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남북경협사무소 남측 당국자 11명이 27일 0시55분 사실상 북에서 추방당했다. 직접계기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지난 1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간담회에서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사실 북이 김하중 장관의 말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기조(비핵개방 3000 등)인 “핵 포기와 개방”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에게 보내는 ‘경고’이다.

이번 철수로 당장 개성공단 사업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남측 당국자들은 그동안 투자상담, 견본송달, 문건중재 역할을 해왔지만, 민간관계자 5명(KOTRA,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진흥공단 3명, 시설관리 2명)이 남아 업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 측은 오히려 이번 조치가 “개성공단을 확대하고 싶다는 뜻”이라 해석하고 있다. 공단을 확대하고 싶은데 남측 때문에 확대가 안 된다는 것이고, 이미 자리 잡은 기업을 나가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제 나가주셔야겠습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오전10시, 긴급 브리핑에서 ‘철수’ 경위를 설명했다. 철수 요청은 24일오전10시, 별도의 문서 없이 이인호 북측 소장이 김웅희 남측 소장에게 말한 것을 시작으로 부소장을 비롯한 북측 직원들의 남측 당국자 철수요구가 이어졌다.

김호년 대변인은 “처음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무시”했지만, ‘정중하고 예의바른’(“이제 나가주셔야겠습니다”)요구가 계속되자 26일 저녁 자체회의를 열어 “더 이상 남아있어 봐야 본연의 업무 수행에도 문제가 있어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호년 대변인은 “북의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남북 합의 사항과 배치되는 일방 철수요구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 당국에 있다”며 “남북경협협의사무소를 조속히 정상화시킬 것”을 주장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은 남북 간 대표 경협사업으로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을 위해 많은 부분에서 남북이 협력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대북 협상은 앞으로 없을 것이며 통일부는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의 협상 자세를 바꿔야 한다”며 “남북 간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 정신이 들어 있는 91년 기본합의서”라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핵을 포기할 때 북 정권도 안정될 것이고, 평화도 유지될 것이며 경제 자립 기틀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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