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은 27일, 정동 대한성공회성당에서 열린 열린평화포럼에서 “고령인 달라이라마가 입적할 경우 티베트와 중국 충돌은 심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 때 중국이 어떤 원칙과 가치를 추구하느냐는 한반도 운명과도 직결된 문제”라 주장했다.

신 연구원은 중국학자 진인각의 말을 인용, “역사는 종(縱)의 방향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티베트 사태를 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두 나라 역사 상황과 관계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티베트, 영국 점령기가 가장 독립적인 때?

신경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 김보람

그는 티베트와 중국의 역사를 6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1단계는 티베트가 수많은 마을·소국·소국연맹으로 나뉘어 있던 시기이며, 2단계는 티베트 ‘토번’왕국과 중국 당나라가 전쟁과 사절단교환, 화친을 겪은 때이다.

그는 이어 3~4단계를 티베트 대라마와 몽공 대칸, 티베트와 중국 청나라(여진족 누르하치가 1616년 세운나라) 간 ‘공시관계’를 유지하던 시기로 보았다.

몽골과 청이 티베트에 경제 군사 힘을, 티베트는 몽골과 청에 종교 보살핌을 20세기까지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티메트 망명정부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는 달라이라마 13세와 청나라 말 민국 시기에 영국이 인도를 장악하고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티베트 수도 라사를 점령한 때를 5단계로 나누며, “이때부터 50년 인민해방군 침공 전까지 티베트는 가장 독립적인 국가 위상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50년 한국전쟁 당시 마오쩌뚱이 중국 해방을 명분으로 인민해방군을 티베트까지 파견, 무력점령하자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하여 독립입장을 천명한 것”이라 주장했다.

신 연구원은 이어 “중국 민족주의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며 “청나라(몽골)와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배 경험으로 위기의식과 함께 민족자결·민족독립을 주장하는 ‘저항적 민족주의’와 과거 중국 중심 중화세계질서를 기억하는 ‘팽창적 민족주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실제로 처음 자신이 주장했던 ‘각 소수민족 자결권’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연방제 구성’을 포기하고 1949년, ‘민족자치권’으로 후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호동 교수의 조선일보 칼럼(20일)을 인용, “우리는 ‘중국이 안으로 소수민족을 억압하고 밖으로 국제 여론을 무시하며 유아독존 중화체제로 돌아서기 않기를 바라며’ 이번 티베트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 대응을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이일영 열린평화포럼 공동대표이 사회를 맡아 신경진 연구원 발표와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했다.

미 CIA, 티베트 반공주의 거점 삼기 위해 ‘독립’ 지원

그가 말하지 않는 부분은 당시 티베트가 달라이라마를 비롯한 봉건귀족과 라마승이 민중들을 착취하는 구조였다는 사실이며, 인민해방군의 티베트 점령이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맥락에서 진행한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의 주장과 달리 중국은 티베트가 자국영토가 된 때가 이보다 앞선 13세기 원나라(몽골 유목민들이 세운나라) 때로 보고 있다.

당시 티베트 최대 불교종파인 사카파는 원나라 도움으로 최초의 정교합일 정권을 세웠으며, 원나라 원제와 사카파 지도자 사카 판디타는 서로 군사·물질 지원과 종교·정신 지지를 제공하는 관계로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원과 청은 모두 북방민족이 중국을 정복한 왕조라는 면에서 성격이 비슷하지만 통치방식은 전혀 달랐다. 원은 민족차이에 따라 철저한 신분제도를 유지하면서 하층민을 착취하는 구조였고, 청은 민족차별을 최소화 했던 왕조로 평가받는다.

현재 중국에는 한족 외에 55개 소수민족이 있다. 중국은 소수민족 자치지역을 설정해 자치권을 부여하여 언어 문자 종교 문화 풍습 등을 유지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번 ‘티베트 사태’를 ‘유혈진압’이라는 측면에서 ‘5.18광주’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어떤 경우든 폭력으로 억압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현실에서는 ‘티베트 독립’이라는 것이 서구 열강의 의도에 따른 ‘분리’라고 볼 수 있는 이유가 상당하다.

실제 미 중앙정보국(CIA)는 티베트에 반공주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티베트 독립 세력에 무기와 장비를 제공하고 훈련까지 시킨 바 있다.

CIA는 또한 59년 무장봉기 실패 뒤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할 때, 그를 국경까지 보호하고 음식과 무기 공수를 지원해주었다. 중국은 이러한 배경에서 ‘티베트 사태’ 배후로 달라이 라마 망명정부와 서구 열강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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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기자  gimbo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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