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지속과 전환, 물과 기름처름 다르다

2022년은 스톡홀름회의(Stockholm Conference)가 열린 지 50년, 그리고 리오지구회의(Rio Earth Summit)가 열린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지난 50년을 되돌아보면, 지구생태계 파괴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몇 개의 지구위험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은 이미 넘어섰고 기후변화, 사막화, 생명다양성의 붕괴 등 심각한 생태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리오회의에서 제창된 기후변화대책도 당시부터 세계적으로 노력했다면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거대한 체제전환 없이는 생태위기를 멈춰 세우기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이 자본주의 체제를 정당성의 위기에 빠지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다보스회의조차 ‘거대한 초기화(The Great Reset)’를 내세운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러한 위기는 엘리트층을 포함한 모두의 인식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지향해야할 ‘체제전환’이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 이 문제를 생각하는데 열쇠가 되는 것은 ‘지속가능개발’이라는 말이다. 요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라는 표어 아래 이 개념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결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실제 ‘브룬틀란트 보고서(Brundtland Report)’(1987년)에서도, 지구정상회의(Earth Summit)에서도 ‘지속가능개발’이 중심 표어로 내세워졌다. 하지만 이 말의 인기와는 정반대로 지금까지 수십 년간의 개발현실은 지속가능성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여기에는 ‘지속가능개발’이라는 개념 자체의 애매함이 자리한다. 세르주 라투슈(Serge Latouche)가 지적하듯 지속가능개발이라는 표현은 의도적이고도 불명료하게 상반하는 두 단어를 결합시킨 결과다. 이로 인하여 지구의 한계 아래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의 바람직한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을, 보다 정확하게는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개발’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슬로건으로 사용될 빌미를 준다. 이 모호함 때문에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언어가 된 것이다.

이러한 말이 가져오는 사태에 대한 비판적 반성도 없이, 그 위에 ‘G’를 보태어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라고 해버렸기 때문에 생태계파괴를 멈출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즉 SDGs 안에도 ‘지속가능개발’이 갖는 모순이 그대로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다는 말이다. 분명히 SDGs의 이념에는 ‘변혁적 전환(transformative change)’이 담겨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SDGs는 경제성장의 논리에 편입되어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체제전환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서도, 본 논문은 우선 이 ‘지속가능개발’이라는 개념이 품고 있는 모순을 드러내고 SDGs에 비판적 수정을 가해보고자 한다.

▲ 사이토 코헤이 도쿄대 교수

SDGs는 대중의 아편이다

SDGs는 Millenniums Development Goals(MDGs)를 이어받는 형태로 2015년 9월에 유엔에서 채택되었다. 잘 알려진 대로 SDGs는 MDGs 보다 포괄적인 목표인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를 내건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SDGs는 빈곤이나 굶주림 문제를 환경문제와 떼어놓지 않고 오히려 양자가 밀접하게 묶여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인류의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경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MDGs와 큰 차이가 있다. ‘빈곤이 바로 환경문제다’라고 보았던 스톡홀룸회의와 비교하면 개발도상국이 중심이 되어 정리한 SDGs의 목표는 큰 진전이 있음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류세의 자본론』(人新世の「資本論)에서 ‘SDGs는 대중의 아편이다’ 라고 감히 주장했다. 왜 그랬을까?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다.

윤리적 소비나 SDGs가 확실히 항간에서 유행하고 있긴 하지만, 개인 페트병, 개인 장바구니, 유기농 면(organic cotton)으로 지구의 미래를 지킬 수는 없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절수와 절전 등의 작은 노력에 만족해 버리게 되면 구조적 문제, 즉 체제 전환의 필요성으로부터 눈을 돌려 버리게 된다.

기업도 SDGs나 윤리적 소비를 선전도구에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정무역(Fair trade) 커피콩을 사면 과테말라 농가의 어린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기부를 합니다. 그러니 우리 기업의 상품을 더 많이 사 주세요.” 우리들도 이런 선전문구를 진짜로 받아드려 조금 비싼 커피를 사면서 양심의 가책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면, 결국은 지금까지 그대로의 생활을 지속시키기 위한 ‘면죄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부자들의 자기만족에 불과하다고 지적해도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세계의 어떤 국가보다도 SDGs가 유행하고 있다. 왜 일까? 일본인이 빈곤이나 불평등,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일본의 성 평등지수는 121위다. 또한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하는 사람의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다. 게다가 음식은 과잉포장투성이다.

그런데 왜 SDGs가 이런 사회에서 그렇게 유행하는가? 그것이 단지 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말만 널리 퍼뜨리려고 내용은 지나치게 빈약하게 해 버린 것은 아닐까? 부드럽고 유연한 기준을 설정하여 그런 지침을 달성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듯한 상품을 컨설턴트가 판매하면 소비자는 그런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성취감에 만족하고, 다시 이것이 영업선전에 사용된다. 이런 달콤한 유혹에 지불해야 할 대가는 너무나도 크다.

사이토 코헤이(佐藤幸平, 도쿄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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