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인터넷언론의 힘은 참 크다. 때문에 지난 6일 열린 한신대 민중신학 세미나 14번째 시간은 ‘기독교 대안 언론운동’이란 주제로 기독교 언론의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세미나엔 임승철 목사(에큐메니안 운영위원장)와 이정훈 기자(에큐메니안 기자)가 나와 기독교 운동과 인터넷을 포함한 언론운동에 대해 고찰했다.

▲한신대 민중신학 세미나 14번째 강의가 6일 '기독교 대안 언론운동'이란 주제로 개최됐다. ⓒ 문영진

언론의 당파성

[류장현] 먼저 언론이 가진 당파성과 관련하여 기독교언론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성훈] 저는 중립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언론의 대안으로 진보언론과의 연대는 이야기하면서 보수언론은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히려 보수와 진보를 같이 연대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박종하] 현실적으로 객관적 중립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정치적, 사회적 역학관계에서 한쪽 편을 들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보수신문과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보수신문은 개혁 대상이지 연대 대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백용석] 연대하면 좋겠지만 그 연대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당파성을 띠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론은 당파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두영] 당파성을 띠는 부분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당파성을 띠되 분명한 객관성과 중립성을 같이 가져야합니다. 민중 언론도 마찬가지구요, 그렇지 않으면 언론이 아니라고 봐요.
[조환철] 어차피 정치라는 것은 계속 분화되고 있어요. <참세상>이라는 언론은 <오마이뉴스>와 <한겨레>까지 비판하고 나옵니다.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다른 형태의 언론을 추구합니다.
[류장현] 인터넷 언론의 성과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발제문에서 한계점으로 당파성을 이야기합니다. 당파성이 특정 권력과 유착하게 되면 어떤 정당한 의견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당파성을 가지지 않고 토론을 통해 정당성에 근거한 공론을 끌어내야한다는 비판이 있는 거죠.
[박종하] 당파성을 띠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당파성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김성호] 그런데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사실 허구예요. 실제적으로 하고 있으면서 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어요. 저는 솔직하게 언론이 당파성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종하] 유럽에서는 언론이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언론활동을 해요.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의 언론 문화에서 그렇게 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포장하는 것이 인터넷 언론의 한계입니다.

▲임승철 목사 ⓒ 박지훈/에큐메니안(자료사진)

인터넷 언론, 결국 재원 마련이 관건(?)

[류장현] 인터넷 언론의 또 다른 한계는 운영 자금의 문제입니다. 인터넷언론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하죠. 그 운영자금이 누구에게서 오느냐가 언론의 방향을 좌지우지하게 됩니다.
[이정훈] 당파성을 띠려고 해도 수익 문제 때문에 당파성을 띄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신문의 광고 수익은 대부분 대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광고를 빼면 큰 문제가 되기도 해요.
[박종하] <오마이뉴스>도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좋은 기사와 콘텐츠에 대해서 독자가 스스로 후원을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자발적 유료화를 했는데 효과를 많이 보았습니다.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기사만이 십시일반의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 외의 대안은 없다고 봅니다.
[임승철] 최근 미국의 진보언론 곳곳에서 여러 움직임이 있어요. 미국 전체적으로 봤을 땐 작은 규모이지만, 미국의 진보언론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광고 신경 쓰지 말고 하자는 거죠.
[유두영] 언론의 콘텐츠 개발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기독교인이 대안 언론에 대해 기금조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되는데, 관심이 부족해요. 언론 역시 문제점은 지적하는데 건설적인 대안이 부족해요. 장기적인 언론의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기획연재를 통해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류장현] 기독교언론에서 돈의 문제가 항상 걸립니다. 만일 대형교회의 지원을 받게 되면, 기사의 질이나 의제설정 등이 그 영향으로 왜곡됩니다. 이것은 돈을 지원하는 자본가가 언론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거예요. 기독교 언론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기금 조성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요?
[임승철] 개신교인터넷신문의 선두주자인 <뉴스앤죠이>는 굉장히 훌륭하다고 봐요. 아직 한국교회 현실에서 민감한 부분들을 다 다루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영역에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자발성 또한 재원 못지않은 관건

[류장현] 흥미위주의 언론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임승철] 문제가 있지만 저는 상당히 잘한다고 봐요. 그것이 한국 개신교의 현실이거든요. 자본주의 아래에서 운영하는데 돈은 필수적인데, 초심을 잃지 않고 어느 정도 잘 섞여서 타협하느냐의 문제이지 너무 이상적일 때 소수로 남아 원래 뜻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결과가 될겁니다. 오현호 기자는 운동권 출신이에요. <말>지에서 10여 년간 활동한 뒤 “한국사회는 여전히 운동이 필요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이 운동을 하겠다”라고 고백하면서 <오마이뉴스>를 만든거예요. 10년 정도 고생하면서, 세계 언론이 부러워하는 언론이 되었죠.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것은, 보수기독교 쪽도 돈을 들여 만들어 봤지만 실패했어요. 모든 시민이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자를 하겠다는 자발성이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의 조직력이 있어야 하거든요. 한국에서는 시민운동이 이런 토대가 되죠. 이런 토대를 바탕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에큐메니안>이 고전하는 이유는 이상은 잡았는데, 같이 이끌어갈 토대가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에큐메니안>이 지금 고전하고 있지만, 그 토대를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기독교운동권에 쭉 있어 왔어요. 그래서 많은 집회에 참석했죠. 그런데 <에큐메니안>이 생기기 5년 전인가, 한 집회에서 집행부가 오늘은 ‘○○○신문 기자 왜 안와?’ 이러더군요. 그때 순간 화가 났어요. 어디 기자가 오든 안 오든 그게 왜 중요합니까? 기독교진보진영에서 우리의 언론을 만들면 되잖아요? 그래서 <에큐메니안>을 만들었습니다. 한 박자가 빨랐던 게 문제였어요.

<에큐메니안> 무엇이 문제인가

[김오은호] 기독교운동 진영을 보면 몰려있는 경향이 있어요. 앞으로 소수자운동, 당사자운동으로 확장되어야할 필요가 있고, 기독교대안 언론운동도 같은 맥락으로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정훈] <에큐메니안>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당신들의 것입니다”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자기들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여러분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한계가 오기 전에 망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전에 여러분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희망이 있고요. 아시겠지만 <에큐메니안>에 댓글 다는 사람이 없잖아요.
[류장현] 그게 참 이상해요. 왜 그럴까요?
[김오은호] 에큐메니칼 운동진영이 좁다보니 두려움이 있어요. 글을 쓰면 누가 썼는지 다 알거든요. 청년활동가들이 자기검열이 너무 심해서 댓글을 안다는 것 같아요.
[임승철] 왜 댓글 안 다냐고 물으면, 어떤 사람은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해요. 어떤 사람은 알았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론 안 해요. 인터넷 언론의 익명성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류장현] <에큐메니안>은 진보적 신학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보니까 대부분의 글들을 받아들이고 넘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보수적인 사람들은 조금만 틀려도 민감하게 반응하잖아요.
[이정훈]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중요해요. <에큐메니안>은 기독교운동 진영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연대하는지, 그 소식들을 처음에 담아내지 못했던 문제점이 있어요.
[백용석] <에큐메니안> 기사들을 가지고 교회청년들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그런데 청년들이 관심은 많은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박종하] 기사의 틀을 깨고 민중의 삶과 언어로 쓴 글들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에큐메니안> 너무 신학적이고 전문적이다

[류장현] <에큐메니안>은 너무 신학적이고 전문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요. 삶의 아픔, 희망, 목회현장의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들어와 잘 조화를 이루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민중신학은 민중의 삶에 대한 증언이잖아요. 기독교 대안언론은 민중의 언어를 회복하는 또 하나의 전달과 소통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승철] 그러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또 새로운 언론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터넷 언론에도 각각 색깔이 있어요. <에큐메니안>은 먼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해서 일단 기독교인중 만 명이 드나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그리고 전국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진 목회자들이 목회하는 교회를 홍보하는 기획도 했어요. 또 KNCC가 한국의 진보진영에서 차지했던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에 <에큐메니안>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도 고민했고요. 기독교 진보진영내의 교류가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지도부인 50대 이상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젊은 세대와 원활한 소통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진보진영의 젊은 친구들이 <에큐메니안>을 주도하면서 50대를 끌어당길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인터넷 기독 언론의 중요한 시민기자...만인제사장설과 일치

▲이정훈 기자(자료사진) ⓒ 박지훈/에큐메니안

[류장현] 큰 주제로 기독교언론 전체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이정훈] 종이 신문들은 종이로 찍어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당파성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발생부수를 위해서 교회들에 돌리기도 하고 그런 현실에 있지요.
[김효준] 기독교방송에서 하는 유명목사들의 성서학당들이 여론화의 작업이라고 보는데, 인터넷 언론에서 영상매체로 인한 여론화 작업에 대해서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시나요?
[이정훈] 영상매체가 발달하면 페이퍼가 망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인터넷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상매체가 발달하고 영상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영상매체가 가진 것보다 뉴스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는 것들이 여전히 힘이 있다고 봅니다.
[김효준] 그런데 사실 교회에서 집사님들 같은 경우, 목사님의 한마디가 절대적인 경우도 있잖아요.
[이정훈] 그래서 운동하던 사람들이 많이 영상운동이나 문화운동으로 들어갔어요. 그것도 맞는 말씀이지만, 대중매체가 가진 힘도 있고 여전히 뉴스가 가진 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박종하]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가 당장 방송국을 잡을 수는 없지만 <에큐메니안>도 동영상 뉴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개발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임승철] 시민기자가 정착하지 않으면 <에큐메니안>도 처음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요.
[박종하] 시민기자가 인터넷기독언론의 컨셉인데, 그것이 신학에서는 만인제사장설과 같은 컨셉인 것 같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실패했지만, ‘모든 시민이 기자다’라는 것을 <오마이뉴스>에서는 성공했어요.
[임승철] 아시아 민중운동을 보면, 각 나라마다 기독교운동이 있어요. 아시아 20 여 개국의 기독교 운동은 한국처럼 조직화가 않았는데, 한국의 (기독교)운동은 하나의 상징입니다. <에큐메니안>은 거기 까지 연대를 확장해야 해요.

기독언론, 교회 추한 모습 들추기보다 구체적 의제 던져줘야

[류장현] 마지막으로 신문의 당파성 문제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이정훈] 대중매체의 부정적인 영향은 권력자들이 어떻게 여론을 형성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느냐라는 것이죠. 대중매체가 가진 문제점은 권력의 놀이감이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에요. 그것을 반대하고 무너트릴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대안 언론이라고 봅니다. 누구 편에 서서 내 입을 통해 대변할 것이냐는 문제가 중요할 것입니다.
[임승철] 당파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객관적 중립성이 나왔는데, 당파성을 넘어 언론의 사실성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언론 실정에서 객관적 사실을 사실대로 쓰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입니다. 육하원칙대로 쓰고 당파성을 가지고 해석을 해야 하는데, 한국 언론은 당파성을 가진 상태에서 당파성 없는 것처럼 위장하고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어요. 있는 사실 그대로 쓰고 자기의 당파성 입장을 밝히는 게 맞는 거죠.
[류장현] 모든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깨고, 가난한 사람들의 소통의 역할을 하는 것이 대안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운동이 21세기에 어떤 과제를 가지고 가야할까요?
[이정훈] 제 생각에 한국교회의 개혁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깨지 못하는 것이 종교다원주의 문제입니다. 교회의 추한 모습을 들어 낼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의제를 던져주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대답을 풀어야할 것입니다. 풀어나갈 문제들, 교리문제와 같은 것들이 하나하나 수면위에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교회가 개혁되고 나가야할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임승철] 이곳저곳에서 교회개혁, 교회 비리, 이런 정보들이 와요. 기독교 신문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에 대한 불만과 한계를 토로해요. 며칠 전 한 스님이 절의 재정을 다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교회는 꿈쩍도 안 할 겁니다. 그러면 반발이 나 계속되고 끝내는 교회도 하게 되겠지만 그동안 우리들은 손가락질 받게 될 것이고. 실제로 대안으로 삼을만한 교회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생면선교연대 교회들인데 재정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초기부터 투명하잖아요. <에큐메니안>의 역할이 알려지지 않은 대안적인 기독교운동, 교회들의 모습들을 많이 알려주는데 있다고 봅니다.
[류장현] 현재 <기독교방송>이나 언론은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한국교회와 신학을 보수적인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진보적인 <에큐메니안>이 있어서 든든하지만 열악한 환경이라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오늘 기독교 언론운동의 현실과 방향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 임 목사님과 이 전도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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