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새들의 둥지가 있어야 할 인천 계양산 소나무 위에는 대나무로 얼기설기 둥지를 틀고 이 추운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3/8)까지 소나무 농성 134일째를 맞이하는 윤인중 목사와 계양산 지킴이 들이다.

바로 이 소리없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지난 3월 1일 아주 특별한 예배가 열렸다. 인천지역의 목회자들 그리고 강남향린, 들꽃향린, 향린의 교우들 이백 여명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수천그루의 소나무들이 합세하여 88주년을 맞이하는 삼일절 기념예배를 드리며 아주 특별한 독립을 외치는 만세를 불렀다.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주변 소나무들의 독립을 위하여 만세를 부르자 온 숲의 생명들도 애절한 마음으로 함께 호응하며 만세를 불렀다.

계양산을 타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쪽의 반대편 신등성이로 넘어가면 높이가 20미터 이상되는 굵은 소나무들이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곳의 소유주인 롯데에서 아름드리나무들을 밀어버리고 골프장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급하게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진 계양산 지킴이 모임이 구성되었고 지금은 윤인중 목사가 스스로 인간방패가 되어 높은 소나무 위에서 계양산 생명들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무 위 윤인중 목사가 듣게되는 공통의 세 가지 질문

지난 삼일절 인천목회자들과 향린공동체(강남향린, 들꽃향린, 향린)교회 교우들의 삼일절예배가 소나무 농성중인 윤인중 목사와 함께 드렸다.

산 위에서 겨울을 난 윤 목사는 자신이 나무들을 위하여 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사람이 자연을 보호하고 나무와 생명을 위하여 무엇을 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항상 인간에게 많은 것을 베풀며 기꺼이 희생까지도 하지만 인간은 결코 그들을 위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오래 소나무들과 함께 하더니 그들이 가진 한(恨)과 사랑을 읽게 되었나보다. 하긴 턱 밑에 수염조차도 솔잎 비슷해 보였다.

윤 목사는 자신을 방문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묻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어떻게 먹느냐, 어떻게 자느냐, 어떻게 싸느냐의 질문이다. 사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이 세가지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이 나무 위에 올라와서야 깨닫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먹고, 자고, 싸는 이 세가지가 사람살이의 기본인 것을 사람들은 항상 이미 넘치게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뛰어 다니느라 분주하다. 자신도 처음에 나무에 올라올 때, 해야할 일들도 많고, 만나야 될 사람들도 많고 해서 망설이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세상사를 접어두고 나무 위에 홀로 앉아 깨닫게 된 중요한 진리는 먹고, 자고, 싸는 순환과정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가장 단순한 행위가 얼마나 넘치는 은총인가에 대하여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감사하고 있노라고 간증하였다. 우리의 삶이 그 이상 더도 덜도 아닌데, 늘 아웅다웅 더 가지고 더 쌓아놓으려고 스스로를 들볶고 있다.

생명의 파괴는 수백만년 걸쳐 이룩해 주신 하나님의 역사를 훔쳐내는 행위

인간은 언제나 경제논리로 생명을 잠식해 나간다. 그 좋은 소나무를 어찌 베어버릴 생각을 할까? 지역주민들 중에는 땅값 오른다고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산과 소나무들은 지역주민들 만의 것은 아니다. 수백 년 된 소나무 군락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하루아침의 작업으로 가능하나 다시 그런 소나무 밭을 이루려면 새롭게 심는다 하여도 수백 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생명계는 교란된다.

세계 3대 습지이며, 5대 갯벌 중에 하나인 새만금도 이렇게 당대에서 자신들의 땅값이나 올려보려는 천박한 경제 논리에 의해 포기되어 버렸다.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1억 2천만 평에 서식하는 생명이 12,000종이요, 최고 60만 마리의 도요새, 철새의 중간 기착지이다. 그 갯벌 자체로도 매년 500억에서 5,000억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바다의 생태계를 교란 시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개발론자들이 원하는 땅을 얻으려면 그 넓은 갯벌을 메우기 위해 어마어마한 지상 생태계의 파괴가 뒤 따라야만 가능하다. 지리산을 통째로 들어서 메워야 채워질 정도라고 하니 그 주변 생태계의 줄을 이은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조그마한 돈을 탐해 바다를 막고 그 안에 수많은 생명을 괴사시키기는 행위는 잠깐 동안 이루어지지만 다시 그런 갯벌을 만들려면 수 백만년을 기다려야 한다. 자연을 파괴하는 범죄는 생명이신 하나님에게 도전하는 하는 행위이며 시간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수백만년 걸쳐 이룩해 주신 하나님의 역사를 훔쳐내는 행위이다.

돈이 하나님이 된 세상에 울려퍼지는 예수의 말씀
"솔로몬도 이 꽃 하나와 같이 잘 입지는 못하였다"

▲ 농성 127일째 윤인중 목사

돈에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다. 돈이 하나님이다. 돈이 하나님이 되면서 인간은 중심을 잃고 흔들리게 되었다. 성서를 보면 초기의 세금은 현물로 받았다. 그 물목은 양털, 곡식, 우유, 기름등에 불과하다. 현물로 거두어들일 때 착취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해봤자 얼마를 하겠는가? 부자들이 많이 가져봐야 제가 먹고 지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왕정이 시작되고 급속히 도시화와 개발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동시에 화폐가 도입되자 인간은 썩지 않는 화폐를 얼마든지 쌓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인간에 대한 착취는 잔인하게 진행되었고 빈익빈 부익부의 빈부격차도 끝 모르게 진행되었다. 남이 이루어 놓은 돈과 재물을 갈취하기 위해 국가의 공권력을 이용한 어마어한 군대가 육성되고 살육과 전쟁이 그칠 줄 모른다.

단순히 먹고 지내는 것으로는 부자나 가난한 자나 별 차이가 없다. 부자라고 해서 하루에 열끼를 먹을 것도 아니다. 배고프면 자장면 하나라도 기막힌 진수성찬이 되기도 한다. 그 세계는 공평하고 평화롭다. 그러나 경제 논리는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인간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헷갈리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모두를 맘몬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없어서건, 있어서건 이렇게 자신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하여 예수님의 말씀이 울려온다. 그는 들꽃 하나를 보고 말씀하신다. “온갖 영화로 차려입은 솔로몬도 이 꽃 하나와 같이 잘 입지는 못하였다(마 6:29).” 예수님은 경제적 부흥의 정점에 있는 솔로몬의 영광에 대해서 들에 핀 꽃 하나만 못하다고 평가하신다. 생명은 하나님의 것이다. 모든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생명은 어느 것 보다 소중한 것이다.

경제 논리에 굴복하여 생명을 살육하게 하는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 거대한 생명의 살육을 통해서 라도 개발해야만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 논리는 이제 깨어지고 있다. 눈앞에 당장에는 경제적 이익으로 보일지 몰라도, 몇 몇 사람의 한정된 주머니를 채우게 될지는 몰라도, 그것은 결국 죽음과 살육과 재앙의 무덤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는 것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커다란 손실과 희생을 후손에게 강요하는 것이 된다는 쪽으로 경제계의 동향마저도 바뀌고 있는 중이다.

다보스 포럼 조차 인정한 환경문제의 심각성

다보스 포럼은 세계의 최고 수준의 경영자들이 모이는 경제회의이다. 이들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길을 열어가는 사람들이다. 사실 그들은 경제적 이익과 시장논리 만을 앞세워 지구 환경 문제나 양극화 문제는 무시해도 좋은 것으로 여기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2007년 1월에 열린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지구 경제에 가장 시급한 문제로 참석자 중 55%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꼽았고 18%가 경제적 양극화를 꼽았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단지 환경문제가 아니라 지구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시급한 경제문제가 되기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산업혁명 이전에 지구의 정상적인 이산화탄소 양은 300ppm에 해당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 400 ppm 수준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동해 바다의 온도가 0.8도 올라갔다. 그 결과는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어종이 바뀌었다. 오징어가 서해에서 잡히고, 한반도 수역에는 고유 어종이 사라지고 아열대 지역에 살던 물고기들이 잡힌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가속화되어 이대로 10년간 방치할 경우 통제 불능상태가 된다고 한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그동안 막대한 로비를 해가며 환경규제등에 반대해오던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CEO도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사이에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입장을 선회하였다. 지금 세계는 쿄토 의정서 보다 강력한 조약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로 말미암아 다보스 포럼에 맞서서 매해 같은 시간에 맞불을 놓아 열렸던 반다보스 포럼인 세계 사회 포럼과도 서로 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지구환경 파괴의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다급해진 것이다. 부시마저도 향후 미국의 휘발유 소비량을 20% 줄이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최근에 발표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두 가지 중요한 발표가 토대가 되었다.

스턴 보고서 "지구 온난화로 지뤄야할 비용 9,600조원"

그 첫 번째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스턴보고서이다. 스턴보고서는 영국 정부 위촉으로 세계은행 부총재 출신인 영국 정부의 수석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 경이 작성한 방대한 온난화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지금 당장 온난화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온난화 대처 비용이 전세계 GDP의 5~20%에 이르러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에 맞먹는 경제적 파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DP의 1%는 매년 6천510억 달러(우리 돈으로는 약 651조원)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2050년까지 세계가 매년 GDP의 1%만 투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550ppm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추산했다. 대기 중 이탄화탄소 550ppm은 세계가 산업화되기 이전 오염도의 두 배에 해당한다. 스턴은 현재의 추세대로 가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앞으로 50년 뒤 산업혁명 이전 수준에 비해 2∼3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경호 목사 - 들꽃향린교회 담임목사

그렇게 될 경우 나타나는 현상은 빙하가 녹고, 홍수의 위험이 증대되며, 물 부족 사태가 초래되어, 결국 전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위협을 받게 된다. 또한 전 세계 생물 종 가운데 15~40%가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2억 명이 살던 곳을 영영 떠나야 하며, 수억 인구의 가옥이 침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작물에도 일대 변화가 일어나 수억 명이 굶주림과 물 부족, 홍수 등으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 전세계가 온난화로 인해 치러야 하는 비용은 9조6천억 달러(우리 돈으로 약 9,600조원)로 1, 2차 세계 대전 비용을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보고서는 경제적 영향을 이유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논리를 반박하며 기후 변화와 싸우는 비용과 경제 성장은 서로 상충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유엔 국제기후변화 위원회(IPCC)는 지난 50년간 지구기온 상승에 인간 활동이 90-99%의 원인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교토기후협약에 탈퇴한 명분을 정면으로 뒤집는 발표이다. 부시는 온난화가 온실가스라는 과학적 증거가 없고 태양활동 등 자연적 요인 탓이라며 탈퇴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과 살의(殺意)로부터 소나무 독립을 선언하는 메아리

요한계시록 8장에는 일곱 천사들의 나팔소리가 울린다. 첫째 천사의 나팔 소리가 울리니 우박과 불이 피에 섞여 땅에 떨어지고, 땅의 삼분의 일, 나무의 삼분의 일이 타버리고 푸른 풀이 다 타버린다. 둘째 천사의 나팔 소리가 울리니 불타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져진다. 그래서 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고 바다에 사는 생명이 있는 피조물들이 삼분의 일이 죽고 배들의 삼분의 일이 부서진다.

셋째 천사의 나팔이 울리니 큰 별 하나가 횃불처럼 타면서 하늘에서 떨어져 강들의 삼분의 일과 샘들 위에 덮친다. 그 별은 ‘쑥’이라하며, 물의 삼분의 일이 쑥이 되고, 그 물이 쓴 물로 변하여 많은 사람이 그 물을 마시고 죽는다. 그 때에 날아가는 독수리가 “화가 있다, 화가 있다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화가 있다”하고 외친다. 계시록의 이런 상황들은 마치 오늘 우리가 당하는 위협을 그대로 예고하고 경고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윤인중 목사와는 전두환 노태우 때 민주화 과정에서 수시로 단식하고 농성하고 거리로 함께 나오던 동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높은 보좌에 앉아 있는 임금이다. 그에게 용무가 있는 모든 사람들은 소나무 용상 보좌(?) 앞에 나아가 우러러 보면서 말을 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방문기를 글을 써서 발표할 것과 한겨레신문에 격려광고를 낼 것 두 가지를 하명(?) 하셨기에 꼼짝없이 수행하고 있는 과정이다.

그러나 아직도 보좌를 기꺼이 내 줄 수 있는 많은 소나무들이 있다. 그들은 또 다른 임금들을 얼마든지 환영하고 기다린다. 그 소나무들에 인간 둥지들이 여럿 자리 잡는 상상을 해본다. 그 둥지들은 소나무 숲과 수많은 자연 생명들을 지켜내는 깃발들이 될 것이다. 인간의 욕심과 살의(殺意)로부터 그들의 독립을 선언하는 메아리가 될 것이다. 갑자기 내 엉덩이도 들썩들썩 거려지려고 한다.

김경호  kim17kh@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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