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군경은 1950년 7월부터 10월까지 최소 10만 명의 민간인을 아무런 재판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총살했으며, 미군은 이를 묵인·방조했다. ㅣ AP통신

<AP통신>은 한국군경이 1950년 7월부터 10월까지 최소 10만 명의 민간인을 아무런 재판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총살했으며, 미군은 이를 묵인·방조했음을 비밀해제 문서를 바탕으로 5일 보도했다.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 등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던 미군이 한국군경의 민간인 학살도 묵인·방조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당시 이승만에게 작전통제권을 넘겨받은 맥아더가 이를 알면서도 묵인했음이 드러났다.

<AP통신>은 1550년 7월 대전 형무소 수감자를 비롯한 민간인 7천여명을 한국군경이 집단학살한 ‘산내동 골령골’을 ‘테러의 여름’속 ‘킬링필드’라 소개했다.

<AP>는 한국군경의 남쪽에서 민간인 집단처형은 1950년 7월부터 10월까지 최소 10만여명이 아무런 재판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총살당했다고 밝혔다.

‘미군’ 학살현장입회, 감독, 사진촬영 그리고 사건 은폐

통신은 한국군 지휘권한이 있던 더글러스 맥아더 극동군사령관은 1950년8월 일본 도쿄에서 대구 처형 민간인 2~300명 가운데 여성과 12세 소녀가 포함됐다는 보고를 받고 한국 군경의 ‘잔인함’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그러나 맥아더는 존 무초 당시 주한 미국대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할뿐 집단처형을 중단시켰다는 기록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맥아더 사령부에 파견된 국무부 관리 세발드는 ‘남한 내부 문제로 보고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무초 대사는 회고록에서 ‘한국정부에 잔인한 민간인 학살을 중지하고 법에 따른 집행을 요구했다’고 적고 있다.

미군은 집단처형 현장에 입회하고 감독했지만, 중앙정보국(CIA)과 미군 첩보대는 관련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며 이 같은 사실을 제외했고, 사진은 한 달 뒤에나 보냈다.

<AP>는 “반세기가 지나 한국의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 안병욱)가 역사에 감춰졌던 ‘테러의 여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조만간 미국의 모순된 행동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정병준 이대 교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군경들은 집단처형을 중단하지 않았고, 미군들은 당시 범죄현장에 입회해 사진을 찍고 보고서를 작성한 점”이라 지적했다.

김동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도 “민간인 집단처형은 전쟁이 터지고 50년 가을까지 이어졌으며, 대략 150군데 집단 매장지에 희생자는 최소 10만에 이를 것”이라 말했다.

“한국은 주권국, 모두 한국 책임”, “아무행동도 않고, 학살극 은폐”

<AP>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의 ‘지시’여부에 대해서는 “당시 한국정부는 집단처형지에 언론 접근을 금지했다. 개연성은 높지만 증거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AP>는 ‘한국 군경의 민간인 집단처형’관련 미국의 책임 여부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상반된 의견이 있음을 전했다.

당시 대전에 주둔했던 미군 자문과 프랭크 윈슬로(81세)는 “‘칠면조 사격’으로 불렸던 처형장에 미군이 참여하긴 했지만 ‘한국은 주권국이며 모든 책임은 한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는 “미국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전 학살극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에 접수된 미군학살 관련 사건은 511건에 이르지만, 그동안 다룬 사건은 20건이며 진실규명 사건은 예천 산성동 미군폭격사건, 월미도 사건, 단양 곡계굴 사건 등 3건 뿐이다.

안병욱 위원장은 “관련 사례 조사를 끝낸 뒤 미국정부에 자체 조사를 벌일 것을 권고할 계획”이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현재 한국 군경이 집단학살을 저지른 대전, 수원, 인천 등 전국 150여 곳에서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달 23일에는 학술회의 <한국전쟁기 미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의 성격과 의미>를 열어, 미군의 민간인 직접 학살사건에 ‘미국이 국제법상 책임’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남측에서 공론화되지 않았지만 미군이 3.8선을 넘어 벌인 민간인 학살도 전쟁범죄라고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다. 특히 미군은 신천군을 점령한 52일 동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신천 인구 14만2천700여명 가운데 3만5천여명을 학살했다.(신천학살)

당시 인구 30만인 평양에 43만발의 폭탄을 투하한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이러한 무차별 공중폭격은 당연히 무차별 민간인 살상으로 이어졌다.

한국전쟁 3년여 동안 미국은 태평양전쟁에서 사용한 폭탄량보다 더 많은 융단폭격으로 북측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어 ‘원시시절’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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