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 등을 외치며 지난 5월25일 전주 코아백화점 앞에서 스스로 몸을 불사른 이병렬 씨(42살)가 결국 보름만인 9일 낮12시30분 패혈성 쇼크로 숨졌다.

광우병대책회의는 가족들에게 모든 장례절차를 위임받아 빈소를 서울대병원에 차렸으며, 1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도 분향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대책회의는 13일 ‘고 이병렬 민주시민장’(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으며, 장지는 마석 모란공원(또는 광주 망월동 묘역)으로 정했다. 영결식은 이날 시청광장에서 진행한다.

고 이병렬 씨가 속해있는 공공노조 상부기구인 민주노총도 이날 각급 노조에 분향소 설치방침을 내렸다.

대책회의는 성명에서 “그의 죽음은 굴욕협상을 국민에 강요한 정부의 무능과 한 달 넘게 촛불로 타오르는 국민의 염원을 폭력탄압·거짓말로 묵살한 독선과오만이 초래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그의 영전과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협상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하늘같이 높은 민주의식과 바다 같이 넒은 희생정신으로 역사의 횃불이 되신 이병렬 님 영전에서 우리 모두는 국민승리를 향해 더 정진할 것, 더 투쟁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야당들은 이날 애도 성명을 발표하여 고 이병렬 씨 죽음이 ‘이명박 대통령의 안일한 대응이 부른 것’임을 지적했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고 이병렬 씨가 온 몸으로 외쳤던 국민의 생명안전과 검역주권을 지키기 위한 뜻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이제 그만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선희 진보신당 대변인은 “이제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이 스러져 가는 것을 지켜 볼 수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결자해지 자세로 이병렬 열사가 죽음으로 호소한 요청을 들으라”고 말했다.

고 이병렬(42세, 남) 씨는?     ▲ 고 이병렬 씨 영정 ⓒ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그는 지난 5월25일 저녁 6시경 전북 전주 코아백화점 앞 교통섬에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남원시 수돗물사유화 반대 활동을 펼치다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주장과 유인물을 뿌리고 온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했다. 그는 분신 뒤 한강성심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당시 화기가 폐 속에 들어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다 상태가 악화되어 9일 숨지게 된 것이다. 그는 지난 2006년2월부터 2008년3월까지 민주노동당 당원이었으며, 민주노총 전북지부 평등노조 조합원(2008년2월)으로 가입했다. 그는 서해안 기름피해 100일 행사, 한미FTA 반대투쟁, 한반도 운하 백지화 운동 등 지역 내 다양한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아울러 최근에는 인터넷 <이명박 탄핵투쟁연대 범국민운동본부 전북지부>회원으로 참여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촛불시위 자원봉사자로 홍보물을 나눠주는 활동 등을 했다. 한편 고 이병렬 씨는 1989년~1990년대 초반 인천시 청소 기능직으로 일하다 당시 사회단체와 연관된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퇴사를 강요받다 자진 사퇴 한 뒤 어려운 생활을 이어왔다. 그는 2005년 8월25일 택시와 교통사고로 전치 12주 진단을 받고 전북대학교 병원과 남원의료원에서 수술 및 입원 치료를 하였으나 후유증에 시달려 왔다. 택시공제조합 측은(보험회사)는 후유증에 인정을 하지 않아 전주 노송병원 등에서 힘들게 치료를 해왔다. 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그는 2006년 3월 27일 지체(척추) 6급 5호, 종합 장애등급 6급으로 장애인 판정을 받게 되었다. 특히 2008년은 노동청에서 실시하는 직업적응 훈련 중 “정보화기초교육”, “근로의욕증진 프로그램” 전주지방노동사무소 구직 활동도 열심이었다. 그가 분신 현장에서 뿌린 유인물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다. “광주항쟁 28년, 미친소 MB타도 투쟁 1년, 5월 18일 03시 40분 이름 없는 전사가 투쟁으로 이제 망월묘역에 갔다. 오늘 난 다시 간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보수친미정권 명박을 규탄하기 위해, 아니 타도하고 끌어내어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는 단호히 맞서야 한다. 지금의 어영부영하는 단체들 관계자들, 혁명의 정신으로 죽음도 함께 할 수 있는, 구속도 불사하며 싸워야 한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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