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와 장애인을 의료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다. ⓒGetty Image

장애에 대한 학문적 접근의 대부분에서 등장하는 장애 인식 모델은 크게 의료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로 구분되며 이 두 모델 간에는 대조의 프레임이 성립한다. 의료적 모델에서 장애는 신체의 능력이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 크게 저하된 상태이고, 이 상태가 단기적으로 개선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 모델에서는 신체의 능력 저하를 치유하거나 치유가 어려울 경우 다른 물리적 조처로 보완을 해 주는 것이 장애를 다루는 방법이 된다.

반면 사회적 모델에서는 앞에서 이야기한 신체적 능력 저하 상황을 손상이라고 부르고 손상과 장애를 구분한다. 이 때 장애는 손상 그 자체가 아니라 손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 놓일 때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영향과 구조화된 패턴의 하나가 되며, 궁극적으로는 손상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과 구조화된 패턴으로 인해 손상에 대한 사회적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두 모델의 대조가 기본이 되는 가운데 사회적 모델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영향의 강조를 줄이고 대신 장애인 당사자와 사회의 상호작용 속에서 장애인이 정립해 나가는 문화적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는 문화적 모델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의료적 모델이 성립하기 이전부터 존재해 왔고 현재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종교적 모델도 존재한다.

이 네 가지 모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 표가 있다.(1)

장애신학의 논의들에서도 지금까지 살펴 본 것과 같은 장애에 대한 인식 모델들이 등장한다. 대체로 장애신학의 논의들은 의료적 모델을 배격하지는 않으나 사회적 모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데, 이는 장애신학 자체가 앞에서 보았듯이 그리스도교 내/외부의 장애인 차별에 대응하고자 하는 논의이기 때문에 사회적 차별에 대한 대응 모델로서의 사회적 모델의 필요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모델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장애신학은 종교적 모델에 대한 일정한 수정 효과를 가지게 되는데, 기존의 종교적(이 경우에는 기독교적) 모델로 인해 장애가 처벌로 인식되는 효과를 제어하고 장애에 대한 수용적 입장을 갖는 종교적 모델을 정립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종교적 모델이 개입함으로써 사회적 모델은 물론이고 의료적 모델도 궁극적으로는 종교적 모델의 개선에 복무해야 한다는 당위를 보여 주는 것이 기존의 장애신학 논의의 양상이기도 하다. 이 점은 앞에서 언급했던 장애신학이 그리스도교 신학 내에 일으킬 수 있는 동요를 수습하려 한다는 점과도 상통한다.

그렇다면 장애에 대한 이러한 모델들, 특히 사회적 모델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이렇게 사회적 모델을 종교적 모델의 수정에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인가?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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