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곡물자급률은 전 세계 최하위에 속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기후위기를 위한 녹색성장이라는 플랜A가 실패한 상황에서, 플랜B는 탈성장을 기조로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는 안-줄-분-자(안하고 줄이고 분산하고 자급하는)를 해야 한다. 플랜A가 실패한 이유는 배출량과 감축목표라는 수치만 계산하고 있었을 뿐, 실질적인 것들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해야 할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일과 탄소흡수원을 파괴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지금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등 신공항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데, 공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탄소흡수원인 갯벌, 임야 등이 파괴되고,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다. 또한 건설 이후에 항공기를 더 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온실배출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녹색사막’이라고 할 수 있는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도 그만둬야 한다. 임야와 농지를 파괴하고 건설하는 산업단지도 그만둬야 한다.

줄여야 할 것은 온실가스를 대량배출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대한민국의 경우에는 특히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또한 화석연료 발전이다. 근본적으로는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생산-소비-폐기의 총량을 줄이는 것이다. 물건과 사람이 이동하는 이동의 총량도 줄여야 할 것이다. 분산하는 것이 해법이다.

더 이상 서울집중-도시집중의 시스템은 유지되기 어렵다. 분산하는 것은 뒤에 언급하는 자급을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서울같은 대도시는 스스로 에너지 문제,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기도 외부에 의존하고, 먹는 것도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한다. 재생가능에너지로 발전원을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대규모집중 방식이 아니라 분산형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하고, 또다른 대규모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

자급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국제적인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고, 전쟁같은 사태와 맞물리면 취약한 국가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처럼 에너지와 먹거리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대표적으로 취약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곡물자급률은 20.2%, 식량자급률은 45.8%에 불과한 실정이다(2020년 기준). 앞으로 에너지 자급, 먹거리 자급을 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에너지 자급, 먹거리 자급은 대한민국 내에서도 지역별로 이뤄져야 한다. 지역단위 자급없이 국가단위 자급도 불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기초단위부터 자급을 해야 하고, 중앙정부나 광역지방정부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강조할 것은 ‘농(農)’이다. 농사, 농민, 농촌에 대한 최우선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이 너무 낮다. 그리고 농촌의 고령화도 너무 심하다. 농가인구의 62%가 60대 이상이고, 농가경영주의 42.7%가 70대 이상인 상황이다(2021년 기준). 앞으로 10년 뒤면 현재 농민의 40% 이상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농지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02년 186만 ha였던 경지면적은 2021년 154만 ha로 줄어들었다. 이대로라면 가뜩이나 취약한 먹거리의 자급기반이 앞으로 더 취약해질 상황이다.

또한 농촌의 환경도 많이 악화되고 있다. 산업단지, 대규모 공장, 폐기물처리시설, 대규모 축사들이 농촌지역으로 몰려들어 왔기 때문이다. 농촌의 환경을 보전하고 공간을 지켜야 농촌으로 사람들이 분산할 수도 있다.

말로만 ‘농’을 중시한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가령 2022년 본예산 기준으로 국방예산은 54조 6천억원이었다. 그런데 농업·농촌예산은 16조 8천억원이었다. 국방예산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농업·농촌 중요성이 정말 국방의 3분의 1도 안되는가? 농업은 전 국민의 생존 기반이다. 분명한 사실은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자. ‘자주국방’을 강조하는데, 식량주권은 왜 그만큼 강조하지 않는가? 최저임금은 있는데, 농민들에게도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런 질문들이 필요한 이유는 위기가 다가오는데도 그에 대한 진지한 인식을 찾아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식량위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식량은 외부에서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외부로부터의 식량수입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해서는 ‘무대책’이나 마찬가지이다. 국외에 진출해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에게 식량을 들여오도록 ‘반입명령’을 내린다는 것이 유일한 대책인 상황이다. 그러나 자기 나라 국민들이 먹을 게 부족한데, 외국기업들이 식량을 반출하도록 놔둘 국가가 있겠는가?

기후위기의 영향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식량위기이다. 이를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농’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농’을 살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 것이다.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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