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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열하는 유가족 ⓒ 송상호 | ||
40 여명의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분향 차례를 기다리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모두 실신할 정도로 울었다. 목이 터지도록 울었다. 땅을 치며 울었다. 가슴을 치며 울었다. 울다 지쳐 쓰러졌다. 정신을 잃었다. 그동안 하도 울어서 더 이상 눈물이 나올 것도 없을 법 한데 또 다시 눈물이 폭포수처럼 장내를 적셨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적셨다. 유족들과 상관없는 참관인도 울고 기자도 울고 행사 주관자들도 울었다.
유가족들 주위에서 외우던 스님들의 극락왕생 염불이 더 처량했다. 교회 사람들이 들려주는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라는 장례 송은 까마득하기만 했다. 사람이 나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그렇게 허망하고 억울하게 갔으니 어찌 가슴이 찢어지지 않으랴.
유가족 대표의 고별사는 몇 초를 잇지 못하고 말이 끊어졌다. 연신 터져 나오는 울음 때문이었다.
“불구덩이 속에서 뜨거워 뜨거워서 눈도 감지 못했을 당신을 생각하면...”
이 부분을 읽던 유가족 대표도 더 이상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듣고 있던 유가족들도 눈물 폭탄을 터뜨리며 장내는 순식간에 눈물 아수라장이 되었다.
“불러 봐도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여기에 왜 와서 이러고 있느냐. 이건 꿈일 거야. 아냐 반드시 꿈이어야 해.”
“야이 멍청한 놈아, 나이가 몇 살인데 불 속에서 뒹굴었냐. 니가 이런다고 사장이 알아줄 거 같으냐? 국가가 알아 줄 거 같으냐?”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떡해.”
“살려내라, 살려내. 이렇게는 못 보낸다. 억울해서 못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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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인 듯한 사람이 참사 현장을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다. ⓒ 송상호 | ||
생전 사회적 약자로서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쳤던 그들은 이제 주검이 되어서 말이 없었다. 유가족들이 그렇게 애타게 오열하고 불러도 묵묵부답이었다. 선거 때만 되면 떠받들어지던 소위 서민들은 이렇게 무참히 생산 현장에서 쓰러져간 것이다.
돈 만 벌면 된다는,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우리의 오만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안전은 늘 뒷전이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에도 그랬고 성수대교 붕괴도 그랬고, 삼풍백화점 붕괴도 그랬다. 그 참사의 희생자들은 고스란히 생산과 판매 현장에서 고생하는 서민들의 몫이었다.
추모제는 거의 4 시간 정도 진행 되었지만, 아까부터 시종일관 고개 숙이고 서 있던 한 여인이 있었다. 바로 이천 냉동 창고 사장이다. 그녀는 영령들의 영전에 절을 하면서 한 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유가족들에게 또 한 번 사죄의 절을 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마치 예수 앞에 끌려왔던 성서 속의 간음한 여인처럼 그녀는 모든 유가족들 앞에서 그런 존재로 서 있었다.
‘추모장’ 밖에서는 하늘도 정신을 잃었는지 하루 종일 눈과 비가 오락가락 했다. 아직도 정리 되지 못해 소방대원들이 뒷수습을 하고 있는 참사 현장에도 참사 당일에 뜨거워 어쩔 줄 몰라 했을 영령들을 식혀주기 위해 하염없이 하늘이 그렇게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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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가족이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이천 냉동창고 사장을 향해 돌진하려하자 같은 유가족이 붙잡으며 말리고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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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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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