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6일, 불교계 원로들과 점심을 먹으며 “지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쇠고기) 재협상 얘기를 해서 경제에 충격이 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재협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그는 또 ‘민간 자율규제가 재협상과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통상마찰의 우려 때문에 재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광우병대책회의는 물론 야당들도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경제로 국민을 협박하는 파렴치의 극치이며 국민 염원을 끝까지 짓밟는 오만의 결정”이라며 “끝까지 국민을 무시하면 국민심판이 있을 뿐”이라 경고했다.

‘재협상’ 국제정치 금기? 현실에선 계속돼

대책회의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을 하나씩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책회의는 ‘재협상이 국제정치 금기’이 오히려 “국제관계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4월 한미FTA협정 체결 뒤 2개월 뒤(6월) 미국 요구로 재협상을 벌였고 결국 노동·환경 등에 새 내용이 추가되었다. 미국은 페루와 FTA협상에서는 국회비준을 끝낸 뒤에도 재협상을 관철시킨 바 있다.

대책회의는 ‘재협상이 경제에 충격을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미관계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미국 대선 유력후보인 민주당 오바마는 “한미FTA는 자동차 분야에서 문제가 많아 재협상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고, 미국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는 등 미국정치 환경은 대선이후 한미FTA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민 아닌 미국 앞에 ‘더 낮은 자세’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밝힌 ‘더 낮은 자세’가 국민이 아닌 미국 앞에 더 낮은 자세를 의미했다는 사실이 절망일 뿐”이라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국을 두려워하는 행보로 일관하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 밝혔다.

강형구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국민의 요구는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이라며 ““국민과 한마음이 되겠다며 재협상 불가를 외치는 대통령, 국민은 무시하고 미국과 통상마찰만 두려워하는 대통령을 믿을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장관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선언해야 한다”며 “그것만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고, 그것만이 최악의 사태를 막고 국민과 한마음이 되는 것”이라 덧붙였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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