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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10.29참사 추모도 추도예배도 모두 틀렸다예배는 권력자의 정치 쇼의 무대가 아니다
허호익(전 대전신대 교수) | 승인 2023.11.06 03:06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종교개혁주일로 지키는 지난 주일(10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서울 성북구 소재 영암교회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예배(엄격하게 말하면 ‘추도예식’이 맞는 표현이다)를 드리고 대통령이 추도사를 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28일 오후 갑자기 “대통령실에서 전화가 와 대통령이 주일에 영암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드리겠다고 요청”했으며, 담임목사님은 현재 화장실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하고 마침 정책당회 날이라 더 크고 영향력 있는 교회 쪽을 추천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우리가 가니까 예배 하나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한다. 하루 전에 급조 기획된 이 추도예배에서 대통령은 참모와 측근들에게 다음과 같은 추도사를 낭독했다.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저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비통함을 안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떠나신 분들을 이분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사망한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고 하였다. 그가 정말로 살면서 최상급의 슬픔을 느꼈을까? 부모가 세상 떠난 날 보다 더 슬펐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자신의 ‘가장 큰 슬픔’을 가장 잘 공감할 수 있는 유가족을 만나 슬픔을 함께 나누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참사 이후 지난 1년 동안 유가족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영암교회의 한 신도는 “정말 추모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추모대회를 찾는 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에서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굳이…”라며, “대통령실에선 (성북구에 있는 우리 교회보다) 이태원이나 (추모대회가 열린) 서울광장이 더 가깝지 않나”라고 꼬집었다고 한다.

추도예배를 집례한 유상직 담임목사는 설교에서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을 인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유가족을 별도로 만날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들을 한번 잘 살펴보겠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대통령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 생각은 없고, 혼자서 울음을 삼키며 가장 큰 이 슬픔을 이겨낼 생각인가 보다. 대단한 강심장임에 틀림없다.

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고 하였다.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은 10만 명가량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경찰 137명을 현장 배치했다. 예상과 달리 30만명 가량의 인파가 모여들자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18시 34분부터 압사 위험에 대한 신고가 경찰에 쇄도했다.

그런데 23시 40분이 되어서야 경비 기동대가 처음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5시간이나 지체된 안일한 대처였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사전의 사고 예방 및 사후의 안전 조치를 철저하게 소홀히 한 명백한 인재요, 있을 수 없는 후진국 수준의 참사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언론도 이태원 참사를 ‘ 불의(不義)의 참사’라고 한다. 그런데 대통령을 이 짧은 추도사에서 두 번씩이나 단순한 ‘불의(不意)의 사고’라고 치부한다. 놀라운 사고 방식이 아닐 수 없다.

거듭 놀라운 것은 “명복을 빕니다.”는 표현이다. 교회에서 그것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에서  대통령이 추도사를 통해 불교식 명복을 빌다니… 알다시피 명복(冥福)은 사람이 죽어서 가는 명부(冥府)의 복을 기원하는 불교의 용어이다. 명부의 사전적 의미는 명계(冥界)의 왕인 염라대왕이 있는 곳, 죽은 뒤에 심판을 받는 곳, 염라부(閻羅府)를 뜻한다. 조의(弔意)를 표하는 일반적인 표현이면 몰라도,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리에서 더군다나 기독교인이었던 대통령이 감히 염라대왕의 호의를 빌다니, 망발도 이런 망발이 어디 있는가?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고 하였다. ‘국민의 한 사람’이라니! 대통령으로서 추도예배에 참석하여 추도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국민 위에 군림하며 온갖 특권은 다 누리면서, 대통령 자신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책임만 지겠단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이미 벌어진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는 지지 않겠다는 치졸한 본심과 한사코 사과하지 않겠다는 뚝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의 1주기 시민추모대회 초청장을 전달받았으나, 야당이 참여하기 때문에 ‘정치 집회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다. 대신 불참의 책임을 면하려는 졸렬한 술책으로 영암교회의 무대를 빌려 추도예배를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날 추도예배는 사전에 전혀 공지 되지도 않았고, 추도의 주체인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고사하고 영암교회 교인들조차 참석하지 못하게 하였다.

주일 공식 예배와 별도로 예배 시간으로 마련하도록 요구한 것이나, 30여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만 참석한 이 예배는 “마치 쇼를 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 한 교인의 증언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정치적으로 기획된 예배이며,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는 나쁜 사례로 질타하고 있다. 예장목회자연대는 성명서(10월 30일)를 통해 “영암교회와 당회는 신성하고 거룩한 예배를 정치인들에게 내준 것에 대하여 그 책임을 통감하고 회개하며 전국교회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영암교회가 소속한 서울북노회는 숭고한 예배를 정치인들에게 들러리로 전락시킨 지교회의 부주의함에 대하여 경과를 조사하고 바르게 지도하라.”고 요구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열흘 전인 18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민생 현장에 더 들어가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1주기 시민추모대회 참석 요구를 거부했고, 가장 비극적인 민생 현장을 외면했으며, 그가 속한 정부 여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반대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다녔던 영암교회에서 추도예배 드리는 것이, 윤 대통령에게는 생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찬송가를 부르는 것도 곧 잘 따라 했을 것이다. 왕(王)자라는 부적(符籍)을 손바닥에 적어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 참석하였고, 결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 대통령이 예배드리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 부적 덕분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초등학교 시절 교회에 다닌 덕분이라고 생각했을까?

예배는 문자적으로는 ‘예를 갖추어 절한다.’라는 뜻이지만, 기독교에서 예배는 하나님을 경배하고 높여 드리는 모든 행위이며, 동시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현존 앞에 서는 것이기도 하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든 거짓이 드러난다. 인간들에게는 거짓이 잠시 통할지 몰라도 하나님께는 진실만이 통한다.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권력자의 정치 쇼의 무대가 아니다. 하나님이 두렵지 아니한가?

허호익(전 대전신대 교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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