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8년 8월 5일 첫 국무회의를 마친 대한민국 초대 내각. 앞줄 왼쪽부터 전진한·임영신·안호상·이인·이범석·이승만 대통령·윤치영·김도연·조봉암·장택상. 뒷줄 왼쪽부터 윤석구·김동성·민희식·유진오.

조선 후기 개혁의 좌절과 외세의 침탈

1776년 즉위한 정조는 1800년에 서거하였다. 정조의 개혁 의지는 굳건하였고 정조는 체제공에서 시작하여 치세 후기에는 이가환을 영의정으로 정약용을 우의정으로 등용하여 총체적 개혁을 추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관료 세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세력인 노론은 정조의 개혁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천주교의 이단성을 제기하였다.

때마침 전주의 천주교 신자 사대부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신주를 불사르고 제사를 폐한 사건이 벌어지자 유교가 국시인 조선에서 사대부가 제사를 폐한 것은 천주교의 이단성을 확증한 사건이라는 정치 공세를 폈다. 정조는 이들을 처벌하고 각료 중에 천주교 신자들에게 신앙을 포기했다는 각서를 받아 사건을 무마하려 하였다.

그러던 중 1800년 6월, 정조는 갑자기 등에 난 종기를 치료하다가 증세가 빠르게 악화하여 2주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정조의 의문스럽고 갑작스런 죽음으로 권력은 강경 유교 세력에게 넘어갔다. 영조비였던 정순왕후는 영조가 노론과 정치적 제휴로 혼인한 정실로 손자인 정조보다도 나이가 어렸다. 정순왕후는 사도세자를 죽이는데 앞장섰던 김한구의 딸로 대비의 오라버니 김귀주는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였던 이들 중 하나였다.

정조 사후 어린 순조가 즉위하였으나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된다. 실질적 권력자인 정순왕후는 1801년 천주교의 이단을 공식화하고 처벌을 명하게 된다. 신유교난으로 알려진 이 조치에 따라 정약용의 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되고 둘째 형 정약종은 처형되었다.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되었고 이가환·권일신·권철신 등도 처형되었다. 정조가 등용한 개혁 각료들의 몰락이었다.

정조가 추진하던 개혁은 완벽하게 해체되었다. 화성은 폐쇄되었고 정조의 친위 군대 장용영도 해산되었다. 김한구의 가문이 국가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소위 안동 김 씨의 세도정치가 시작되어 1864년 고종의 즉위할 때까지 김 씨와 조 씨 가문의 세도정치가 지속되었다. 어린 왕들인 순조·헌종·철종 시대는 고려 말기의 국왕들보다 더 약화된 왕권을 가졌다. 세도정치 시대는 관직 매매와 과거제도의 타락이 극에 달하여 상납과 뇌물을 통해 관직에 오른 관리들은 백성을 수탈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조세의 문란이 극에 달하였고 토지 수탈이 일어나 백성들은 기근에 시달렸다. 고려 후기 토지 수탈기에 전국적 민란이 일어났던 것처럼 세도정치 시대 64년간 일어난 민란의 수는 조선이 건국하고 4백여 년간 일어났던 민란의 수보다 많은 민란이 일어났다. 실패한 개혁 뒤에 나타난 체제의 붕괴와 사회적 혼란은 극에 달하였다.

1864년 고종이 즉위하자 섭정 흥선군은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하였다. 사림의 권력을 줄이기 위해 서원을 철폐하고 부속 토지를 몰수하였다. 왕권 강화를 위해 경복궁을 중건하고 화폐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러나 위축된 왕권 강화에 치중하여 국왕 가까이 일어난 권력 투쟁을 종식하지 못하여 정치적 혼란은 왕조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갑신정변과 동학혁명의 영향으로 갑오개혁을 추진하고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전환하여 나름의 근대화를 추진하였으나 외형은 근대적 국가를 지향하려 하였으나 내적으로 근대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내용과 절차가 부재한 개혁이었다.

개화기는 서세동점의 제국주의가 절정에 이른 시기였고 대한제국은 급진적 근대제국을 이룩한 일본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하고 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 가혹한 어둠의 시기는 한국이 독립하여 재건하고 독자적 근대국가를 이루는데 끝없는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해방 후 한국의 토지개혁

1905년 을사늑약으로 실질적 식민지가 된 후 40년이 지난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한국은 광복을 맞게 된다. 거의 반세기에 육박하는 식민 지배는 대중들에게는 광범한 반일 감정을 축적하였다. 그러나 1905년 러일전쟁을 계기로 나타난 한국의 친일파는 일제강점기 내내 세력을 형성하였고 해방 후 한국의 지도층에는 광범한 친일파들이 형성되어 있었다. 식민 지배의 구조적 성격은 미완의 근대성으로 끝난 조선의 유산과 함께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로 남아있다.

식민지 한국은 정치 사회적 차별과 억압 외에도 경제적으로 일제의 가혹한 수탈에 시달렸다. 식민 초기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한국의 토지를 약탈하고 재한 일본인에게 금융 특혜를 주어 한국의 경제를 수탈하고 일본인의 지배하에 놓이게 하였다. 전통적 조선의 토지문서를 무효화하여 미신고 토지를 압수하여 많은 농민들의 토지가 몰수되고 대부분 왕실 소유였던 산림들은 빠르게 수탈되었다.

이러한 법적 조치와 편향적 금융으로 충청도 전라도 지역에는 일본인의 대농장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은 값싸게 일본으로 수출되었고 이러한 농산물 수출을 위한 항구가 군산에 새로 조성되었다. 수탈 체제와 금융 차별 그리고 1929년 대공황과 이후 15년간 이어진 일본의 아시아와 태평양에서 전쟁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물적 인적 수탈은 극에 달하게 된다. 태평양전쟁 기간에는 정상적 경제 제도가 붕괴되어 배급제로 연명하게 된다. 해방 직전 일본은 패배가 다가오자 막대한 조선은행권 화폐를 발행하여 한국에서 재화를 구매하여 일본으로 가져가고 시중에는 막대한 통화가 풀려 엄청난 인플레를 겪게 된다. 일제는 시작부터 끝까지 한국에 수탈에 일관하였다.

1945년 해방과 동시에 이러한 파괴된 경제를 복구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였다. 3년간의 미군정 시기를 거쳐 1948년 남과 북에는 각각 정부가 수립되었다. 각 새로운 정부는 민심을 얻기 위해 토지개혁을 실시하였다. 북한은 공산주의 원리에 따라 토지의 국유화를 시행하였다. 반면 남한은 이승만 우파정부가 진보좌파인 조봉암을 농림부 장관으로 임명하여 농지개혁을 실시하였다. 1949년에 시작하여 1950년에 시행된 농지개혁은 정부가 식민지 토지를 저가에 매수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민에게 불하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개혁과 유사한 개혁이 이루어졌다. 한국의 농민의 절반 이상이 이 혜택을 입었다.

한국전쟁 두 달 전에 농지개혁이 이루어졌고 자영농으로서 경작권을 갖게 된 한국의 농민들은 전쟁으로 남한이 북한에 점령된 시기 동안 북한식의 토지 국유화 정책에 찬동하지 않았다. 남한의 농민은 점령한 공산정권보다 피난 간 대한민국 정부를 지지하였다. 만약 이 농지개혁이 없었다면 한국 정부는 전쟁 동안 국민의 지지를 잃어 한반도의 공산화가 이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농지개혁은 현대 한국 정부의 정책 중 가장 높이 평가받는 정책으로 남아 있다.

해방 후 한국 기독교에서 성경적 토지경제론을 알려준 이는 예수원의 설립자 대천덕(Reuben Archer Torrey 3세) 신부이다. 그는 중국에 파송된 선교사 아들로 평양 유니언 학교에서 교육받고 성공회 사제가 되어 한국전쟁 후 성공회신학교 재건을 위해 내한하였다. 성공회대학교가 재건된 후 강원도 태백에 예수원을 설립하여 공동체적 삶을 구현하였다.

그는 토지경제의 성경적 원칙을 한국에 소개하였다. 그는 미국의 토지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소개하여 토지경제가 문명의 성쇠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하고 한국 정부에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라는 서한을 지속적으로 보내기도 하였다. 그의 영향으로 ‘한국 헨리 조지협회’가 설립되었다가 그 이름이 ‘성경적 토지 정의를 위한 모임’이라고 바뀌어 활동하고 있다. 최근 다시 부동산 문제에서 촉발된 위기에 놓인 한국은 다시 성경이 알려준 사회적 경제의 지혜에 눈을 돌려 위기 극복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종현(전 관동대 교수)  cuch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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