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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여섯 김 여사의 BTS 입덕기아내, 엄마, 여자 그리고 권사의 삶을 생각해 본다
정리연 | 승인 2022.04.28 15:41
▲ 2년 전 엄마와 다녀온 전남 신안 ‘퍼플섬(안좌도)’. 온통 보라색이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아미’인 김 여사는 가보고 싶어 했다. (보라=방탄 소년단이라는 공식 때문, 얼마 전 ‘보라가스’가 됐던 라스베가스를 떠올리면 된다).

김 여사는 ‘아미’이다. 당신이 짐작하는 그 아미, BTS 팬! 맞다. 언제부터였더라?

뇌졸중으로 전신마비가 된 남편을 몇 년간 간병을 했더랬다. 그러다가 6년 전에 남편은 김 여사를 떠났다. 김 여사는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스무 살에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사십여 년을 함께 살았다. 시골에서 땅을 일구며 딸 넷을 키우느라 다른 건 해본 적이 없었다. 친정엄마는 김 여사를 낳고 얼마 후에 남편과 헤어져 어딘가에서 재혼을 해서 소식이 끊겼고, 친정아빠 역시 재혼해서 동생들을 낳았다. 김 여사는 집을 떠나(내보진 셈) 고모 집에서 결혼 전까지 살았다. 부모의 돌봄과 사랑 없이 지내 온 김 여사는 언제나 혼자인 기분이었을 테고 남편의 존재가 각별했을 것이다. 8살 많았던 남편은 김 여사에게 남편이자 친구이자 아빠 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여튼, 이런 남편을 먼저 보낸 후 김 여사는 지방 대학가에서 둘째 딸이 운영하는 식당에 합류하게 되었다. 시골에 있던 땅도 집도 팔았는데 빚을 갚고 나니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인생이 허무하고 우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 놀러 온 손녀가 보던 유튜브를 곁눈질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재밌었다. 얼마 만에 소리 내어 웃어 보는 거지?

김 여사의 방탄 덕질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나의 방탄 지식은 모두 김 여사에게 배웠다

띵!

- 일하니? 시간 날 때 통화 좀 하자

메시지를 받고 어떤 예감에 휩싸였다. 혹시, 또? 뜸을 좀 들이다가 통화 버튼을 꾸욱~

- 엄마, 나야!
- 작년에 방탄 콘서트 했던 거 dvd 나온다고 하는데 앱 들어가서 예약 좀 해줄래? 돈은 보내줄게.

짐작대로군.

- 돈은 뭐, 얼마한다고.. 내비둬! 내가 주문할게~
- 그래, 고맙다. 오늘 트위터에 블라블라~~, 아니 근데 유투브에 걔네들 영상이 떴는데 말이야~ 블라블라~~

용건이 끝난 후에도 엄마의 방탄 수다는 끝이 없다. 나는 방탄을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닌, 머글(해리포터에서 유래한 말로 팬이 아닌 일반인을 말한다)인고로 엄마가 방탄 얘기를 하면 그냥 흘려들었다. 하지만, 엄마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한편으로는 그걸 자식들이 다 채워줄 수 없다는 게 죄송하고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방탄의 존재는 뭘까. 그토록 열광하게 하는 방탄의 매력은 뭘까? 직접 물어봐야지. 시~작!

- 엄마, 지금부터 엄마를 인터뷰할 거야. 생각나는 대로 간단하게 대답하면 돼. 히히

비티에스가 왜 좋아?

- 노래 가사도 좋지만 일단 애들은 날 웃게 해. ‘달려라 방탄’ 보면서 엄청 많이 웃었어. 영상을 보는 동안은 내 얼굴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어.
- 그렇구나. 그럼, 제일 좋아하는 멤버는?
- 지민이

누군지 얼굴이 딱 떠오르지 않았다. 방탄 멤버 중에서 제대로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은 RM뿐이다. 리더여서 가장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크크

- 지민이랑 딸 넷을 바꿀 수 있다면? 바꿀 마음 있어? 솔직하게!

물어보고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혹시 그렇..? 에이 설마!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없는 이유는 뭘까?(그러게, 평소에 잘했어야지!)

-자식들하고는 바꿀 수 없지

휴우... 속으로 안심했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지민이를 검색해봤다. 오우, 이렇게 생겼구나.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구나~울 엄마 눈 높네~

- 지민이랑 하루 데이트한다면 어디에서 뭐하고 싶어?

근사한 곳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하려나? 아니면, 여행?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예상 밖의 대답이 왔다.

-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진리다

이야, 울 엄마 낭만 있네!!! 가끔 푼수(?)인 거 같은데, 알고 보니 로맨티스트였어~ 철없는 낭만주의자, 내가 엄마를 닮았나 봐(우리 엄마 예쁨!). 푸하하!

- 근데, 지민이가 왜 좋은 거야? 귀여워서?
- 아빠 보내고 힘들어서 멍-때리고 살았는데 17년도 2월에 <봄날>이라는 노래를 들었어. 그때 ‘말로는 보낸다 난 아직 널 보내지 못하는데’라는 지민이 파트가 있었거든. 지민이의 슬픈 목소리가 마음을 울리더라. 모든 노래에서 지민이 파트가 좋아.

울컥, 했다. 엄마가 그렇게 오랫동안 힘들어 하신지 몰랐다. 몰라서 죄송했고 살갑게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서 스스로 원망스러웠다. 노래를 검색해서 들어봤다.

“넌 떠났지만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지 난 솔직히 보고 싶은데 이만 너를 지울게 그게 널 원망하기보단 덜 아프니까 시린 널 불어내 본다 연기처럼 하얀 연기처럼 말로는 지운다 해도 사실 난 아직 널 보내지 못하는데”

뭉클했다. 모든 노래와 시가 내 인생을 대신 살고 있는 거 같은 느낌, 나도 많이 느껴봐서 엄마가 이해됐다. 좀 멋진데?

-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해?
- 노래는 다 좋은데 <봄날>하고 앤써, 영포에버(찾아보니 <Answer>, <Young Forever>). 또 전하지 못한 진심이랑 지민이 솔로곡인데 제목이 생각 안 나네. 좋은 노래 많은데 제목이 다 영어야. 웃을 일이 없을 때도 방탄 보면서 많이 웃었지. 봄날 생각하니까 눈물 난다.

대체, 그동안 난 뭐한 걸까. 나, 자식 맞냐! (머리 콩콩!!) 엄마에게 위로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 근데, 다른 아이돌이랑 비티에스가 다른 점은 뭐야?
- 방탄은 본인들의 현재 상황을 자신들이 직접 노래로 만들어. 그걸로 위로와 희망을 줘. 작사, 작곡 다 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것이 좋아.

- 마지막 질문! 비티에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 많이 했었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음악만을 생각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계속했으면 좋겠고 언제쯤 때가 되어서 방탄처럼 착하고 좋은 사람들 만나서 결혼도 하고 혹은 그대로여도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또 언제쯤 ‘달려라 방탄’ 할지 기다려지네. 이 정도!

- 엄마, 고마워. 수고했어. 박수 박수!!!

환하고도 슬픈 사람, 아니 사랑이다

이번 인터뷰는 단편적인 주제였지만, 그동안 엄마를 많이 오해하고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어렸을 때 아빠와 추억은 많은데 엄마와는 그런 기억이 별로 없다. 엄마한테 자주 등짝 스매싱 받은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그런가? 흐흐.

내가 마흔이 넘으니 엄마의 여자로서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같은 여자로서 많이 짠하다. 답답해서 벗어나고 싶고 뜻대로 되지 않아 실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었을까. 새벽에 우유 한잔으로 속을 채우고 서둘러 들에 나갔다가 느지막이 집에 돌아와 때늦은 저녁 식사를 하시던 모습이 가만히 떠오른다.

초등학교 5, 6학년 여름이었을 거다. 그날도 역시나 어두컴컴한 시간에 집에 오신 엄마가 마루 구석에 앉아 우셨다. 속으로 삼키며 흐느끼셨는데, 그 모습을 보고 말았다. 가끔 그때의 엄마 눈물이 내 속에 차올라 목이 멘다. 엄마가 꽃을 좋아하는 것도 영화나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알았다. 살면서 그런 여유를 갖는 건 엄마에게 사치였으니까.

예순하고 여섯! 요즘엔 젊은 나이지! 여전히 순수한 마음결을 지니고 있는 엄마. 올해는 꼭 방탄 콘서트에 같이 가야지. 엄마한테 남자 친구도 있으면 좋겠는데. 한참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 엄마는 아이돌 1도 모를 때, 하나님께 기도는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나도 갈 수 있을까?(아빠 따라) 날마다 그런 나쁜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했어. 그때 지민이 가사가 마음에 꽂혀서 니 언니한테 저 노래 누가 부르는지 물어보니까 방탄의 <봄날>이라더라. 이 글을 방탄이나 아미들이 볼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엄마, 분명히 (한 명은) 볼 거야. ‘아미’ 숫자가 엄청나잖아! 혹시 지민이가 연락하는 거 아니야? 으악~~엄마!!! 그러면 어떡해! 너무 떨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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