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부분의 여성해방주의자들 가운데 성서를 보면서 특히 바울을 ‘메일 쇼비니스트’나 ‘여성혐오자’로 단정하고 기독교 성서로서는 여성해방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 버리고 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상당한 수는 바울을 2천년 전의 세계에서 당시의 바울을 보지 못하고 오늘의 시각에서 보는 경우가 많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독교 경전 - 신약성서를 일컬어 ‘기독교 경전’이라 함 - 은 2천년 전에서 1900여년 전에 쓰여진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성서란 하나님이 부르고 인간이 그대로 받아 적은 ‘축자영감설’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고 온갖 인간의 제한성을 가진 불완전한 인간 자신들이 깨달아서 자신들의 한계 안에서 쓴 책이란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당시 다양한 저자들의 시각과 지식, 세계관, 문법적인 오류 등을 나타낼 수 밖에 없습니다.

바울은 창조론을 가지고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보았다

바울의 여성관은 무엇입니까? 고린도전서는 바울의 4대 서신1)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에서 바울은 창조론을 가지고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바울은 “남자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하나님의 영광이니,...여자는 남자의 영광입니다. 남자가 여자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에게서 났습니다. 또 남자가 여자를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를 위하여 지으심을 받았습니다”(고전 11: 7-9)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해할 수 없는 말로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고린도 전서 11: 3)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바울이 본래 가지고 있던 어떤  내심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바울은 요즘 시각에서 보면 ‘메일 쇼비니스트’나 ‘여성혐오자’로 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울은 여자가 머리에 수건을 쓰고 예배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면서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여 보십시오. 여자가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로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겠습니까?”(고전 11: 13) 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바울은 고린도전서 15장 처음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현을 두고 말할 때에 복음서에서도 분명히 나와있고 초대교회에서는 상식으로 되어 있는 여인들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신 바를 생략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그것이 바울의 여성 차별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울은 여성의 교회 참여를 어떻게 보았습니까? 그는 특히 여성들은 "교회에서 침묵하라"고 명하는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여자들은 교회에서 잠자코 있어야 합니다. 여자에게는 말하는 것이 허락되어 있지 않습니다. 율법에서도 말한 대로 여자들은 복종해야 합니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집에서 자기 남편에게 물으십시오....”(고린도 전서 14: 34-35)

'그리스도 안에서 남.녀가 구별이 없다’는 사상이 더 근본적 바울 사상 아닐까

여기서 바울의 여성관에 대하여 자세히 논의해 봅시다. 바로 고린도전서 11장에서 바울은 그의 논리 전개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전의 논리 전개를 수정이나 하듯이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안에서는 남자 없이 여자가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도 있지 않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과 마찬가지로 남자도 여자의 몸에서 났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다 하나님에게서 났습니다.”(고전 11:11-12)

여기서는 남.녀 평등을 말합니다. 그래서 남자나 여자나 불가피하게 함께 연결되어 있고 이들은 모두 평등한 하나님께 연유한다고 말하여 남.녀 평등의 근거를 하나님께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결혼을 얘기할 때 ‘여성은 남자에게 순종하고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라’고 한 말을 가지고 바울은 어쩔 수 없는 여성차별주의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 순종하라고 할 때 ‘서로 복종하다’ 라는 뜻의 말을 사용하였고 남자가 여성을 사랑할 때 그리스도가 교회를 위해서 자기 자신을 줌과 같이 하라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여성은 남자를 복종할 수 있지만, 남자는 여성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결혼에서 여성은 남자에게 의무를 다 할 수 있지만, 남자는 여성에게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 예배하는 여성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습니까? 카토릭 예배에서는 아직도 여성이 어떤 순서에는 천을 머리에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당시는 타당하였지만, 지금은 유효성이 없는 특수한 시대의 여성관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바울이 한 ‘그리스도 안에서 남.녀가 구별이 없다’는 말에서 표현된 사상이 더 근본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최초의 성서로 보통 생각하는 데살로니카전서에서 하나님을 모성으로 그리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신을 모성으로 생각하여 데살로니카 교인들을 자신의 자녀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데살전 2: 7, 11) 이는 목회를 목자와 양의 비유에서 보는 그런 권위주의적이 아니고 모자관계에서 보는 아주 비권위주의적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울은 여성을 자신과 같은 사도요 동역자로 여겨

그리고 말할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는 듯한 여성의 교회 참여에 대한 바울의 사고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방식에서는 어떤 계층의 사람들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울이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여성인 마당에 성 차별을 하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바울은 여성 지도자를 자신과 같은 사도요 동역자라고 보고 그 자신과 전혀 차이를 두지 않았다는 데 우리는 주목하여야 합니다. 그는 여성 동료 사도인 브리스라에게 “동역자”(롬 16: 3)라고 불렀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실제로 여성 사도를 동역자로 대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고 - 이성간 사랑 말고 진정한 우정 - 존경했습니다.

오네시모를 주인 빌네몬에게 돌아가게 하면서 노예제도를 인정한 것은 사실입니다. 바울은 골로세서에서 “종으로 있는 이 여러분, 모든 일에 육신의 주인에게 복종하십시오.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들처럼 눈가림으로 하지 말로 주님을 두려워하면서 성실한 마음으로 하십시오.”(골로새 3: 22)고까지 하여 노예가 주인을 섬기는 것을 신도가 주님을 섬기는 것과 같이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가지고 그를 ‘노예주의자’라고 비방한다면 이는 너무 가혹한 비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노예였던 오네시모를 ‘내가 얻은 아들’이라고 했고 또 ‘내 마음’(빌레몬 1:10-12)이라고 극찬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이 말은 “여러분이 섬기는 분은 주 그리스도이십니다.”(골로새서 3:25)라는 말로 균형이 잡히어야 합니다. 노예의 생사여탈의 권리가 인정되었던 시대에 그는 ”주인 된 이 여러분, 정당하고 공정하게 종들을 대우하십시오. 여러분도 하늘에 주인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기 바랍니다.“(골로새서 4: 1)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여기서 주인들이 하늘의 주인을 모시고 산다는 것을 인정하는 주인이면 노예를 함부로 부릴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갈라디아서에서 보통 말하는 ‘자유의 복음’을 바울이 썼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바울은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셔서, 자유를 누리게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굳게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갈라디아 5: 1) 여기에서 특히 억압과 압박의 대상이었던 여성과 노예를 염두에 두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바울 시대의 시각으로 볼 때, 그는 오히려 혁명적 여성해방주의자

바울이 여성의 교회 참여에 대하여 거의 금지의 말로 ‘잠잠하라’로 한 말을 가지고 혹평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교회는 굉장히 떠벌리는 사모를 그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어떤 목사님을 청빙했다고 합니다. 이는 매우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러나 바울이 이 말을 하게 된 배경이 여성들의 활동이 적극적이었고 여성들의 지도력이 강하여 교회에 질서를 위협하고 있을 정도였을 뿐 아니라 여성들의 발언이 강했으리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던 이 말을 바울의 말로 생각한다면 그가 여성 차별의 혐의는 못벗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바울은 노예 해방과 여성 해방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는 ‘세례’를 말하고 ‘많은 지체를 가진 한 몸’을 말할 때(고전 12: 12절 이하) 여성과 노예 출신자가 포함되었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따로 따로는 지체들입니다.”(고린도 전서 12: 27) 라고 말할 때 교회의 주요 구성요소였던 여성과 노예출신을 제외한 것은 물론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에는 남성과 여성을 따로 구별하고 차이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바울을 오늘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그는 어쩔 수 없는 ‘메일 쇼비니스트’로 보이겠지만, 그 당시의 시각으로 볼 때 - 우리가 그를 그렇게 보아야 한다 - 전혀 그는 여성 차별주의자나 ‘메일 쇼비니스트’가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아주 혁명적인 ‘여성해방주의자’였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홍근수  keunsooho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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