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실천시민연대는 23일,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전·의경제도, 실태와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사회로 진행한 토론회에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30여명이 함께 했다.

“헌법재판소는 전투경찰 임무인 대간첩작전이 공공안녕·질서유지라는 경찰임무와 관련 있고, 불법집회시위 진압이 경찰임무이므로 ‘전투경찰 시위진압명령’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를 불온시·간첩화·적대화하는 시대착오 군사독재 반공이데올로기다”

오동석 교수(아주대 법대)는 23일, 인권실천시민연대가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연 토론회 ‘전의경제도 실태와 문제’에서 헌재의 ‘전투경찰 시위진압명령’정당 결정과 함께 ‘반대의견’을 소개하며 “병역의무자 전투경찰 전환 배치는 헌법 한계를 일탈한 편법”이라 주장했다.

“전투경찰의 시위진압, 국방의무라 볼 수 없어”

오 교수는 “헌법상 대외안보와 대내 치안, 대내 보안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하며 경찰 치안업무인 집회시위 진압은 국방의무에 포함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진압명령은 국방의무 이외 헌법상 아무 근거 없는 또 다른 의무 부과로 위헌”이라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어 최근 경찰의 ‘촛불’집회시위 ‘강경대응’자체가 문제임을 밝혔다. 그는 “불법집회(무장폭력집회)는 경찰력으로 해산하고 폭력행위자는 형사 처벌하면 되지만 위법집회(단순 집시법 위반)는 행정지도 대상일 뿐”이라 강조했다.

그는 “헌법을 수호한다는 헌재의 이번 결정은 경찰이 불법집회가 아닌 시위 참가자를 마구잡이로 연행하고 원천봉쇄하는 것을 옹호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한 “전경을 시위에 투입하여 지나치게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이 금하는 사실상 강제노역”이라 주장했다.

그는 “고위공직자 자녀 병역의무 이행실태를 수치화한 보도를 보면 ‘유전유권 면제, 무전무권 현역’이라 할만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방의무와 그 중 하나인 병역의무 관련 헌법해석은 엄격해야 하며 한계를 획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부당한 명령에 불복종할 권리”

염형국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도 이날 발제에서 “현행 전투경찰제도는 비상계엄이 아닌 상황에서 군인을 공공질서유지에 출동시킨 것으로 헌법 규정을 무시하는 것이며, 시위현장에 군인을 동원하려는 ‘낡은 발상’에서 나온 편법”이라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전경은 의경과 달리 국방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현역병으로 입영한 후 무작위 차출되는 경우”라며 “자신의 정치견해·의사와 상관없이 시위진압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유지를 위한 정신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용석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는 뉘렌베르그 국제군사법정 헌장을 거론, “전쟁범죄로 이어지는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각 개인에 있음을 시사한다”며 “전경들에게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바라보고 행동할 것’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뉘렌베르그 국제군사법정 헌장 제6조는 ▲평화에 반하는 범죄 ▲전쟁범죄 ▲인도에 반하는 범죄 등에서 군조직 일원으로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할지라도 전범으로 규정한다는 원칙이다.

임태훈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인권법률지원팀장도 “경찰 스스로 전의경 제도를 운영하며 국제인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기간 동안 목격한 전의경 구타가혹행위를 거론하며 ▲선임병 폭력에 복종, 내재화와 폭력악순환 ▲사고발생시 탈출하기 힘든 버스시설 ▲전투지휘관이 전의경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명령을 내리는 점 등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염형국 변호사, 김상균 교수(백석대 경찰학과 교수) 발제에 이어 오동석 교수, 정원 변호사, 이용석 활동가, 임태훈 팀장과 전의경제도 헌법소원 당사자인 박석진 씨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김보람 기자  gimbo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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