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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코트를 처분하며나의 사립학교 생존기 1
홍경종 교사 | 승인 2024.03.01 01:42
▲ 본 이미지는 글과 상관없습니다.

소한, 대한의 추위가 지나가고 이제 음력 설을 앞두고 있다. 음력으로는 1월부터 봄이고, 양력으로도 2월부터는 매서운 한파 걱정은 좀 안하고 살아도 되는 시기다. 개인적으로 롱패딩은 최소한 영하7도는 넘어야 입는다는 규칙이 있는데, 이제 이것을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세탁을 한 후 다시 옷장에 쟁여 넣었다.

그러던 중 옷장 구석에 걸려있는 정장 코트에 눈이 갔다. 한 달 정도 입었다가, 이후로 십 수년째 옷장에 봉인되어 있는 옷. 4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주고 샀던 코트인데 앞으로도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정장을 입을 일이 많은 큰 처남에게 주기로 했다.

2012년의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고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22일이나 지속되었다. 사립학교는 교직원에게 항상 ‘정장’을 입을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보통 정장을 갖춰 입고 출퇴근시에만 겉옷으로 패딩 점퍼를 입었다. 어느날 교감이 호출하기에 내려가 봤는데 대뜸 이렇게 묻는다.

“홍 선생님, 집에 코트가 없어요?”
“아, 네 없기는 합니다만 갑자기 왜 그러시죠?”
“우리 학교는 사립입니다. 학부모 앞에서 교직원의 품위를 지켜야 하는데 패딩을 입고 다녀야 되겠습니까?”
“어… 아이들과 학부모 앞에서 패딩 입은 적이 없습니다. 전 출근도 새벽에 하고, 퇴근도 거의 매일 야근하는데 그게 문제가 된다고요?”
“어디든 보는 눈은 있는 겁니다. 코트 하나 사 입으세요. 이건 교장 선생님의 지시입니다.”

너무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나서 대꾸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다시 교실로 올라왔다. 동학년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 물어보길래 대충 자초지종 이야기를 한 뒤, 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코트 사지 않을 거고 실제로 살 돈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동학년 선생님이 쇼핑봉투 큰 것 하나를 내 민다.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 우리 남편이 안 입는 코트인데 선생님 생각이 나서 가져왔다, 위에서 계속 말들이 많고 선생님 괴롭게 하는 것 같아서 나도 마음이 안 좋다, 그냥 이거라도 입고 저분들에게 좀 맞춰주면 안되겠나’,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서 옷을 받아들고 집으로 왔는데, 아내가 이게 갑자기 웬 옷이냐 물어봐서 그간의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내가 펄쩍 뛰며 이야기한다.

“그 선생님의 마음은 고마운데, 난 당신네 학교 윗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 지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 그 선생님이 옷을 준 것도 아마 위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있었다는 생각도 들고. 이거 입지 말자. 그리고 당장 코트 사러 가자.”
“코트 비쌀텐데”
“지금 그게 문제야, 그럼 당신 집에 있어, 나 혼자 나가서 사올테니까.”

그렇게 40만원짜리 고급 코트는 내가 가진 옷 중 가장 값나가는 옷이 되어버렸다.

매서운 한파가 지속되던 어느 날, 교장의 호출이 와서 난 예의 그 코트를 입고 교장실로 내려갔다. 난방기의 효율이 그리 좋지 않았는지 건물은 난방을 해도 좀 추웠고, 나 또한 실내에서도 코트를 벗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는데, 너무나 놀랍고 어이없는 광경으로 인해 잠시 경직된 상태로 한참동안 교장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쳐다보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나에게는 그렇게 모욕적인 태도로 코트사라고 하던 사람이, 본인은 춥다고 패딩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뭔일 있어?”
“아, 아닙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요.”
“허~ 사람 싱겁긴.”

그리고 다음해 2월, 나는 학교에 사직서를 내고, 공립학교 기간제 생활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사직 이후 친했던 동료들의 말을 들으니, 그 교장은 자기가 내정해 둔 고향 사람이 있었는데 이사장이 나를 뽑았기 때문에 사사건건 나를 괴롭히고 못살게 군 거라고 한다.

사직을 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고, 여러가지 모욕과 불이익을 당했지만 이제는 그저 지난 일일 뿐이다. 이제 이 코트를 처분하고, 그 때의 상처와 분노도 추억의 한페이지로 고이 보내버리려고 한다.

“고이 가거라, 나의 코트여! 불쾌한 기억과 함께.”

홍경종 교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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