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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파괴되는 민주주의무책임한 거부권 폭주를 막아야 한다
이정훈 | 승인 2024.01.14 02:26
▲ 지난 2023년 5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지난 2023년 4월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5월 16일 간호법, 12월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2024년 1월 5일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취임 2년째를 들어선 윤석열 정권에서 국회를 통과한 입법안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들이다. 모두 4건이다. 지난 1월 9일 국회를 통과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아직 공포되지 않은 가운데 또다시 거부권이라는 유령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어슬렁거린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윤 정권이 들어서고 ‘대통령 거부권’이란 단어가 유독 자주 보게 된 것 같다. 대통령 거부권의 정확한 명칭은 ‘재의요구권’이다. 이는 헌법 53조에 따라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의 대통령 권한이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⅔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들어섰던 정부들 가운데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는 어느 정도일까. 이승만 대통령 이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66건이다. 그 가운데 45건이 이승만이 행사한 것이다. 박정희 5건, 노태우 7건, 노무현 6건,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이다. 그런데, 이제 취임 2년째에 접어든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벌써 4건에 달한다.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될 때마다 발견되는 현상은 “현 정권이나 여당에 불리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이 행사되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그러니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정쟁으로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여야의 합의 없이 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도 여지없이 거부권을 발동했다. 여야의 대치구도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느낌마저 준다.

▲ 대통령 제의요구권 절차

대통령의 거부권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수호하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삼권분립 체제하에서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장(정부수반)으로서 입법부를 견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헌법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합리한 법안을 거부하거나 소수자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전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부권이 남용되면 삼권분립 체계에서 국회의 입법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대통령 거부권은 입법부의 법률 제정권에 대통령이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매우 남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한 비판이 아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책임을 망각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대통령의 거부권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으니 사회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을 논의하고 함께 대책을 세우는 문제 해결의 틈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정쟁화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언설로 대화마저도 차단하고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법안의 위헌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시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대해 고민조차 없어 보인다.

한 마디로 윤 대통령이 독선적으로 남발하는 거부권 행사에 민주주의는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정치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그 권한을 마음대로 휘둘러서는 안 된다. 거부권이 행사할 때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현재까지 행사된 4건의 거부권 행사에는 정당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시민사회단체들이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을 조직했을까. 속된 말로 심심하면 휘둘러대는 윤 대통령의 “무책임한 거부권 폭주”를 막아야 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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