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민중신학 세미나 12번째 세미나가 지난 11월22일 '평화, 통일, 생명, 생명운동'이란 주제로 개최됐다. ⓒ 문영진

한신대 민중신학 12번째 세미나가 지난 11월22일 개최됐다. '평화, 통일, 생명, 생명운동'이란 주제로 윤인중 목사(생평평화기독연대)와 이진권 목사(인천 새봄교회) 등이 주 발제에 나섰다.

[류장현] 오늘은 ‘민중신학과 사회선교’를 주제로 윤인중 목사님(생명평화기독연대, 계양산 지킴이), 이진권 목사님(인천 새봄교회 담임목사, 평화주의자 예수 번역)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우선 기독교 사회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차이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윤인중] 기독교 사회운동과 시민 사회운동이 오랜 기간 동안 공존해왔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70년대 개신교 운동은 밖의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 부름에 자신의 일을 돌보기 힘들었어요. 요즘은 목회자가 시민사회운동을 겸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목회자가 다중적인 임무를 하게 되고 시민사회운동에 뛰어든 목회자들은 전문성이 떨어질 염려가 생겨나죠. 그래서 저는 시민사회에 투신하든지, 교회와 현장을 소통시키든지 하는 다중적인 역할 분담을 해서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것은 정체성의 문제로써, 진보적 기독교 운동이 왜 약화되었느냐가 가장 큰 물음입니다. 지금 운동의 조건에서 좋은 시기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쇄락하고 있는지 그 원인은 우리 영성의 불꽃이 이성적 차원, 지식적 차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민중신학의 한계는 아닐 것입니다. 뼈대를 제공한 선생님들의 논조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운동의 핵심은 감동을 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러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고 봅니다. 기독교 운동과 시민사회 운동은 협력해야 하고, 좋은 파트너라고 보는데, 구분점은 분명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를 더 얘기하자면, 기독교 운동도 위기지만, 시민운동도 위기를 맞고 있어요. 교회는 매 주 예배를 드리지만,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가 시민운동의 캐치프레이즈인데요, 한 달에 한 번 모이기도 힘들어요. 그러나 교회는 일주일에 한번 교육을 하고 회개와 결단을 합니다. 열기가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의 역량을 이제 나누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합법적인 보호의 공간으로 힘이 되었다면, 이제는 종교 내적인 역량을 나눌 때라고 봅니다. 맑시즘, 주체사상 등의 확실한 준거 틀을 가졌던 80년대 시민운동과는 달리, 지금은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운동은 빨리 준거 틀을 확립해야 합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용맹정신을 가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

오늘날 기독교 운동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진권] 기독교 사회운동에서 항상 근본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시대적 상황의 변화에 따른 정체성과 관계성의 문제입니다. 83년도에 기독교 사회운동 내에서 아이덴티티 논쟁이 크게 있었습니다. 한쪽은 기독교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본회퍼의 해방의 영성을 얘기했고 다른 한 쪽은 사회 변혁의 운동이 가장 시급하게 요청되기 때문에, 사회운동에 투신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민중교회 같은 경우에도 80년대 후반에 이르러, 민중교회가 노조 운동의 본거지를 넘어서는 교회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가져갈지 논쟁이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또 한 번, 그런 시점이 온 것 같은데요, 오늘날의 기독교 운동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민중, 생명, 평화 운동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나름대로 자신의 전망과 기획을 갖고 역할분담을 해서 종합적인 사고를 갖고 각자의 갈 길을 나눠서 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기독교 사회운동의 주체를 재생산하고 양육하는 방법에 있어서 회개와 하나님 나라 운동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비신자를 신자 되게 할 수 있을까요? 깊은 감동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영성, 종교성에 관심을 갖게 되죠. 정말 사람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질문을 하는 것은 가치의 문제인데요, 사람들은 그러한 갈급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성, 종교성에 근거한 사회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점을 집요하게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교회라는 조직이 가진 공동체성이라는 성질이 아직도 유구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운동에는 저항운동과 대안운동이 같이 가야 한다고 하는데요, 자본주의 세계 내에서 자본주의와 다른 방식으로 지금 여기서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와 끊임없는 자기비움과 성찰하는 원리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운동을 볼 때, 오히려 이러한 부분들이 더 잘 실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이미 오래 동안 개신교에서 시도된 것이기 때문에, 그 원리를 잘 배양해 나아갈 때, 다른 운동에 비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윤인중 목사 ⓒ 문영진

[유두영] 최형묵 목사님의 글을 보면, 진보진영의 사회운동이 약화되어가는 시점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 때 교회가 활동 할 당시 교인들이 다 동의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교인과 목회자 사이에 거리가 생긴 게 아닐까요?
[윤인중] 당시 모두 다 동의했던 것은 아니더라도 심적으로 동정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인천은요 200곳 정도가 개발되고 있는데요, 이 개발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찬성과 반대로 갈라졌습니다. 이익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주장을 가르쳐 줄 필요가 없습니다. 70-80년대는 말을 못했으니까 말하게 했던 것인데요, 이제는 자기 이해관계에 의해서 움직입니다. 합리적이고 합법적 과정으로 경제 구조가 변화되어 가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70년대 상황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기독교에서 그 변화의 지점을 잘 읽어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군부독재 시대의 해방신학과 자본주의 시대의 해방신학은 그 열기가 다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앙과 인격적 완성의 부분에서 보수건 진보건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문제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박종하] 계양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윤인중] 계양산 인근 주민들은 다 골프장 찬성합니다. 그러나 인천 시민 80%가 반대합니다. 골프장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야겠다는 것입니다. 너무 어렵게 살았다는 것이죠. 이미 골프는 20% 사람들에게는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일본은 지금 골프장이 망하고 있는데요, 당구-볼링-골프-요트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우리 시대에는 요트 싸움을 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치는 것이 골프가 되었습니다. 롯데 싸움이 어려웠던 것은, 20%가 거의 계양산에 대한 사인권한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교수, 정치인, 언론인 모두가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또한 롯데가 주력사업을 관광 레저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1년 반 이상 싸웠는데요 시민들이 선뜻 나서지는 않고요 심정적 지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저는 롯데 골프장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들어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자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가 자신의 죽음을 3번 예고하였는데요, 십자가가 있는데 걸어가는 것, 그것이 훨씬 더 소중하다고 봅니다. 희망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이 있어서 걸어가는 것입니다. 신앙인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롯데가 비자금 뿌리지 않는 이상 다 합법적 절차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곳에 씨를 뿌려야 한다고 봅니다.

인간 고난과 연대성만 얘기하는 민중신학, 영적 감수성엔 소홀

[김성호] 실생활에서 생태적으로 살 수 있는 구체적 방법들을 소개시켜 주세요.
[윤인중] 제가 숲 속에서 느꼈던 것은, 숲 속으로 가는 것입니다. 등산가는 태도는 아니고요, 숲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것 같지만 굉장히 어렵습니다. 예수께서 산으로 많이 가셨다는 것은 외딴 곳,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연 속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전철을 타고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요새 한 살 반짜리 애가 하나 나오는데요, 그 애를 보면 눈빛이 동해요. 어떻게 하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이런 과정이 숲에서 깨달은 것입니다.
 
그 다음이 회개입니다. 자연보호 운동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자연을 보호하는 운동은 없습니다. 학생들이 산에 쓰레기 줍기도 하고 많은 운동을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뿌린 것을 거두는 것뿐이지, 자연보호운동은 아닙니다. 마치 대단히 선행을 하는듯한 자연보호 운동이란 말은 좀 거만한 것 같아요. 또 저는 자유주의적인데요, 일종의 규율 훈련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루에 3시간 정도는 목회자라면, 신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든, 기도를 하든 훈련하자는 겁니다. 또한 동네 훈련도 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로 나오라고 하지 지역을 알려하지 않습니다. 지역을 하나의 하나님께 헌신하는 장으로 보고 애정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유두영] 우리는 인간의 고난, 연대성만 얘기하는데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영적인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갈 때, 상대방과 영적 감수성의 교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을 어떻게 개발시켜야 하는가. 민중신학이 교육학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봅니다.
[류장현] 이제는 단순히 의식화 보다는 더 근원적으로 영적인 감수성과 지속성에 뿌리를 두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진권] 시민단체에 가서 지쳐 돌아오면 공부방 애들을 보는 순간 그 피곤함이 싹 가셔요. 또 도심 속의 수도 공동체라는 곳을 만들었는데요, 생명평화기원 백배도 하고요, 개인적 시간을 가져요. 헨리 나우웬의 말처럼 평화 운동은 반 평화에 대한 저항인데요, 평화 운동가는 반드시 가장 연약한 지체를 찾아가서 보듬어주는 일을 필수적으로 해야 해요. 사회운동이기 때문에 반생명적인 반사회적인 체제에 대한 굉장히 급진적인 저항 운동을 해야 하지만 그 운동과 더불어 그 생명과 더불어 다가가는, 교감하는 긍정적인 운동과 함께 가야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공동체적 투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럴 때에, 시민운동이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고 봅니다.

▲왼쪽부터 윤인중 목사, 이진권 목사, 류장현 교수 ⓒ 문영진

[류장현] 21세기 기독교 사회 운동의 형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요?
[윤인중] 어떻게 가야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하고 있는 것 중에 주목해야 할 것은 이주노동자문제, 청소년의 문제, 환경 문제와 복지 문제가 21세기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이 길에 들어온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저 스스로의 삶에 대하여 존중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자기 분수를 잘 알고, 자기를 잘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내가 평생에 만족하며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을 못 찾고 가는 것은 참 불행하다고 봅니다. 마지못해서 목회할 때에는 그만둬야 한다고 봅니다. 그 길을 꼭 찾아야 합니다. 운동가만이 봉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할 사람은 공부해야 합니다.
[이진권] 영성과 신학 운동 즉, 운동을 지속시킬 수 있는 사상운동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중 신학은 진보성과 종교성을 끌어안고 갈 수 있는 한국적인 자기 정립, 심화를 집중적으로 모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때는 맑스주의라든지 워낙 거대한 사상이 존재했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사상적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기 때문에 그런 기독교 사상운동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 후, 현장과 연대하고 교감하는 구조를 가진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복음의 핵심은 고난 받는 민중이건, 신음하는 생태계든, 그 바닥의 현실에서 자신이 살아갈 때, 만나지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뿌리를 놓치지 않고 자기 은사와 소명을 깊이 잘 분별하셔서 복음의 뿌리와 끊임없이 연결하는 작업을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기독교 사회운동 성공 위해선 교회개혁과 신학개혁 필수

[이병일] 어떤 한 교우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한번쯤은 우리도 이기는 싸움을 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지는 싸움이잖아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래서 예수님이 죽을 수밖에 없었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예수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듯이요. 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문제인데요, 인간의 양심, 본능이라는 것들, 부와 명예를 좇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보는데, 앞에 ‘악한’이란 형용사가 붙어야 해요. 그런 악한 본성을 ‘선한’ 본성으로 고치는 것인 기독교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민중의 개념이 실질적으로 점점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명이 없다고 생각하는 돌까지도 숨을 쉬면서 생명 활동에 가담하거든요. 그러니 그런 모든 운동 가운데에서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류장현] 오늘 논의의 핵심 단어는 ‘영성과 운동’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쉬운 것은 분단의 현실과 사회악의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지지 못한 점입니다. 기독교 사회운동이 성공하려면 교회개혁이 필요합니다. 교회개혁이 성공하려면 신학의 개혁이 필요하구요.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장공 선생님이 역사적 변혁을 외치면서 신학의 변화를 외치셨어요. 신학의 변혁이 교회의 변혁으로 그리고 그것이 외연을 넓혀 사회의 변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기독교 운동이라고 하면 큰 것부터 생각하는데요, 나로부터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자기 소명대로 실천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죠. 제가 지난 주 ‘목사란 누구인갗라는 엄청난 주제의 강연을 했는데요, 성서를 읽자, 기도하자 라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몇 시간 기도하고, 몇 시간 성서를 읽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작은 것부터, 나로부터, 내가 받은 소명을 가지고 충실히 나아갈 때, 내가 더 큰 사회운동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의 참된 제자라면, 기독교 사회운동은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놓치지 않아야 할 신앙의 실천입니다. 오늘 바쁘신 중에도 우리와 함께 해주시고 좋은 말씀 해주신 목사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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