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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선환의 삶과 사상을 내버렸던 종교권력, 여전히 안녕한가변선환 교수 종교재판과 출교 30년 맞아 대형교회권력 강하게 비판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 승인 2022.11.01 15:57
▲ 고 변선환 교수 재판과 출교 30년을 맞아 ‘변선환아카이브’가 한국대형교회와 신학을 비판하는 자리를 가지고 한국교회의 쇄신을 촉구했다. ⓒ홍인식

“교회 밖에도 구원은 있다.”

기독교적 바리새주의로 가득차 있던 90년대, 고 변선환 감신대 교수의 저 일성은 한국 교회에게 던지는 거대한 폭탄과도 같았다.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감리교 소속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변선환 교수를 종교재판에 회부했다. 그 결과는 감신대와 감리교단으로부터의 출교였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변환선 교수 출교 조치가 있은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이를 맞아 ‘변선환아카이브’가 주최하고 ‘재)여해와 함께’와 에큐메니안 등이 후원한 ‘기독교대한감리회 변선환 종교재판 30년, 교회권력에게 묻다’가 10월 31일(월) 오후 2:30~5:00까지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개최되었다. 김정숙 소장(감신대, 변선환아카이브)의 인사의 말씀에 이어 민영진 박사(전 대한성서공회 총무)와 도올 김용옥 석좌교수(한신대 석좌교수)가 격려사를, 윤병상 명예교수(연세대)와 정희수 감독(United Methodist Church 감독)이 서면으로 격려사를 보내왔다.

먼저 민영진 박사는 “하늘나라”라는 제목의 자작 산문시를 낭독하며 변선환 교수를 그리워했다.

“하늘나라, 예수는 하늘나라가 ‘겨자씨와 같다.’ 하였다. 예수는 이단으로 처형을 받으면서도 누구를 이단으로 단죄한 일이 없다. 선택받은 이스라엘 백성에게서 믿음을 못 본 초림 예수, 오히려 이방인에게서 이스라엘사람에게서 못 본 믿음을 보고서 놀란 예수 예상되는 재림에서도 인자가 다시 올 때 세상에서 믿는 자를 만나 볼 수 있겠느냐며 미래의 신자가 지닌 믿음마저 지레 신뢰하지 못하는 예수, 누가 정통이고 누가 이단인가 이단이면 한두 번 타이르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멀리하라는 것이 사도의 권면이다. 혐오를 선동하는 것이 믿음 아니다. 폭력을 경쟁하는 것이 거룩함 아니다. 서로 다른 점 부풀려 갈라지지 말고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라도 서로 소중히 여겨 그 씨 새들 깃들이는 나무로 자라게 할 일이다. 하늘나라가 그렇게 오니까 가라지 갈라내는 건 추수 때까지 기다렸다가 할 일이라니까”

도올 김용옥 석좌교수는 생전의 변선환 교수의 모습을 회고했다.

“변선환에 대한 나의 추억은 한없이 유머러스한 사람인데, 그의 유머는 그의 존재의 겸손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다. "겸손"이라는 것은 자기를 개방하고 자기를 끝없이 낮추는 것이다. 변선환은 아상(我相)을 철저히 버렸다. 타 종교를 대할 때에 철저히 나를 버렸다. 그의 낮춤과 개방은 바닥이 없었다. 노자가 말하는 "무(無)나 불교가 말하는 "무아"(Anatman)를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종교다원주의적 삶의 실천 속에서 구현하였다. 그는 그 많은 신학자 속의 민중이었다. 천대받고 이단시되고 그러면서도 철저히 봉사하는 개방된 고도의 지성이었다. 그의 웃음과 비애와 낮춤은 ‘20세기의 낭만’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새삼 변선환이 그리워진다.”

‘죽을 수 있는 기독교가 되어야 한다’

이어 진행된 발표회는 1부와 2부에 걸쳐 이루어졌다. 1부는 ‘종교재판 30년 회고와 성찰’이라는 주제 하에 송순재 은퇴교수(감신대)가 “사랑과 열정, 변선환의 신학 여정”에 대해, 이정배 은퇴교수(감신대, 현장아카데미 원장)는 “죽어야 사는 기독교 - 타자 부정에서 자기 부정으로”라는 제목으로 각각 고 변선환 교수의 학문과 삶을 회고했다.

송 교수는 발표를 통해 “변선환 선생님을 통하여 우물안 개구리 신세에서 우물 밖, 그 끝을 알 수 없는 광대한 바다로 인도되었다.”고 회고하며 “우리가 생전에 변선환과 그의 정신세계를 알았다면 정말 얼마나 알았을까? 세월이 흐르니 그분이 직면했던 질문들이 더욱 절박하게 다가온다고.”고 했다. “우리 시대에 그러한 분이 사셨고, 그 가르침을 받고 사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며 “독단과 무지와 오해와 폭력과 야만으로 점철되었던 그 종교재판 자리를 상기하며, 선생님께 우리의 사랑을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30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도 감리교단에 종교재판의 망령이 떠다닌다.”며 “선생님 손주뻘 되는 40대 현직 목사가 이런 올무에 걸려 고통 중”이라고 최근의 감리교의 재판을 상기하며 개탄했다. “기독교만의 그들 세상(중세)에서 일어났던 일로서 끝나야 마땅할 과거사”임에도 “자진하여 교회를 떠난 사람들 수가 부지기수인 정황에서 종교재판, 출교란 말은 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재판의 권위가 얼마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고 변선환 교수는 “전통과 세상을 향한 열린 시각을 갖고 대화를 하신 분이며 자신을 변 실존', 즉 거듭 변하는 것을 자신의 실존이라 여겼다.”라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계속해서 “종교재판 30년을 맞아 한국교회, 감리교단이 온몸으로 깨쳐 알아야 할 진리가 있다.”며 그것은 “기독교란 본래 '죽어야 사는 종교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종교여야만 우리 민족이 너그럽게 받아 줄 것”이고 주장했다.

▲ 발제자들은 변선환 교수의 삶과 신학을 회고하며 특히 그의 신학은 시대가 담을 수 없었을만큼 크고 새로웠다고 평가했다. ⓒ홍인식

변선환 교수의 ‘신앙의 순수성과 지성의 정직성과 실천의 결단성’을 배워야

제2부는 장왕식 은퇴교수(감신대 은퇴교수)의 사회로 “종교재판 30년, 그 이후”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먼저 한인철 명예교수(연세대)가 “불가결의 상호보충 - 하나의 시도”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고 변선환 교수가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종교재판을 받고 출교 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개신교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변선환 교수로부터 계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신학적 통찰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으로부터 발제가 시작된다”고 밝히며 “불가결의 상호보충”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불가결의 상호보충’은 변선환 교수가 “불교와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사용한 개념으로 크게 세 가지를 함축한다”며 ▲ 오늘의 한국 개신교는 심각한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것, ▲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 새로운 것을 배울 때 한국 개신교는 변화할 수 있다는 것 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 변선환 선생의 출교 30년을 맞아, 그의 가르침을 따라 “자신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예수가 가르치고 앞서 사신 대로, 예수와 같은 길을 가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정진하는 예수의 길벗, 이러한 개신교인과 기독교를 꿈꾸어 본다.”며 마무리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호재 원장(전 성균관대 교수, 자하원)은 “한국 종교와 한국교회의 화해를 위한 ‘풍류’ 담론”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무엇보다 고 변선환 교수의 계승자들은 변선환의 종교신학적 주장뿐만이 아니라 부당한 교회권력과 맞섰던 ‘신앙의 순수성과 지성의 정직성과 실천의 결단성’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종교와 한국교회의 경계인으로서 변선환이 "타종교와 신학에서 강조한 세 가지 과제를 “3대 교회 혁신운동”이라고 명명하며 실천적 종교운동으로 계승할 것을 제안했다. 이 원장이 제시한 3대 과제는 ▲ 한국신학은 토착 종교에 대한 서구적 편견에서부터 한국교회를 탈출시키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 ▲ 한국신학은 우상화한 교회 지상주의에서 탈출시키는 우상 타파 (Iconoclasm) 운동을 일으켜야 할 것, ▲ 한국교회는 서구 신학의 최후의 신학적 난점인 그리스도론의 배타적 절대성에서 탈출시키는 지혜를 타종교의 신학에서 배워나가야 할 것 등으로 제시했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는 한국 종교 전통을 존중하는 ‘교회다운 교회’로 거듭나 한국 종교 역사를 빛냄과 동시에 몰락하는 서구 교회마저 일깨우는 세계 속의 ‘교회’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며 한국교회를 향한 기대와 당부를 전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이은선 은퇴교수(세종대, 한국信연구소 소장)는 “감리교 종교재판, 한국적 ‘보편종교’를 향한 진통과 선취”에서 고 변선환 교수를 “한국교회의 주류 논리와 칭의를 뛰어넘어서 한 분 하나님에 대한 깊은 사랑과 믿음으로 그 구원을 전하고자 '교회 밖으로 나가며 돌파한 경계와 영역은 놀랍도록 다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고 변선환 교수의 모습은 “그의 신앙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하며 “고 변선환 교수의 하나님은 결코 어떤 과거의 교리나 논리, 인간이 만들어놓은 낡은 경계와 고착에 매이지 않는 역동하는 창조의 영(靈, spirit)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서 이 같은 그의 신앙과 사상은 더욱 심화·확대되어 “일정부분 ‘타자’로 남아있던 아시아 종교와 문화를 오히려 주체와 시작점이자 텍스트이며 ‘타종교의 신학’, ‘한국적 종교해방신학(Korean liberation theology of religions)’은 자연스럽게 아시아 민중의 고통과 고난, 비참이 우리 신학의 참된 출발점과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고백하도록 했다.”고 고 변선환 교수의 삶과 신학을 돌아보았다.

변선환 교수, 그때도 옳았고 지금도 옳다

모든 발제가 종료되고 프레스센터 19층 강당을 가득 메운 150여명의 참석자들의 질문과 토론이 이어진 이후 약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모임은 오후 5시 조금 넘어서 마쳤다. 한편 이번 모임을 통해 고 변선환 교수의 감리교에 의한 신원회복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참석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주최 측은 광고를 통해 이번 모임 이후에 종교재판 백서와 고 변선환 교수 평전 발간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참석자들의 참여와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변선환 교수를 이어 감신대 종교철학과 열고 변선환 교수의 애제자로 변선환 교수의 신학을 계승했던 이정배 교수는 “이번 자리는 변선환 교수의 지위 복권을 주장하는 자리도 아닐 뿐더라 학술제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변선환 교수를 종교재판에 회부하고 출교시켰던 “교회권력을 비판하는 자리”라고 힘을 주었다. “변선환 교수의 삶과 사상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회고하는 자리”라고 강하게 언급했다.

이번 모임은 고 변선환 교수 출교 조치 30주년을 회고하는 것이었지만 다만 변 교수와 함께 출교를 당한 홍정수 박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일단의 아쉬움이 남기기도 했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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