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공멸에 단계에 들어선 기후위기에 대한 해법은 녹색성장이 아니라 탈성장이어야 한다. ⓒGetty Images

기후위기와 실패한 플랜A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한쪽에서는 기후위기를 얘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유체이탈’같은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모든 노력을 쏟아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여전히 온실가스를 대량배출하는 정부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성장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 2, 3위인 중국, 미국, 인도를 봐도 그렇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려운 일이다.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기는 어려운데, 이런 구조를 바꾸려면 경제성장을 국가의 목표에서 삭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전환’은 생산에서 소비,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바꾸는 것이다. 화석연료 의존 에너지 시스템과 산업구조, 교통, 농업ㆍ먹거리, 건축, 폐기물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하면,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데, 급격한 변화는 경제성장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식의 얘기들이 여전히 나온다. 이런 상황이니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 리가 없다.

그래서 미래는 암울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이 2021년 10월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전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은 2010년 대비 13.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들이 내놓은 감축목표(NDC)를 종합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2022년 10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2030년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 수준보다 10.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1년전 보고서보다는 2030년 전망치가 조금 줄어들었지만,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한다는 UN차원의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한다는 약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추이를 보면 그조차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은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 2천 7백만톤으로 정점에 달한 시점인데, 이를 기준으로 감축목표를 세웠다는 것 자체가 비판받을 일이었다.

그런데 2019년 7억 1백만톤, 2020년 6억 5천 7백만톤으로 줄어들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1년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전망됐다. 환경부가 2022년 6월에 발표한 ‘2021년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 7천 9백만톤으로, 2020년보다 3.5% 증가한 것이다. 그나마의 감소추세가 사라지고, 다시 증가를 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약하게 설정된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냉철하게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여전히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들의 정부가 경제성장에 집착하는 이상,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한다는 목표는 달성불가능하다. 이는 국가간의 협상과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통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플랜A’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토의정서부터 파리기후변화협약까지의 과정도 실패였고, 파리기후변화협약도 실패하고 있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논의는 불가능하다.

녹색성장이 아닌 탈성장이 필요

플랜A의 실패는 ‘유체이탈’같은 상황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협상테이블에서는 고상하게 ‘온실가스 감축’을 얘기하지만, 실제로 많은 국가의 정부는 여전히 정책의 우선순위를 ‘경제성장’에 두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기후위기 관련된 협상테이블에서나 하는 얘기이고, 정부 내의 담당부처에서나 하는 얘기일 뿐이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이다. 한 국가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려면 범 정부 차원에서 산업구조 전환을 포함한 포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조정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일차적인 관심은 여전히 기후위기에 있지 않고 ‘경제성장’에 있다.

기업들도 말로는 ESG를 얘기하지만,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시스템이 유지되기를 바라면서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할 뿐이다. 많은 기업들은 오히려 탄소흡수원을 파괴하는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해 온 에너지,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다. 이 업계에 속한 온실가스 대량배출 기업들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기도 하다. 2019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대량배출기업에는 포스코(1위), 한국남동발전(2위), 한국중부발전(3위), 한국동서발전(4위), 한국서부발전(5위), 한국남부발전(6위), 현대제철(7위), 쌍용양회공업(8위), 포스코에너지(9위), 현대그린파워(10위)같은 기업들이 포함된다. 이런 기업들의 반발 또는 소극적인 태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말로는 ‘기후위기’, ‘친환경’, ‘녹색’, ‘ESG’를 얘기하지만, 실제 행동은 반대로 하고 있는 ‘유체이탈’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유체이탈을 잘 보여주는 것이 ‘녹색성장’이라는 단어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녹색’과 ‘경제성장’을 결합시킨 ‘녹색성장’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모순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2021년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했다. 정부는 이 법의 약칭을 ‘탄소중립기본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을 그렇게 부르는 것은 거대한 기만극을 벌이는 것이다. 이 법률로는 결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법의 약칭은 ‘녹색성장 기본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법률의 본문에서 ‘성장’이라는 단어가 60번 넘게 등장하는 데다, 그 전부터 존재해왔던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과 근본적인 차이도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률에서는 “녹색성장”을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기후변화와 환경훼손을 줄이고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등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성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말은 그럴 듯하게 보인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진실이다. 꺽이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량 수치가 이를 너무나 잘 보여준다. ‘녹색성장’은 허구적인 수사일 뿐이다.

‘녹색성장기본법’의 다른 내용을 들여다봐도 지극히 형식적인 것들로 가득차 있다. 위원회 만들고 기금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정부부처 장관들, 기업관계자들, 소위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위원회다. 이런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나? 독일의 ‘연방 기후보호법’의 경우에는 5명의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기후전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차라리 이런 위원회가 실효성이 있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녹색성장’이 아니라 ‘탈(脫)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탈성장의 의미와 관련해서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국가의 목표에서 경제성장률을 지우는 것에는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목표에서 경제성장률을 지워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국가의 최우선적인 목표로 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을 만든다면, 녹색성장기본법이 아니라 탈(脫)성장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집착을 버리겠다는 ‘탈성장’을 국가적으로 선언하고, 경제성장주의와 개발주의를 주도해왔던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같은 경제부처들을 해체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총체적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전환부’를 신설하고, 경제부총리가 아니라 전환부총리를 둬야 한다. 그야말로 정부가 하는 일을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법이 필요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경제성장에 집착하는 것은, 배가 난파하여 바다에 빠졌는데 나무를 잡지 않고 보석상자를 잡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경제성장주의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플랜B의 시작이 될 것이다.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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