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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내 삶의 감사 ⑸
박연숙 | 승인 2022.04.27 15:32

큰아들 창준이가 태어난 지 2주쯤 지났을까, 창성이의 병명이 밝혀졌다. ‘코넬리아 디 란지’ 증후군. 병원에 계신 강사분이 두꺼운 원서를 들고 오시더니 창성이의 증상과 비슷한 내용을 짚어 주시고 환아들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환아들은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눈썹에 숱이 많고 좌우 눈썹이 붙어 있으며 속눈썹이 길다. 코가 뾰족하게 위로 들어 올려 있기도 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설마, 창성이가…. 병원 내에 이 병에 대한 전문의가 계시다고 하며 만나보라고 하셔서 진료실을 찾았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고, 증상별로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강사분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커다란 슬픔의 파도가 나를 덮쳤다. 눈물을 닦으며 상기된 얼굴로 병원 문을 나섰다. ‘어떡하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복잡한 마음, 답답한 가슴을 안고 집에 와서 인터넷 자료들을 뒤적거려 보았다.

‘코넬리아 디 란지 증후군’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희귀 질환이다. 위식도 역류로 인해 출생 시부터 음식 섭취가 힘들고, 성장 호르몬이 결핍되거나, 청력 장애, 언어 장애, 사지 기형 등 복합적인 증상을 나타낸다. 다른 질환처럼 특정한 치료법이 정해져 있지 않고, 환아에 따라 개별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부모와 사회의 더 세심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 코넬리아 증후군은 ‘전형적인 증상’과 ‘경미한 증상’으로 나뉜다. 증상의 정도는 편차가 매우 심해 외형적인 특징만 나타내는 환아가 있는 반면 사지 기형이나 성장 장애 등 심각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아도 있다.

“부모와 사회의 세심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아이.” 내가 세심하게 돌봐줄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장애아를 낳으면 외국행을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장애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왜곡되어 있다는 방증이리라. 자신이 없었다. 나도, 사회도.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보리라 다짐해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에게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하는 생각이 가끔씩 꼬리를 들었다.

병원에서 코넬리아 디 란지 증후군 환우회의 총무 일을 맡고 계신 엄마를 만나 잠깐 대화할 시간이 있었다.

“창준이 엄마! 창성이가 아픈 것이 엄마 탓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네….”
“환우회에서 만난 부모님들 공통점이 있다면 아빠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라는 거예요.”
“아~ 네….”

좋은 사람들에게 보내준 선물인가보다. 아이의 모습이 어떠하든지 사랑하고 감사할 수 있는 가정에 보내진 선물. 시부모님도 창성이의 모습이 어떠하든지 감사한다고 하셨다. 나에게도 감사하라고 말씀하시면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은 며느리를 박대하는 시부모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그분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창성이. 건강한 몸을 주진 못했지만, 사랑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기도의 손을 모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노래가 좋아’라는 프로그램에서 태중에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던 박모세 군이 어머니와 함께 노래하는 영상을 보았다. 임신 4개월 말경 초음파 검진 중 아이 머리 뒤쪽 뼈가 형성이 안 되어 뇌가 다 쏟아져서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던 아이. 태어난 지 3일 만에 밖으로 나온 뇌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대뇌의 70%, 소뇌의 90% 이상을 절단해서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하고 장애가 극심해서 얼마 못 산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모세는 지속적인 4번의 뇌수술 등 6번의 수술을 견디고 20대의 청년이 되어 무대에 서서 어머니와 함께 노래했다. 모세의 기적이라는 팀명으로 그들이 부른 ‘사랑을 위하여’를 들으며 창준이 생각에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아플 때보다 네가 아파할 때가 내 가슴을 철들게 했고
너의 사랑 앞에 나는 옷을 벗었다 거짓의 옷을 벗어 버렸다

그들의 사연과 노래를 들으며 함께 눈물지었던 방청객들을 보았다. 울먹이며 모세의 어머니에게 감사하다는 말 전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직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고 나도 감사했다. 아직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모세의 어머니도 모세를 가장 큰 선물이자 기쁨으로 여기고 살아간다고 한다. 나를 철 들게 한 선물, 당연한 것인 줄 알았던 모든 것에 대한 감사를 가르쳐 준 선물, 인생의 참 행복과 기쁨이 어디에서 오는 지 알려준 귀중한 선물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나도 창성이와 함께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박연숙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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