “보시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입니다”(1:29, 36). 뿐만 아니라 요한복음 3장 27절 이하에서 그는 마치 한 사람의 “사도”처럼 말한다: “하늘이 주시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너희야 말로 내가 말한 바,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고, 그분보다 앞서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라’ 한 말을 증언할 사람들이다.”

그렇게 하여 그는, 요한복음 5장 33절에 따르면, 예수로부터 ‘진리’를 증언했다고 칭찬을 받았다. 그러므로 바르트는 복음서들이 그의 선교의 한계들에 대해 강조한 것은(요 1:8, 20이하, 3:28, 5:36) 사도에 비하여 예언자를 낮게 평가하려 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공통적인 증언의 대상인 그리스도와 둘 다를 구별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CD Ⅰ/2, 120).

이와 같이 구약의 증인들과 신약의 증인들 사이를 구별 짓는 차이는 세례 요한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칼빈과 루터는 다음과 같은 점에 동의한다. “세례 요한은 율법과 복음 사이에 서서 양쪽에 관계된 직무를 가졌다”.(2) 바르트는 개혁자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세례 요한을 예수의 증인들 가운데 일종의 “원형”으로 본다. 바르트에 의하면, 요한복음이 증거 하는 세례 요한은 “회개를 위한 물세례를 시행하면서 이미 다른 모든 사도들에 앞선 한 사람의 사도로서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속해 있다”(CD Ⅳ/2, 205). 이것은 공관복음서들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세례 요한은 거기서, 그의 구약성서적인 특징과 함께, 약속에 대한 최후의 가장 위대한 담지자로서 이미 성취의 역사에 속해 있다(CD Ⅳ/2, 206).

그리스도에 대한 참된 증인, 세례 요한

바르트는 1967년에 출판된 『교회교의학』 Ⅳ/4권 세례론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세례 요한을 비교하면서, 다시 그뤼네발트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에 나타난 세례 요한의 집게손가락을 떠올린다: “요한은 본질적으로 오로지, 사실 그의 앞에 있지만, 그의 뒤에 오시는 예수만을 가리키는 사람, 길게 뻗은 집게손가락이다”(CD Ⅳ/4, 61).

실제로 세례 요한은 그의 앞에 있다(요 1:15, 30). 그러나 그는 예수에 관하여 “청산”되는 자가 아니라, 예수가 흥하기 위하여 “쇠하여야”(3:30)하는 사람이다. 그는 신랑이 아니라 그의 음성을 듣고 기뻐하는 신랑의 친구일 뿐이다(3:29). 그 때문에 그는 단순히 물로 세례를 주는 것에 만족하고, 예루살렘에서 파송된 사람들에게 그가 말했던 것에 따르면(1:19-27), 바로 그 일로써 그는 사람들에게 메시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1:31).

물론, 그는 그리스도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가 누구인지를 알았던 것은 아니다(1:31, 33). 그러나 그는 성령이 그에게 내리고 머무는 것을 보았고(1:32이하), 그렇게 해서 그는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1:33), 곧 “하나님의 아들”(1:34),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1:29, 36)이심을 알게 되었다. 이 인식을 기초로 하여 그는 물로 세례를 베풀면서 그리스도를 증언한다(1:34).

바르트에 의하면 세례 요한의 이 메시아적 선언에 관한 제4 복음서의 집중력은 공관복음서들에서도 발견된다. 누가 1장 41절의 매우 인상적인 증언에 따르면, 이미 요한은 그가 아직 그의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극적으로 만났던 분의 예언자였다. 사가랴의 노래 속에서(눅 1:76), 그는 “가장 높으신 분의 예언자”로 불려졌지만, 단지 오시는 주님을 앞서는 것일 뿐이다. 그는 그가 선포하는 “더 능력이 있는 분”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다(막 1:7).

따라서 바르트는 정당하게 이미 실행되고 있는 하나님의 절박한 행동에 비추어 세례 요한이 요구했던 회개는 단순히 굵은 베옷을 입고 잿더미 속에 앉아 있는 그런 외적인 수행이나 고행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전적인 하나님에로의 방향전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도덕이나 일반적인 종교적 감정의 범주들의 도움을 받아 묘사할 수 없다. 그것은 “예수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구체적이고 불가피한 형식”으로서 “단순히 메시아 예수를 향한 방향전환, 곧 그의 안에서 다가오고 있는 하나님 나라, 그가 선언해야 하는 심판, 그가 허락해야 하는 죄인들의 용서에 대한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CD Ⅳ/4, 62).

바울이 에베소에서 요한의 제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과 나눈 대화에는 초대 기독교 공동체가 요한의 세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매우 흥미 있는 진술이 포함되어 있다: “요한은 백성들에게 자기 뒤에 오시는 분, 곧 예수를 믿으라고 말하면서,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행 19:4-5). 진실로 세례 요한은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 심판과 죄인들의 용서를 고지하면서 바로 예수 그리스도, 그분을 지시했던 집게손가락이었다(CD Ⅳ/4, 61).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