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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만 이루어질 꿈이 아니다노숙인도 난민도 차별도 없는 세상을 꿈꾸며
김상기 목사(YD케밥하우스) | 승인 2023.07.23 23:26
▲ 변함 없이 160차 ‘케밥 나눔’을 수원역 등지에서 진행했다. ⓒ한국디아코니아 제공

시간은 멈출줄 모른다. 다른 한편 시간은 운동 속에서만 존재한다. ‘케밥나눔’이 160차를 맞았다. 160회 운동이 3년을 만들어냈다. 협력하고 지지하고 후원하신 분들의 운동이 만들어낸 은총의 시간이다. 그 운동의 사령탑으로 하나님이 운동하시기 때문이다. 그 운동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160차 나눔은 조촐하게 진행됐다. 재료를 준비하며 이렇게 긴시간 조용한 적은 없었다. 썰고 굽고 녹이고… 우리는 말없이 그 일에만 몰두한다. 그 말없음 속에 새로운 꿈이 자라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꾸는 것이 아니라 심어지는 꿈이다. 그러나 그 꿈은 새것이 아니다. 오래된 꿈이다.

이사야 65,21-22는 새하늘과 새땅에서 펼쳐질 하나님의 소박한 꿈을 그리고 있다. 탐욕과 그로 인한 수탈이 없는 삶의 모습이다. 누구나 자신의 노동으로 자신을 실현시키고 다른 누구에 의해서도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침해당하지 않는다. 경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효율을 최고의 가치기준으로 내세우는 현대의 맘몬 사회와 대척점에 있는 성서적 세계의 미래상이다. 새하늘과 새땅은 결코 종말론적인 것만이 아니다. 그렇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은 맘몬의 술수다. 난민과 노숙인 없는 새하늘과 새땅의 꿈이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기를 바라며 재료를 준비한다.

모든 준비가 되자 케밥을 말기까지 잠시 쉬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노동자에게 쉼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쉬는지를 알려주는 시간이다. 8월에 있을 헤른후트 방문 계획으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케밥 말 시간이 평시보다 짧아졌다. 서둘기 시작했는데 손님들이 계속 오신다. 그러니 120개를 마는 우리의 손길이 더 빨라져야 했다. 즐거움 가운데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수원역으로 향한다.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오후에 그친 탓인지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모자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둘이 나누기 때문에 나누는 일도 빨라야 했다. 그래도 얼굴은 봐야 한다. 나눔은 얼굴과 얼굴의 만남이기에 그렇다. 새로운 얼굴들, 특히 젊은 얼굴들이 눈에 띈다. 노숙인의 발생을 부추기는 정치·경제 상황 때문이다. 욕설이 절로 나온다. 이것은 우리에게 또다른 행동을 요구한다.

끝나니까 남은 것이 많이 적다. 아, 역 저 뒤편에 계신 분들에게는 가지 못할 것 같다. 자리를 옮겨 나누기 시작했는데 지상에서 다 소진되었다. 역 지하에도 못가는 일은 처음이다. 어느 한분이 말한다. 역 앞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사정이 좋으니 여기부터 나누면 안 되냐는 것이었다. 어려운 주문이었다. 역 지하와 뒤편에 계신 분들에게 미안하다. 그들의 마음 한 구석에 있는 기다림을 채우지 못해 죄송하다.

돌아오는 우리의 발길이 좀 허전하다. 함께 하던 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빈자리의 그분들과 함께 우리는 160차를 정리하고자 이야기할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눔이 160차에 이르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김상기 목사(YD케밥하우스)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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