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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할 이유, 영화 ‘크로싱’에 있었네.영화 ‘크로싱’을 보고 중학생 딸아이가 내린 결론
송상호 기자 | 승인 2008.07.14 07:14
*스포일러 주의 : 이 기사에는 영화 <크로싱>의 줄거리와 자세한 결말이 나와 있습니다.

십수일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영화다. 이미 개봉이 되었는데도 가지 못했던 것은 중학생 딸아이 '시험기간' 때문. 한국의 정서상 자녀의 시험기간 동안 무슨 행사를 한다는 것은 불경(?)한 것, 참고 참았다. 마음으로야 벌써 아내와 단둘이서 보러갔다 왔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는 아이들과 보는 게 우리 집 전통이라면 전통이다.

   
▲ 크로싱 포스터 “그날 우리는 살기 위해 헤어졌습니다.”라는 문구가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삶 속에 묻어 있는 아픔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l 빅하우스(주) 벤티지 홀딩스
사실 그동안 ‘더아모의집’ 아이들과 우리 집 아이들이 봤던 괜찮은 영화를 꼽으라면 <마이 파더> <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의 최고의 순간> 등인데 그중 단연 인기는 <화려한 휴가>다. 그 영화 보고 나서 토론과 대화를 하면서 나 자신도 아이들에게 많이 배웠으니까.

드디어 오늘(7월 6일)이 그날이다. 더아모의집 다른 아이들에게도 함께 보러가자고 제의했으나 실패다. 집에서 허락하지 않는다는 둥 아직 시험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는 둥의 이유에서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가지 못해 크게 낙심한 것은 우리 집 딸아이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보기. 바로 영화 <크로싱>이다. 텔레비전 영화 예고편에서 보여준 감동이 가슴 내내 남아 있어서 더욱더 기다림이 설렜던 영화다. 딸아이에게도 <크로싱>의 내용을 대충 설명해 주고 "그 영화 괜찮겠네"라는 재가를 받아내었던 작품이다. 이렇게 해서 결국 우리 가족 나들이(나와 아내, 딸과 아들)가 됐다.

영화보기로 선택한 곳은 평택의 한 극장. 시작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시작 장면을 놓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괜찮은 영화가 어디 가려고.

“북한의 한 가정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다. 아들과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다. 아내가 아프다. 결핵이다. 남한 사회에서야 ‘결핵’은 별 것 아니다. 하지만 약도 의사도 부족한 북한에선 치명적인가 보다. 아내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남편이 두만강을 건너 중국 땅으로 ‘약값’을 벌어 약을 사오겠다고 떠난다. 거기서 돈을 벌지만, 결국 중국 공안에게 붙들릴 뻔한 남편이 선택하는 것은 남한으로 망명의 길. 그것은 순전히 ‘망명 인터뷰’만 하면 돈을 준다는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아내는 죽는다.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 중국으로 떠나려다 북한 당국에게 잡힌다. 남편은 한국사회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아들을 데려 오려고 수를 쓴다. 인권 단체를 통해 아들을 섭외하게 되고, 아들을 만나기 위해 제 3국인 몽골 국경을 택한다. 아들도 아버지를 만나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몽골 국경으로 온다. 상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코앞에 두고 몽고 사막에서 헤매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아버지 품에 안긴다."

영화 줄거리를 대충 요약 해봐도 한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다. 이 영화의 무게는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 실화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감독은 아들과 아버지의 감동적인 만남을 그려냈을까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가족을 사랑하는 일반적인 우리의 심성으로 볼 때, 아들과 아버지는 만나게 될 줄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 만나게 영화를 만들었어야 그래도 현실 속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냐는 심정인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상영 후에 딸아이에게 묻는다.

“야, 딸. 영화 재미있었냐?”

“예.”

“어떤 부분이 제일 감동스럽더냐?”

“아, 그 있잖아요. 망명한 아버지가 기차를 타고 오는 아들과 처음 통화하는 장면이요. 그 장면에서 저도 많이 울었어요.”

사실 그랬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감동이 감동인 줄 모르고 있었는지 모른다. 예고편이 너무 거창해서 감동이 적었는지도 모른다. 실화라는 이유 때문에 이미 감동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우리로선 ‘기대한 것보다 조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차인표 분)가 아들과 통화하는 장면에서 우리들은 모두 눈물을 쏟아내고야 만 것이다. 영화 전반부에서 보여주는 기구한 그들의 인생살이가 가슴 한 쪽에 자리 잡아 웅크리고 있다가 그 장면에 가서 일제 강점기의 ‘삼일 운동’ 만세처럼 터져 나온 것인 게다. 감동적인 내용만큼이나 극중 차인표의 리얼한 연기는 눈물을 배가 시킨 듯 보인다. 그렇게 쏟아진 눈물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아들을 사막 한 가운데 묻고 오열하는 아버지의 통곡을 보며 또 한 번 터지게 되는 것이다.

딸아이에게 묻는다. 이 영화 보고 느낀 점이 뭐냐고. 당장 딸아이는 대답한다.

“아빠, 이 영화 보면서 내내 느낀 건데요. 다른 어떤 것보다 더욱 절실하게 남북이 통일되어야만 하는 제1 요인을 찾았어요.”

딸의 말은 그것이 바로 ‘이산가족의 아픔’이란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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