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에 덴마크에서 “해양의 역사”(Oceans Past) 국제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여기서 한 학자가 미국내 수산물 가격의 역사적 추이를 발표했다죠?

네, 지난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덴마크 콜딩에서는 “해양의 역사” (Oceans Past) 국제회의가 열렸는데요, 전 세계에서 100여명의 해양역사가들과 해양과학자들이 모였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 중에서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미국 Texas A&M 대학의 글렌 존스(Glenn Jones) 교수의 논문인데요, 이 학자는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식당의 메뉴판 4만개를 연구했습니다.대상시기는 1850년대부터 지금까지구요, 메뉴판의 가격은 오늘날의 가격으로 환산했습니다.글렌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미국내 수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글렌 교수 연구팀은 주로 국제회의에서 해양의 수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발표해왔었는데요, 이번에는 해양의 수온 상승, 그리고 수산물의 남획의 결과가 어떻게 수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발표한 것입니다.

물론, 메뉴판의 가격이라는 것에는 생산단가의 변화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의 임대료 변화, 조리사의 임금율의 변화, 그리고 수요측면의 변화도 반영되어 있지만,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해 봐도, 수산자원이 가면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는 것은 한 눈에 봐도 명확하다는 것이 글렌 교수의 주장입니다.특히, 장기적으로 수요는 공급을 쫓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은 고려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원래 비싸면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지, 맛있기 때문에 비싸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경제학의 ‘한계효용체감’ 법칙 때문입니다.

Q. 가격이 어떻게 변했나요?

네, 요즘 우리가 가장 고급 수산물로 치는 것 중 하나가 ‘전복’입니다. 전복 한 마리 넣어서 끓인 전복죽만 해도 시중에서 만원이 넘기도 하는데요, 이 전복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그렇게 비싼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에 가면, 샌프란시스코 레스토랑에서 전복으로 한 끼 식사를 하는데, 요즘 돈으로 6 내지 7 달러 정도면 충분했다고 합니다. 우리돈으로 6, 7천원이죠. 6, 7천원으로 전복을 한 끼 식사로 먹는다는 것은 오늘날에는 불가능한 일이죠.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끼 식사로 전복을 먹으려면 30 내지 40달러, 우리돈으로 3, 4만원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전복이 너무 고갈되어서 그런건데요, 결국 샌프란시스코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 1997년에 전복채취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예전엔 바닷가재를 비료로

또 고급수산물 중 하나가 “랍스터” 바닷가재인데요, 이 바닷가재 가격이 뛴 것은 더욱 드라마틱합니다.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바닷가재라는 것은 지금처럼 월급날 식구들 데리고 근사하게 외식할 때 먹는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옛날에 바닷가재가 얼마나 가격이 쌌는가 하면, 농부들은 이것을 비료로 썼고, 집안의 하인들이 고용계약을 맺을 때 일 주일에 두번 내지 세번 이상 바닷가재 요리를 주지 말것을 조건으로 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죄수들의 식사에 주로 나오던 것이 바닷가재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쌌던 바닷가재가 수온상승이나 남획에 의해 귀해지고 비싸지기 시작하니까, 통조림 바닷가재가 사라지고 고급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둔갑하기 시작했고, 어부들은 근해가 아닌 먼바다, 깊은 바다까지 뒤져 바닷가재를 찾기 시작했던 겁니다.그래서, 지금 먹는 바닷가재는 크기가 아주 큰데요, 심해에서 잡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초까지 먹던 바닷가재는 지금처럼 큰 것 한마리가 아니라, 아담한 사이즈의 바닷가재 몇 마리였었죠.

Q. 예전에 뉴욕시가 전 세계 굴 생산의 절반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죠?

네, 예전에는 뉴욕시가 굴 생산으로 유명했고, 9월이 되면 매년 굴 축제를 벌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롱 아일랜드에는 Oyster Bay라고 지역 이름이 아예 “굴의 만”인 곳이 있구요.요즘은 그런 장면을 볼 수가 없는데, 20세기 초 만해도 뉴욕시의 해안이 깨끗했기 때문에, 마치 홍합을 따듯이 석화, 생굴을 따 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알” 먼스(“R” Months)라고 해서 ‘r’자가 들어간 달에만 굴을 먹어야 한다는 관습이 있기 때문에, 뉴욕사람들도 ‘r'자가 없어지는 5월부터 8월까지 굴먹는 것을 참다가 ’r'자가 다시 나타나는 September 즉 9월 첫째주에 ‘이젠 굴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면서 매년 굴 축제, Oyster Festival을 벌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뉴욕시가 더욱 산업화되면서 뉴욕근해가 오염되고, 그러다보니 굴 채취량도 줄어들뿐만 아니라 굴 자체가 오염되어 먹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원래 인류는 농업보다 수산업에 더 친한데요, 선사시대를 보더라도 우리 선조들은 농업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물고기를 잡아먹고 조개를 따 먹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도 많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값싸게 단백질을 공급해 주던 것이 해산물이고 수산물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해양생태계가 교란되면서 수산물 가격이 올랐던 겁니다.이번에 열린 “해양의 역사” Oceans Past 국제회의의 취지도 인류에게 아낌없이 영양분을 공급해주던 바다가 왜 이렇게 비싸게 굴게된 것일까를 한번 연구해 보자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번 회의를 취재한 영국 Economist지의 기자는 기사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해산물 고갈에 대해 연구하기에 앞서 “육상포유류이면서도 해산물을 고갈시키는 이 이상한 동물에 대해 생각해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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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문제평론가 김동규 님은 EBS 김원웅의 월드센터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며, 이 글은 방송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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